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버지로부터 한글과 숫자를 깨쳤고
주산도 배웠다. 시골에 살았으므로 유치원도 없었고 국민학교도 동네에서 한 참
떨어진 외딴 곳에 있었다. 설사 유치원이 동네에 있었다 하더라도 돈이 없어 다닐
수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엔 국민학교에도 월사금을 내야했으므로 시골에선 매달
회비를 꼬박꼬벅 내기란 쉽지 않았다. 돈이 되는 농작물을 심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보리나 쌀을 장날에 내다 팔아야 몇푼이라도 손에 쥘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산을 일찍부터 익혔으므로 계산이 빨랐다. 시험을 치고 난 후에는 선생님이 성적을
합산해서 평균을 낼 땐 방과 후에 나를 불러다 주산으로 계산을 시키기도 하셨다.
컴퓨터가 개발됐다는 소식은 나중에 대학때 자동제어 시간에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다.
졸업후 해군 복무를 마치고 해운회사에 취업하여 2등기관사로 근무하였다. 기관실에는
제어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 소음으로부터 차단돼 있고 에어콘디션도 설치돼 있다.
제어실에는 엔진 로그북(Engine Logbook)이 있어 각 당직마다 기기의 운전상태 및
정비를 기록하도록 돼 있고 항주거리, 연료소모량 등을 기록하도록 돼 있다.
추진기(프로펠러)의 피치에다 총회전수를 곱하면 추진기에 의한 항주거리가 나온다.
그런데 실제 선박의 항주거리는 파도나 조수, 바람 등의 영향으로 덜 나간다.
이러한 계산을 일일이 곱셈으로 하려면 귀찮아진다. 내가 탔던 선박에는 조그만 기계식
계산기가 하나 있었는데 더하기 빼기, 곱셈 나눗셈을 핸들을 돌려서 하는 방식이었다.
그 후 얼마 안 돼서 일제 카시오 전자계산기가 회사에서 지급되었다.
1976년 일등기관사가 되어 원목선을 타게 되었다. 당시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유럽에서는
원목 수요가 많았다. 주택건설도 있었고 가구 바람도 불었다. 원목산지로는 북미 미송,
남미 칠레송, 뉴질랜드송, 인도네시아 필리핀산 라왕재가 주류를 이루었다. 내가 탄 배는
프랑스회사에 차터되어 동남아시아산 라왕재를 싣고 유럽 여러 나라 항구에다 풀어주었는데
매 항차 벙커링(연료수급)을 싱가폴에서 하였으므로 벙커링 하는 동안 키멤버만 남겨놓고
다른 선원들은 상륙하여 쇼핑을 할 수가 있었다.나도 그 틈에 끼어 나갔다가 과학계산용
전자계산기를 제법 비싼 돈을 주고 샀다. 48년이 지난 지금도 쓰고 있다.
아침 뉴스에 구글이 현재 가장 빠른 슈퍼컴으로도 10셉팁리언(10의 24승)년 걸리는 문제를
5분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한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양자칩 윌로를
장착한 양자컴퓨터가 성능실험에서 현존하는 가장 빠른 슈퍼컴인 프론티어를 능가했다고 한다.
우주의 나이137억년보다도 아득하게 긴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단 몇 분 안에 풀 수 있다고 한다.
윌로(Willo)칩은 105개의 큐비트를 가졌으며 구글은 윌로칩의 큐비트를 연결해 큐비트수가 늘어날
수록 오류가 줄어드는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양자컴퓨터의 연산능력을 활용하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군사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