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범죄란 전혀 무관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놀랄만한 지적입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범인을 찾아내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범행을 가리켜 ‘완전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어떤 사회현상을 비꼬는 듯한 일갈입니다. 범죄에 범인이 없다니, 그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단지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것은 어느 기관만의 자존심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불안 요소가 됩니다. 그러니 범인을 찾아내야 하고 아니면 범인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모두들 안심하는 가운데 범인은 숨어서 쾌재를 부르며 낄낄댈 것입니다. 한 마디로 웃기는 일이지요. 그런데 때론 사회가 그렇게 움직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의 심리적 안전을 위해서 말입니다.
유명인사의 살해 현장에 두 사람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물론 두 사람은 이미 안면이 있습니다. 수학자 ‘아서 셀덤’ 교수와 대학원생 ‘마틴’입니다. 셀덤 교수는 피살자의 친구이고 마틴은 피해자의 집에 하숙하는 대학원생입니다. 그리고 마틴은 셀덤 교수에게 학위 논문을 지도받으려 유학을 온 학생입니다. 물론 교수의 지도를 받는 것이 당초 불가능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습니다. 더구나 셀덤 교수의 강의를 듣고 나서는 실망하여 떠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집 앞에서 만났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집에 들어서서 살인 현장을 목도합니다. 그리고 경찰의 조사를 받습니다.
피해자의 집에 하숙을 청하여 들어온 마틴은 주인이 매우 유명한 삶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 젊은 딸이 있는데 성숙한 딸 ‘베스’는 엄마의 간섭을 매우 꺼려합니다. 피하고 싶어도 아직 그럴만한 능력은 없는 듯합니다. 독립에 대한 간절한 꿈은 있어도 현실에 막혀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 베스에게 어느 날 마틴은 ‘베스도 할 수 있다’는 언질을 던집니다. 어쩌면 마틴은 무심코 던져준 말일 수 있습니다. 삶에 대한 격려요 위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이 어떤 힘을 발휘하리라고는 짐작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말의 힘’이라는 것이 누구에게 적용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수학공식과 상징으로 이어지는 범죄 수사극이며 추리극이기도 합니다.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그 깊은 뜻을 찾아내기도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흥미를 가지고 그러나 힘들게 따라가기는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끝 무렵 전체적인 사건의 전말은 이해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그보다는 좀 다른 점에 관심이 갔습니다. 마틴이 가까이 접한 여인이 두 사람 등장합니다. 베스는 하숙집에서 만난 여주인의 딸입니다. 첼로 연주자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자기 앞가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한 여자가 있습니다. 병원 간호사입니다. 셀덤 교수하고도 아는 사이입니다. 어느 정도인지는 모릅니다. 하기야 이전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니까요. 마틴과 잠자리까지 같이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티격태격 하면서도 두 사람 관계는 긴밀해졌고 마치 평생을 함께 하려는 마음까지 가집니다. 결국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싶었을 때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두 사람은 꿈을 따라 비행기에 오르려 합니다. 그래서 마틴은 공부를 접고 간호사도 병원을 그만두고 해외로 날아가려는 것입니다. 막 출구로 나가려는 순간 여자의 말 한 마디에 퍼뜩 깨닫는 무엇인가가 생깁니다. 그래서 가방을 열고 소지품 중 처음 살인 현장을 찍은 사진들을 뒤집니다.
일이 먼저인가, 사랑이 먼저인가? 가끔 질문해보는 문제입니다. 아마 20세기 때만 해도 남자의 경우 일에 우선을 두는 경우도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이라고 안 그런가요? 하는 반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서, 그의 가치관에 따라서 다른 행동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구태여 남녀를 가를 필요도 없다고 여깁니다. 어려운 질문이기도 하지요. 더구나 이것을 가지고 옳다 그르다 판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느냐 그 차이일 뿐입니다. 어찌 보면 그만큼 아직 사랑의 깊이에 빠지지 않았나보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아직도 이 사진을 가지고 있는 거야? 놀란 여자는 아주 잠깐 망설임이 보이는 듯했지만 곧바로 출구로 나가버립니다. 마틴이 따라오거나 말거나 상관없다는 식이지요. 그렇게 자기 길을 찾아갔습니다. 마틴은 돌아와서 사건의 끝이, 끝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납니다. 궁금한 것은 베스도 마틴을 좋아했는데 마틴은 왜 간호사 쪽으로 기울어졌는가 하는 것입니다.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사랑에 시간은 필수품입니다. 기다림일 수도 있고 함께 나눔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 ‘옥스포드 살인사건’(The Oxford Murders)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2008년 작품을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에 와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복된 주말을 빕니다. ^&^
깁어가는 8월의 첫 토요일
흰님의 고운 활동에
감사하면서
다녀갑니다.
내일다시 만나요
감사합니다. 복된 주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