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양수 교수가 저항성 고혈압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장 교수가 들고 있는 카테터를 신장 쪽으로 넣어 교감신경을 차단하면 혈압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프리랜서 장석준
‘저항성 고혈압’ 치료법
고혈압 약 30여 년 복용 땐
약효 없어 혈압 조절 안 돼
평균수명 늘어 환자 증가세
차세대 의료기기 임상 중
가족·친지 중 누구나 한두 명씩은 앓고 있는 질병이 있다.
바로 고혈압이다.
우리나라 40대 이상 5명 중 1명은 이 병을 앓고 있다.
고혈압은 각종 만성질환의 ‘전주곡’으로 불린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심장·신장·뇌·눈 등 혈관이
뻗친 모든 장기의 기능이 서서히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령 인구가 늘면서 약을 먹어도 혈압 조절이
잘 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가 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장양수 교수에게 원인과
치료법을 물었다.
- 질의 :저항성 고혈압이 정확히 뭔가.
- 응답 :“고혈압은 보통 40대부터 시작된다.
- 처음에는 ‘칼슘 채널 차단제’를, 10년 정도 지나면
- ARB 계열 약물을, 또 10년 더 지나면 이뇨제 계열의
- 약을 처방한다.
-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 이런 환자가 30여 년 동안 약을 먹으면
- 더 이상 듣는 약이 없다.
- 앞서 말한 세 가지 계열의 약을 모두
- 최대 용량으로 복용해도 혈압이 140㎎Hg
-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 ‘저항성 고혈압’
- 으로 진단한다.
- 전체 고혈압 환자의 5~10% 정도다.
- 일반 고혈압 환자에 비해 심장·뇌·신장질환
- 합병증 발생 위험이 훨씬 높다.
- 혈압이 높으면 어디서 혈관이 터질지 모른다.”
- 질의 :환자 수도 증가한다고 들었다.
- 응답 :“우리나라의 경우 1980년대 초만 해도
- 평균수명이 65.8세, 2000년에는 75.3세였다.
- 40대부터 약을 먹어도 30년간 70세까지
- 세 가지 약물로도 충분했다.
- 그런데 최근에는 80~90세까지 살면서
- 고혈압을 앓는 분이 훨씬 많아졌다.
- 고령 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저항성 고혈압
- 환자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 여기에다 혈관과 관련된 만성질환이 시작되는
- 연령대가 낮아진 것도 요인이다.
- 40~50대에도 저항성 고혈압 환자가 종종 있다.”
- 질의 :약이 없으면 아무 치료를 못 받나.
- 응답 :“그래서 ‘난치성 고혈압’이라고도 불렸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희망이 없었다.
- 하지만 최근 치료법이 나왔다.
- 우리 몸은 혈압이 높아지면 신장 쪽에
- 위치한 교감신경에서 뇌로 신호를 보내고,
- 뇌는 혈압을 낮추라는 명령을 내려 혈압이
- 조절된다.
- 고혈압 초기나 중기에도 이 시스템이
- 그런대로 작동되지만 난치성 고혈압
- 환자들의 경우 이 시스템이 거의 망가진 상태다.
- 혈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교감신경이
- 비(非)정상적으로 흥분돼 혈압을 낮추는
-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
- 새로운 치료법은 이 교감신경을 절제(차단)하는
- 시술이다.
- 서혜부(사타구니)의 큰 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 카테터(의료용 가느다란 관)를 신장 쪽으로
- 밀어넣어 끝에 달린 고주파로 해당 교감신경
- 에 열을 전달한다.
- 열에 의해 교감신경이 절제되면서
- 흥분 상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 시술 직후 혈압이 정상으로 내려가거나 혈압 약을
- 조금만 먹어도 되는 수준까지 좋아진다.”
- 질의 :신경을 차단한다고 하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응답 :“의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 우리 몸엔 30~40개의 교감신경이 척추를
- 따라 위치하고 있다.
- 각각의 교감신경이 관할하는 영역이
- 조금씩 다르다.
- 신장 쪽에 위치한 교감신경은 혈압과
- 관계된 신호만 뇌로 전달하고,
- (뇌로부터) 전달받는다.
- 심장을 뛰게 하거나, 운동을 하게 하거나,
- 사물을 보는 경우에도 교감신경이 작용하는데,
- 이때는 각각 다른 교감신경이 독립적으로 관여한다.
- 신장 교감신경차단술과 전혀 관련이 없다.”
- 질의 :전혀 새로운 치료법은 아니라던데.
- 응답 :“그렇다.
- 사실 고혈압 약이 없었을 1930년대 무렵 미국에서
- 먼저 시행됐던 치료법이다.
- 그때는 수술 칼로 배 부위를 절개한 뒤
- 신장 근처의 교감신경을 절제했다.
- 당시 약 2000명의 환자가 시술을 받았는데
- 모두 부작용 사례 없이 치료 효과가 지속된
-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 단, 배를 절제하고 꿰매는 과정에서 감염이
- 생긴 경우는 있었다.
- 지금은 절개하지 않으므로 옛날 같은 감염
- 우려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 마취 없이 40~60분 시술하고 당일 퇴원하거나
- 지혈을 위해 하루 정도만 입원하면 된다.”
- 질의 :앞으로 이 치료법에 거는 기대는.
- 응답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저항성
- 고혈압 환자도 점점 많아질 것이다.
- 새로운 치료법이 나와 의학계에서도 큰 기대를
- 걸고 있다.
- 특히 한국 기업(한독칼로스메디칼)이 주도해
- 정확도가 더욱 높아진 차세대 의료기기가
- 임상 진행 중이다.
- 교감신경 절제를 보다 정확하고 보다
- 정교하게 할 수 있어 해외에서 개발 중인
- 의료기기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다.
- 정부의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으로
- 선정돼 연구비를 지원받고, 한국보건
- 의료연구원의 신개발 유망 의료기술로도
- 주목받고 있다.
- 현재 해당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 대상자
- (약물 복용 후에도 혈압이 150~180㎎Hg
- 이상인 환자)를 모집 중이다.
- 임상시험이 끝나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