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다툼
세상엔 살아남기 위한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학교 공부가 그렇고, 취업난은 더하다. 그리고 가문의 영광이라는 국가 최고 통치자의 자리를 두고서는 국론분열로 이어져 국민의 생각이 반쪽이 난다.
나는 요즘 대중교통 이용시 자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예전처럼 젊은이들이 나이든 사람에게 자리 영보하는 세상이 아니어서 서서가다 보면 서로가 어째 좀 불편하다. 그래서 거리가 멀어도 자리가 많은 승차장소를 택한다.
초파일을 앞두고 통도사와 주변 지역을 트래킹하고 돌아오는길, 양산통도사 버스터미날에 도착했다. 시외노선버스는 배차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내가 타고갈 시내버스는 어떻게 타는지가 궁금했다.
그런데 개찰구를 나서니 행선지별 출구가 정해져 있었다. 좌석표가 없으니 줄을 서시오...
이내 11번 버스가 왔다. 두번째, 버스에 오르려고 하나 웬 여자가 앞을 막아선다.
"줄을 서야지," 하고 말했더니, "줄이 뭔 대수야."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뭐요?" 폭발하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70대 중반, 남편이란 작자도 거지 짬뽕같이 생긴게 부부가 닮은꼴 밉상이었다. 뒤통수에다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뭐? 줄이 뭔 대수냐고? 니것은 인간들땜에 젊은 애들이 우리를 무시를 한다고 등신아..."
버스에서 내려 전철로 옮겨탔다. 종점에서 탔으니 자리가 여유롭다. 그런데 아가씨가 내옆에 섰다. 총각같으면 설레이려나? 자리가 있어도 남자곁에는 불편한 모양이다. 요즘 애들 같지 않네.
덕천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탔다. 중늙은이들이 많다. 앞쪽에 앉은 중년여자는 옆좌석이 비어 있어 다른 사람들이 앉으려 하면 뭐라고 하며 착석을 막았다.
그리고 계속 전화질이다. 도대체 뭘까? 소중한 물건이 있나? 아니면 금새 누가 이차에 타려고 지키고 있는걸까? 그런데 중간쯤 오다가 하는 수없이 자리를 내어주었다. 고얀지고...
맨뒷좌석에서 승객이 내리자 앞에 서있던 제법 과감한 옷차림의 아가씨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뒤로 이동하려 하였다.
이때 "예의를 지키고 자리를 양보해야지. 젊은 사람들이.." 하고 아가씨를 밀치고 뒷좌석으로 이동하는 나또래 중늙은이가 있었다.
대단한 인물나셨다. 전두환 동생을 닮았다.(전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아님) 그런데 어디에서 저런 용기가 나오는 것일까? 내가봐도 아가씨가 가까이 있었고, 갈 것이란 의사표시를 먼저하였다.
어른, 양보...어설픈 중늙은이 번지를 잘못 읽었다. 내자식도 그런면에서 후레자식 소리 들을지언정, 그들에겐 도덕이나 양보보다 질서와 공정이란 생각이 앞서 있다는걸 알아야지. 꼰대소리 듣기 싶상이다. 제발 곱게 늙자.
결국 뒷좌석은 문제의 남자가 차지했고, 아가씨는 기다리다 몇정류소 지나 다른 자리에 앉았다.
* 책을 읽어야 하는데 점차 게을러지고, 이렇게 빈 깡통 굴러가는 말만 늘어놓게 되네요. 좋은 휴일 맞으시길...ㅎㅎ
첫댓글 오늘 지하철을 타는데도 꼬라지가 또 그렇다. 줄을 섰는데도 막무가내로 치고 들어온다. 뒤져야 사라질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