"뭐하느라 이렇게 전활 늦게 받어?또 채팅 중이야?"
"어.왜..?급한 일로 전화 한거였어?"
"영화 보기루 했었잖아.나보구 데리러 오라며 근데 전화두 안 받구.
요샌 아주 채팅 중독이야."
"아~맞다.잠깐 올라와서 기다려라.나 준비하려면 좀 걸릴거 같거든."
"알았어.주차하는 대로 올라갈께."
오랜만에 어렵게 시간을 낸 현석과 영화보고 나서 근사한 저녁을 먹자고 바로
어젯밤에 통화를 했었는데...그걸 잊어버리다니!그저 채팅만 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끼니도 걸르고,약속도 잊고...에휴.다른것도 아니고 현석과의 약속을
잊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만 잔뜩 차오르는 지민 이었다.다른 그럴싸한 핑계가
있는것도 아니고...채팅이라니.이런...반성해야 돼.한지민 너...양심이란게 있긴 하니?
끝인사도 서두도 없이 END란 단어를 입력한 지민은 모니터에 AND란 단어가 뜨는 걸
확인하고는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Rrrrrr~Rrrrrr~Rrrrrr~Rrrrrr~
현관문을 들어서자 마자 들리는 요란한 전화 벨소리.대체 얘는 전화도 안 받고
뭘 하고 있는거야!가벼운 면 바지 차림의 현석은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내며
실내를 둘러보며 지민을 찾았다.
"한지민!전화!"
"나 욕실!"
"후...내가 받는다고 누가 끊기야 하겠어."
손가락에 건 차키를 빙빙 돌리던 현석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한지민씨 집입니다."
"..."
"말씀하세요.지민씨가 지금 전화 받기 곤란한 상황이라서 메시지 남겨 주시면 제가..."
"띠-띠-띠-"
현석은 한손에 든 차키와 다른 한쪽의 수화기를 번갈아 보며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정말 끊을 줄은 몰랐지.누구야 대체 매너 없이.
화장기 없는 뽀얀 지민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는 누구야?한다.
"매너 없는 사람.누구냐고 물어보니까 아무말도 없이 끊던데?남자라서 끊은건가..?
받지 말걸 그랬나봐."
"아무말도 없이 끊어?"
"응."
"뭐...잘못걸었겠지.얼른 나가자 오빠."
******
-보컬의 악기화.실험정신이 뛰어난 이번 음악은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보다
서태지만의 색체가 짙게 배어난다..대중성보다는 음악성에 승부를 건
최고의 앨범.가요계의 두 번째 신화가 예고되고 있다.
-철저히 대중을 무시한 소수를 위한 음악.은퇴 번복에 이어 내 놓은 앨범은
상업성에 찌들대로 찌들은 데다가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과 가사,지나치게 짧은
런닝타임으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마우스를 딸각이는 소리,목구멍으로 마른침이 넘어가는 소리를 제외하곤
지금 이 순간 숨을 크게 내뱉는 것 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약간의 소음도 허락되지 않았다.
극과 극이었다.마을을 단단히 먹으라더니...이런 의미 였던건가?
하얀 손가락 끝에 담배가 위태롭게 걸려 있었다.태지는 필터 끝까지 타고 올라오는 빨간
불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깊게 한 모금.연기를 들이 마셨다.폐속 깊이까지 뭔가 가득
차 오르는 느낌이다.한 없이 달콤하고 깊게 빠져들게 하는 그 무엇.
이젠 폐에서 나와 나의 피를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가는 그것은 나를 한순간의
향략으로 빠져들게 해줄 비상구였으며 일종의 독약 이었다.
온 몸이 나른하다.반쯤 감긴 눈꺼풀을 들어 담배를 벽에 비벼 끄고 되는대로 무언가를
걸쳐 입었다.차라리 마리화나든,프리베이스든 약을 하고 정신이 나가버리거나 한다면...
미친척하고 내가 원하는걸 얻어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이런 위험한 줄타기는...
내게 있어 마약과도 같았다.
위험하지만...그 스릴 속에서 느껴지는 짜릿함.
도전과 창조,끊임없이 제도를 부정하고 틀을 깨부수는 나는...그 위험한 도전을....
언제나 사랑했다.위험한 도전 뒤에 나를 기다리는 나의 몫을...언제나 사랑했다.
무모하리만큼의 도전정신,누구라도 나자빠질 정도의 고집.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자신감.그리고 음악...사람들은 나를 서태지라 불렀다.
나는 서태지다.
사람들이 말하는 괴짜,10대들의 대통령,가요계의 혁명아...온통 미사여구 속에 가려진 나는
서태지다.
그래서...나는 너를 원했다.
나를 나로 보지 않는 너를...미쳐버릴 만큼 원하고 있었다.
니 앞에서 만큼은...진짜 정현철이 되고 싶었다.인간대 인간으로...너와 마주하고 싶었다.
" Rrrrr~Rrrrr~Rrrrr~Rrrrr~"
정현철과 서태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평범속의 평범.그 안에서 나는 항상 안절부절하며 불안한 미래를 기다렸었다.
" Rrrrr~Rrrrr~Rrrrr~Rrrrr~"
태지와 현철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며 난 결국 언제나 태지의 손을 들어주었었다.
" Rrrrr~Rrrrr~Rrrrr~Rrrrr~"
그땐 그게 옳은거라 생각해 왔었고.사람들도 정현철은 잊은지 오래 였으니까.
하지만...나 이번엔 정현철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평범하게...남들처럼 그렇게 행복해 지려면...태지는 버려야 할테니까....
너를 위해선...나 그럴 수도 있을거 같다.
""여보세요.한지민씨 집입니다."
"..."
"말씀하세요.지민씨가 지금 전화 받기 곤란한 상황이라서 메시지 남겨 주시면 제가..."
"띠-띠-띠-"
니 앞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나 마지막 도약을 한다.
나 스스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이 될 때까지...날..기다려줘.
******
태지와 한달 간격으로 앨범 발매를 하게된 현석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었다.첫 무대는 당연히 MBC로 잡게 될테고...문제는 그 다음
인데..
달달이 월급타가는 매니저한테 미안하지도 않냐는 지민의 만류에도 불과하고 현석은
자신의 스케줄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세심함을 보였다.그 뿐인가,안무며 메이크업,심지어
사소한 액세서리 하나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가기를 요구 했으며 태지 5집의 모든 책임과
곧 나오게될 원타임의 데뷔앨범 준비...심지어 여자친구를 위한 시간마련까지.
나야 하루 이틀 안 본다고 멀어질 사이도 아니니 차라리 나 만날 시간에 눈 좀 붙이라고
타이르고 화도 내보지만 그저 한번 웃고 마는 현석은 언제나 기대고 싶은 나의1 순위 였다.
정식으로 YG엔터테이먼트가 문을 열고 책임져야할 식구들이 배로 불어난 마당에
나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현석에게 고맙기보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었다.
어차피 난 항상 오빠 옆에 있을거라니까,그렇게 맘 먹었다니까...
더 이상 나에게 어떻게 더 잘할려구 그래.이 이상 좋을 수가 없다니까.
"대니야 많이 먹어.현석씨가 너무 바빠서 너네 제대로 챙겨줄 틈도 없다고 많이 미안해
하더라.나보구 너희 잘 챙겨달래.진환이랑 테디랑두 많이 먹구."
"누나,나는!"
"백경이 너는 먹어봐야 크지도 않는거...뭐.먹든지 말든지."
"씨잉~"
24시간 내내 연습실에 갇혀서 막바지 안무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원타임 애들이 보기
안쓰러워서 데리고 나와서 밥을 먹이고 있는 중이었다.고기고기 노랠 부르더니 정말
상상 할 수 없을 만큼의 속도로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양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진 않겠군.이렇게라도 현석에게 도움이 되려면 좋으련만 지민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닥 많지 않았다.코디로 복귀한다면 모를까...
"누나 서태지와 아이들 때 코디였다면서요,왜 그만 뒀어요?"
불판을 가는 사이 진환이가 그런다.왜 그만 뒀냐고...에이..나 잘생긴 사람한테 약한데.
나..왜 그만뒀니...아니 왜 지금 이러고 있니..?세아보기 미안해서라도 다시 일 시작해
야되는데.그치 세아야...
"...몸이 좀 안 좋았어."
"거짓마알~누나가 아팠을 리가 없어~사랑의 도피 아냐?현석이형이랑 둘이 잠적했었잖아."
"뭐...맘대루 생각해라"
"얼~부정은 않는다 이거군.역시...우리가 좀더 일찍만 알았어도 이걸 꼬투리 잡아서
우리 앨범 좀더 일찍 낼 수 있었을텐데.아깝다~"
불판이 새로 올려지고 냉큼 고기를 집은 백경이가 우물우물 입에 한가득 상추쌈까지
싸 넣고는 아쉽다는 표정을 해보였다.
오빠가 다 때를 알고 그런거지.너네 우리 오빠 아녔음 이만큼 떴겠니?
"뭘 더 바라냐?데뷔하자마자 1위해서 신인상까지 타놓고."
"네?"
"뭐라구?누가?"
맗이 없던 테디와 대니까지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떠보인다.젓가락까지
딱-소리나게 테이블위에 내려놓고.앗...내가 또 실수 한건가...?
이 상황을 어떻게 넘긴다...?송백경 표정봐 저 눈...어케...
"누나 수상해..."
"맞아.전부터 좀 그렇더라.과자 사기 내기할때랑 1위 맞추기 내기 할 때 한번도
지는거 못봤어.누나 실은..."
"실은..?"
실은 뭐...?말을 해!아..떨린다.그냥 넘어가주라 제바알~
"실은..점쟁이 아냐?딴것도 좀 봐줘.우리 데뷔 첫 무대 실수는 안 할까?
아니,그거 말고 난 언제쯤 결혼할까?아니면 현석이 형 회사를 내가 물려 받을 수 있을까?"
"백경아~"
"언능 입 닫어!"
마늘이며 고추까지 듬뿍 올려서 커다란 쌈을 싼 테디가 백경이의 입에 마구 쑤셔 넣으며
사건은 일단락 지어지는 듯 싶었다.
하지만 엉뚱한 대니는 또 누가 말리랴...
"현석이형이랑 결혼은 언제쯤?"
띄엄띄엄 비는 발음으로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 대니와 긴장된 모습으로 하던일을 멈추고
빤히 나를 보는 진환이,백경이 입에 넣어준 손가락이 물려서 소릴지르던 테디,
심지어 입에 들어간 마늘을 통재로 씹어버린 백경이 모두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얘들..대체 왜 이러지?하지만..뭐...할꺼야.한다니까.오빠가 원하면 해.
"글쎄...?일이 좀 정리되고 너희도 자리 잡으면."
"그럼 태지형은?"
안그래도 튀는 옷차림에 헤어스타일도 이상한 녀석들이 고기 먹으러 와서는 시끄럽게
떠들고 게다가 떠드는 내용이 데뷔니 현석이니 해서 옆 테이블의 사람들에겐 제법
흥미로웠을 것이다.갓 입사한 듯이 보이는 애띤 여사원이 결혼 얘기까지 나오자 아예 몸을
약간 틀어 우리쪽을 향한채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어차피 신문에도 났었고
TV출연 섭외도 들어오고 있다 들었다.사실이니 숨길필요도 없었고 안다고 해서 나쁠것도
없었기 때문에 난 꺼리낄게 없었다.그뿐이다.
근데 뭐야.그럼 태지형은?숨기고 싶고,알아서도 안돼.무슨 뜻이야 너.
대체...뭐야.
"박홍준...뭐야.대체 무슨 뜻이야?현석오빠랑 나 결혼 하는데 태지가 무슨 상관이야?
왜 그 얘기가 나와!"
"누나..왜..그래요.."
"니가 뭘 안다고 내 앞에서 그 사람 얘길 꺼내냔 말야!"
"난..그냥...태지형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궁금해서 그러죠.누나랑 뭐가 연관 되서가 아니라 궁금하잖아요.태지형 뭐하고 사는지."
"왜 그래요 누나?뭐가 잘못 됐어요..?"
아..나 왜이러지.죄책감에...이제는 내가 내 목을 조르고 있어.
안되는데...알지만 멈출 수가 없어.이미 나...내 마음...
"노,농담이야!쫄았냐?짜식-"
"누나..."
"내가 서태지를 어떻게 아냐?은퇴하구 나서는 만나본 적도 없는데."
"정말 괜찮..."
"아씨,진짜 쫄았잖아여~누나 땜에 내 키 1Cm는 더 줄었어.그러니까 3인분만 더 시켜여!"
"야!너 혼자 이만큼 먹었잖아.그만 좀 먹어!"
"안돼 안돼!데뷔무대 설 때까지 1Cm더 커야돼.아줌마 여기 3인분 추가요!"
내 마음...다 줘버렸잖아.
그래서...현석오빠 곁에 남아있을 수 있잖아.그게 최선이고...
그게..모두를 위한거잖아.
지금..나...행복 하잖아?
"맛있게 먹어.난 잠깐 화장실좀 다녀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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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찾아뵙는 그녀 입니다.에휴..그동안 제게 엄청난
일이 있었더랬습니다.아기 강아지 한마리가 우리집 새식구가
되었는데요 제가 먹인 우유로 탈이 나서ㅜㅜ...병원가서
그 작은 애 주사 3방 맞구 약먹구 토하구 밥먹구 토하구 설사하구
ㅠㅠ...다행히도 강아지용 초유를 팔더군요.그거 먹고 좀 나았는데
심하면 입원해서 목에다 링겔 꽂아야 한다구..ㅠㅠ
의지할곳 없는 제가 애기가 와서 많이 의지가 되었나 봅니다.
어제는 갑자기 축 늘어져서 깨워도 움직이질 않길래
내 눈 앞에서'죽었다'는 생각이 들고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이 상을 당해도 눈물한방울도 안 흐르더만 어젠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환희야 아프지 말구 밥두 많이 먹구 나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거다?'
우리 모두 행복합시다.^^*태지 너두~양군 주노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