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김밥 등 외식비도 껑충… 돼지열병 겹쳐 추석 물가 비상
농축산물 값 급등으로 7.3% 올라
돼지열병 또 발생 육류 더 오를수도
계란 한 판 가격이… 부담스러운 장보기 8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 시민이 판매대에 진열된 달걀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달걀 값은 1년 전에 비해 57% 급등했다. 한국의 2분기(4∼6월) 식품 물가 상승률은 7.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뉴스1
한국 2분기 ‘밥상물가’ 상승률 OECD 3위
농작물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여파 등으로 올해 2분기(4∼6월) 한국의 ‘밥상물가’가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추석을 앞두고 양돈농가에서 3개월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해 장바구니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OECD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음료(주류 제외)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올랐다. 이는 2분기 기준으로 2011년(7.8%) 이후 가장 큰 폭이며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터키(18.0%)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식료품 및 음료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2.5%)에 OECD 회원국(37개국) 중 26위였는데, 1년 만에 23계단을 뛰어올랐다. 폭염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부진한 데다 AI 여파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강원 고성군 양돈농장에서 ASF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5월 강원 영월군 양돈농장이 ASF 확진 판정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냉면 김밥 등 외식비도 껑충… 돼지열병 겹쳐 추석 물가 비상
2분기 ‘밥상물가’ 10년만에 최대 상승
서울 서초구에 사는 박모 씨(66)는 8일 아내와 함께 동네 냉면집을 찾았다가 한참 동안 영수증을 들여다봤다. 물냉면 두 그릇과 만두 한 접시를 시켰는데 3만8000원이 찍혀 있었다. 혹시나 주문이 잘못 들어간 건 아닌지 살피던 차에 냉면 한 그릇 가격이 1만4000원으로 오른 걸 뒤늦게 발견했다. 박 씨는 “점심 한 끼가 4만 원에 육박하다니 외식하기가 겁난다”며 “마땅히 수입이 없는 노부부로서는 외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폭염 속에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이고 외식비와 기름값까지 일제히 고공비행을 하면서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 추석을 앞두고 이미 쇠고기·돼지고기 가격이 연초보다 20% 이상 급등한 가운데 국내 양돈농가에서 3개월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해 밥상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분기 한국 식품물가, OCED 평균의 4.5배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분기(4∼6월) 한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7.3%로 OECD 회원국 평균 상승률(1.6%)의 4.5배였다. 주요국 가운데 스위스(―2.3%), 노르웨이(―1.9%) 일본(―1.0%) 등의 식품 물가는 오히려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한국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유독 높은 것은 지난해 말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국내 기상 여건 악화가 계속된 데다 국제 곡물값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AI 확산으로 닭고기, 계란 값이 많이 올랐고 장마, 폭염 등으로 농수산물 수급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며 “지난해 식품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일부 작용했다”고 했다.
김세완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쌀을 제외하고 콩, 밀 등 곡물 대부분을 수입해 해외 곡물 가격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라며 “곡물 수입은 장기 계약으로 이뤄져 단기간에 가격을 잡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7월 국제 곡물 가격지수는 125.5로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9.6% 급등했다.
○ 폭염으로 농수산물 작황 나쁜데 돼지열병까지 겹쳐
연일 치솟는 식품 물가에 외식비도 덩달아 뛰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6월 서울을 기준으로 소비자원이 선정한 대표 외식 품목 8개 가운데 7개가 1월보다 올랐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냉면으로 1월 평균 9000원에서 6월 9500원으로 5.6% 뛰었다. 냉면 한 그릇이 1만7000원인 식당도 있다. 이어 김밥 한 줄이 평균 2731원으로 2.9% 올랐고 비빔밥(9000원)과 칼국수(7462원)는 각각 2.6%, 2.1% 상승했다. 김치찌개 백반(6846원) 1.1%, 자장면(5385원) 0.72%, 삼겹살(200g 기준·1만6684원) 0.62% 등으로 일제히 올랐다.
국제 유가 상승 여파로 국내 기름값도 14주 연속 올랐다. 8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1원 오른 L당 1645.1원이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선 L당 2000원을 넘긴 주유소도 많다.
이 같은 물가 상승세는 하반기(7∼12월)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폭염으로 농산물 작황은 더 나빠졌고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기상 이변으로 국제 원자재 값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8일 강원 고성군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ASF가 밥상 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월 강원 영월군 양돈농가에서 ASF가 발병한 이후 3개월 만이다. 정부는 이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2400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다행히 반경 10km 내 양돈농장이 2곳에 불과해 당장 돼지고기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ASF 방역에 차질이 생기면 추석을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국내 돼지고기 가격(삼겹살 100g 기준)은 6일 현재 2584원으로 1월에 비해 이미 22.3% 올랐다.
세종=구특교 기자, 박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