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올해도 수능시험은 미증유의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벌써 수험생 둘이 자살했고 이제는 한 문제의 답안이 두개라는 스캔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그래서 교육평가원의 관행이 도마에 오르고 드디어 교육부 장관이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세상에 없습니다. 대학입시 문제 하나로 전국민, 온 매스컴이 벌집이 되는 나라!
“대입 수능시험을 치르던 여고생이 1교시를 마친 뒤 고사장을 빠져나와 인근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자살했다. 5일 오전 10시35분쯤 전북 남원시 노암동의 한 아파트 18층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 창문에서 남원 모여고 3년 송모(18)양이 40여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투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송양은 대입 수능시험 고사장인 남원여자정보고에서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마친 뒤 교문에서 100m쯤 떨어진 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밝혀졌다. 아파트 옥상 계단에는 송양의 가방과 휴대폰이 놓여있었다. 송양은 이날 1교시 언어영역 60개 문제 중에서 3개만 푼 뒤 시험지 여백에 “엄마, 언니, 아빠 행복하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 이모부도”라는 메모를 남겼다. 또 그 옆에는 자신의 생일인 ‘1985년 8월 22일’과 수능일이자 생애 마지막 날이 된 ‘2003년 11월 5일’도 적어놨다. 송양의 담임교사인 최모씨는 “송양은 말수가 많지 않은 평범하고 원만한 학생으로 평소 성적 때문에 크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송양의 아버지는 “아침에 ‘시험 잘 보고 오겠다’며 인사하고 나갔다”고 말했다”. (조선 11.5)
위의 기사에 의하면 송양은 수능시험을 치다가 갑자기 시험장을 탈출하여 인근의 아파트에 올라가 투신 자살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신문기사처럼 그녀는 “1교시 언어영역 60개 문제 중에서 3개만 푼 뒤 시험지 여백에 “엄마, 언니, 아빠 행복하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 이모부도”라는 메모를 남기고 고사장을 떠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녀는 아마 시험문제지를 본 순간 아마 눈 앞이 캄캄해진 진 것처럼 보인다.
필자 역시 그런 체험을 학창시절 여러 번 했었다.
이런 상황은 주로 모의 고사나 혹은 수능시험처럼 외부 시험의 경우 발생한다. 즉 평소에 접해 보지 않은 문제 유형을 접할 때 수험생들은 당혹감을 느낀다. 그러나 현금의 시험제도 , 즉 사전에 문제가 유출되지 못하는 비밀시험의 경우 출제자들은 가능한 새로운 형식의 문제를 출제하려고 애를 쓴다. 시험의 원칙은 공개시험, 즉 시험의 문제가 사전에 다 알려지고 이를 천천히 풀 수 있는 시험이 진정 학습과 결부되는 올바른 시험이다.
한국의 거의 모든 시험문제 제출 기관들은 사전에 시험의 기밀이 밖으로 유출되지 안도록 엄청난 신경을 쓴다. 필자는 이런 맥락에서 인격적 교육과정과 유리되는 시험 제도, 즉 외부 평가를 부인(否認)한다. 외부 평가를 할 경우 평가의 객관성은 보장될지 모르나 이는 교육과정을 전적으로 평가에 종속 시킴으로써 교육자나 학습자나 모두 평가의 노예로 전락시킨다는 폐단이 있다. 즉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오직 수능시험만을 지상(至上)의 목적으로, 여기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모두 무가치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규 교육 과정을 무시하고 오직 수능 시험을 위한 학원이나 고액과외 강사 등만을 존중한다, 여기서 학교 붕괴 혹은 교실붕괴라는 기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즉 학교의 학원화가 이루어 진다.
② 내부 평가와 외부 평가
수능시험 같은 외부 시험의 경우 이를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학교나, 선생 그리고 학생들은 모두 처음 보는 문제나 출제 형식에 놀라고 당황하게 된다. 이제 각종 시험이나 평가 제도는 “시험지를 받아 본 순간 눈 앞이 캄캄했다” 같은 말이 안 나오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런 경우 참고가 되는 것이 숙제 형식의 시험이나 독일의 고등학교 졸업시험제도, 즉 아비투어(Abitur) 이다. 아비투어(Abitur) 는 시험시간도 길고, 시험 도중 각종 참고서, 사전 등을 참조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자기가 공부한 학교에서 자기를 가르친 선생님들이 만든 문제를 푸는 시험이다. 이런 시험을 볼 때, 작고한 송양처럼 시험 도중 갑자기 시험장을 벗어나 인근의 아파트 옥상으로 가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교육공화국의 정책은 입시정책의 혁명적인 개혁을 요구합니다. 대학입시를 폐지하고 고교졸업성적으로 입학하게 하고 또 대학에서도 입학보다는 졸업시험을 중시함으로써 평준화니 비평준화니 하는 소모적인 논쟁의 종식을 도모해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위해서는 전대학의 (재정의) 공립화가 필요합니다. 아니 사립을 굳이 없애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문제에는 정부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델란드의 경우 사립을 인정하고 재정도 전적으로 국고에서 보조하면서 학사관리는 한다고 합니다) .
그리고 한국의 시험제도는 모두가(초등학교부터 사법고시까지) 객관적 지식이나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인간의 주관적 능력, 예를 들면 판단력, 추리력 혹은 비교, 분석의 능력 등이 성장하지 않습니다. 모두 앵무새처럼 암기만 할 뿐 주관적으로, 창의적으로 사고할 줄 모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능 시험은 외부적, 획일적, 집단적 시험으로서 이것이 학생들, 국민들의 사고를 획일화시키고 결국 획일적인 인간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저는 수능시험을 순응시험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대학생들도 사고의 다양성, 개성, 독창성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논리적인 판단력, 추리력이 나쁩니다.
그리고 객관식, 획일적 평가제도, 시험제도는 용기 없는 비겁한 인간을 양산(量産)합니다. 자기 판단이나 자기 결정보다는 힘있는 사람이나 주변 상황에 적합한 언행을 합니다. 눈치와 요령 그리고 아부와 줄서기 등의 해바라기 정치인들을 생산하는 것이 한국의 객관주의, 정답주의 교육입니다.
얼마 전 검찰이 수사를 하다가 피의자를 물고문하고 구타하여 죽인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윤리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논리적인 문제입니다. 즉 한국의 검사, 법조인들이 법과 도덕을 무시하고 있으며 그들은 동시에 머리도 극히 나쁘다는 것입니다. (형사 콜롬보를 상기해 봅시다, 범인을 머리로 잡아야지 몽둥이로 잡아서는 안됩니다)
수능 대신 독일에서와 같이 고교졸업시험으로 평가를 대체해야 합니다.
③ 수능 시험은 안간의 의존성, 노예성을 조장한다.
그리고 수능의 폐단은 선생닝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교사, 학생 그리고 전 교육과정을 수능의 노예로 타락시킨다는 점입니다. 사교육 역시 그런 수능의 부산물입니다.
평가는 교육자의 고유한 권한입니다. 내신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르치는 교사가 배우는 학생의 성적을 최종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설령 고등학교 교육이라고 할지라도 각 교사나 학교 그리고 학생들은 다 개별적이고 다릅니다.
같은 공식을 가르쳐도 엄청나게 다른 방식으로 지도하거나 학습할 수 있습니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지식을 매개로 한 인격적이고 개별적인 만남의 사건입니다.
따라서 같은 교과서로 지도하더라도 교과 과정도 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능이나 다른 외부적인 평가가 학습의 최종 목표가 되면 결국 교육, 학습, 교사, 학생 모두가 그 외부평가의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러니 한 학생에 대한 평가는 결국 그를 직접 가르친 사람만이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교육의 상호작용(교사-학생의 인격적, 지식적,학문적 관계)과 분리된 어떤 외부적인, 획일적인, 기계적인 평가 시스템에 반대합니다. 독일에서는 자기가 배운 학교, 교실에서 가르친 교사들이 제출한 문제로 고교졸업시험을 보고 그것이 또한 대학 입시자격시험이 됩니다. 그리고 대학에서도 졸업시험으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입학시험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않습니다.
이처럼 성적에 대한 외부평가가 아니라 내부평가, 즉 가르친 자가 배우는 자의 실력을 최종적으로 평가한다면 사교육은 저절로 없어 집니다. 사교육 받는 목적이 외부평가 내지 대학 입시의 대비이기 대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고교생 여러분, 국민 여러분
이 인터넷 교육 홈페이지에 많이 가입해 주십시오. 제가 교육문제를 풀겠습니다. 우리도 노사모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노사모 회원이 4만이었을 때 노무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고 7만이었을 때 그는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교육공화국 회원수와 활동을 보아서 저도 정당 개설 및 정치활동으로 나서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개혁적인 정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개혁 용량(capacity)은 작고 할 수 있는 일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재의 교육문제는 워낙 중증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발상의 근본적, 혁명적 전환을 요구합니다. 기성세대가 제대로 교육개혁을 하지 못하면 위의 고교생이 거리로 뛰쳐나와 데모할 것입니다. 4.19때 본 것처럼 (대학생의 데모와 달리) 고등학생들의 데모는 굉장히 극렬합니다. 이런 일들이 생기기 전에 정치를 통해 제도개선을 해야 합니다. 수능반대, 대학 입시반대, 대학 민영화 반대의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고 국가교육주의를 제창해 주십시오.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를 향해 노력합시다.
④ 복선제 학교제도와 대입자격시험 (아비투어)
우리는 현행의 입시제도의 야만성을 극복하기 위해 복선제 학제와 대입자격시험 (아비투어) 을 주장한다. 아비투어는 위에서 말한 내부평가에 해당한다. 즉 자기가 배운 것을 배운 곳에서 시험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험은 기본적으로 논문식, 주관식이며 시험보은 과목이 2-3과목 뿐이어서 부담이 적다.
독일에서는 초등 4학년을 마치고 나서 인문(중)고, 실업(중)고 그리고 기초(중)고 등으로 나뉘어 진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우리처럼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구별이 없다)
a) ‘인문고(김나지움, Gymnasium)’는 대학을 가기 위한 학교이다. 기간은 9년이다. 물론 인문고 나와서도 취업을 할 수가 있다. 사실 독일의 인문고는 한국 대학의 1학년 이상의 수준을 가진다. 인문고를 마치고, 예를 들면, (지방지) 신문기자가 될 수 있다. 필자는 독일에서 그렇게 고등학교 마치고 일선 신문기자로 5-10년씩 일하다가 다시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과 사귀어 알게 되었었다. 그리고 독일의 국어(독일어) 고학년 교재에는 신문 편집하는 과정이 나온다고 한다.
b) ‘실업고(Realschule)’는 문자 그대로 직장을 가기 위한 학교이다. 기간은 5-6년이다. 그리고 실업고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나 일반대에도 갈 수 있다. 실업고나 실업전문학교의 상급반이 되면(14-16세) 실습, 현장 중심의 학교교육을 받게 되는데 이를 “이중 제도(dual system)”라고 한다, 즉 일주일에 학교 수업은 1-2일 받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견습생 역할을 한다. 이 때 월급도 정규직의 절반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이 경우 대부분 학습과 직장이 연계되어 있어서 학교 과정 졸업 후 견습한 직장에 취직한다. 독일에는 실업고 외에도 이와 유사하게 직업과 연결되어 있는 온갖 종류의 학교형태가 있어서 이는 지역마다 다르고 또 기업마다 다르다.
c) ‘주요고(Hauptschule)’는 실업고와 비슷하나 공부하기를 싫어하고 성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학생들이 간다. 그래도 거기서 열심히 하면 직장 구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그리고 거기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나 일반대에 진학할 수도 있다.
⑤ 해방 이후 미국식 교육제도 완전 실패 – 다시 독일식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도 일제시대에는 복선제 학교제도를 시행했었다, 그러다 해방이후 미군 군정에서 독일식의 복선제를 미국식으로 단선제 학제로 전환시켰다. 일제시대
에 교육을 받은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당시의 전문학교, 상고, 농고를 나와 잘 된 분들이 많다.
가령 진념(陳稔)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일제 강점기의 교육이 더 나았다”라는 말을 하는데 필자는 이를 당시 일본 정부가 시행한 독일식의 복선제 학교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는 초,중,고급 교육 모두가 2원적인 체제로 운영되었었다. 가령 고등교육의 경우도 전문학교와 대학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물론 그 당시는 복선제는 신분적 차별과 폐쇄성을 띤 복선제라고 한다면, 현행 독일에서 행해지는 복선제는 교육의 다양성과 평등성을 보장하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 체제이다. 요는 복선제를 시행하더라도 독일에서처럼 학교간의 편입학을 자유롭게 허용한다면 신분적 차별을 위한다는 복선제 학교는 적성과 능력 그리고 개인의 희망에 가장 부합하는 학교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복선제 학교제도의 전제조건은 대학을 나오지 않고 실업학교나 전문학교를 나와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사회적인 약속이다.
독일을 보면 한국에서 무시하는 기능공, 예를 들어 수공업자, 보일러공 혹은 목수, 등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가 대단한 것을 알 수 있다.
공부라는 것이 한국에서와 같이 출세나 금전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순수한 원리(아르케)의 탐구라는 것이 인식되면 현금의 입시위주의 살인적 성적 경쟁은 상당히 완화될 것이다. 그리고 현금의 한국의 큰 문제인 대학의 이공계기피 현상 역시, 실업교육, 기능교육의 강화되면 사라질 것으로 본다. 학교 서열화 그리고 학과 서열화는 시장주의, 자본주의 교육의 폐단에 속한다. 이런 경향은 특히 미국식의 단선적 학교제도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된다. 시장주의 교육 혹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은 불필요하게 모든 교육을 현금가치로 환원시키려 한다.
지식과 돈의 직접적 연결 고리를 끊는 것이 학교 제도 개혁의 요점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해방 이후 60년 미국식 교육제도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과감하게 인정하고 그 반대로 , 즉 독일식, 유럽 대륙식 학교제도 즉 복선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