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마루에 조명이 없습니다. 설치를 할까 하다가 그냥 깜깜한 마루에 앉아 밤풍경을 보는것도 운치가 있을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달이 밝으면 밝은대로 어두우면 어두운대로 괜찮습니다. 반딧불이 어두운 허공에 그려내는 아름다운 선을 감상하는것도 또다른 흥취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촛불을 밝히는것도 좋을것 같아 지난번에 사온 부엉이 촛대를 걸 수 있는 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아파트를 재건축하느라 잘라놓은 나무들 속에서 골라온 라일락나무의 겉껍질을 벗기고 부분적으로 속살을 드러내도록 한번 더 깍아낸 다음에 사포질을 하니 나름 느낌이 괜찮습니다. 마루의 기둥에 고정시켜 촛대를 걸고 씨옥수수와 나무바가지까지 걸어 놓으니 그럭 저럭 자연스러운 맛이 납니다. 오늘 밤에는 촛불을 한 번 켜봐야겠습니다.
날이 어두워져 촛불을 켜본 모습입니다.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의 습성에 맞춰 부엉이 촛대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참 제격입니다.
캄캄한 밤에 빛나는 부엉이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헤겔이 <법철학>의 서문에서 역설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아오른다."는 문구가 생각납니다. 원래 미네르바는 지혜의 神인 아테네여신의 로마식 표기인데 미네르바의 상징인 부엉이는 세상을 살피고 세상에 신의 뜻을 전하는 전령을 의미합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되어서야 날아오른다는 말은 모든것들은 결국 끝무렵이 되어서야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의미로 쓴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 인생도 황혼 무렵이 되어서야 자신의 정체성이나 삶의 의미를 차츰 깨달아가기 시작하는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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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품분재 필무렵 원문보기 글쓴이: 必 霧
첫댓글 제 애칭이 부엉이인데.. ㅋ 반갑네요~!
그러시군요. 저도 몇십년을 부엉이과로 살긴 했는데
시골에 내려와 노동량이 많아지다 보니 자정을 넘기기가 쉽지 않네요....
오랫만에 미네르바의 부엉이 이야기를 들어보네요. 학창시절 학생회관 옆, 황혼의 미네르바 동산에서
막걸리 판을 벌리던 기억이 새삼 떠오릅니다.
저도 학창시절에 아주 재미있게 들었던 철학강좌 시간에 알게된 내용인데
부엉이 촛대 덕분에 오랫만에 되새겨 보았네요. 그때 수업노트를 아직도 가지고 있답니다.
낭만과 서정을 잃지않고 산다는 ....
소박한 즐거움을 ...
항상 응원합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어렸을적 부엉이 집에서 새끼 꺼내와 개구리 잡아다 주며 키웠던 생각이 납니다.
자신의 정체성 삶의 의미 눈을 감을 무렵 깨닳은 것보다 지금 바로~ 결코 전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현인들이 수 없이 질문을 던저 본 내용이며 현재도 진행형이 지만 사람도/나무도/모든것은 다 죽는다는 것
우울한 이야기 같지만 죽어야 다음 희망이 있습니다.모든것이 죽지 않은다면 그보다 더 큰 재앙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을 것이냐만 남았네요...무겁게 끌고가 죄송 합니다.나의 생각 입니다.
죽음을 대부분 두렵게 생각하지만 죽음의 문을 통과하면 더 좋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저는 우선은 죽어서 나무 거름이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너무 가볍게 생각해 죄송합니다.
아직은 청춘이라서...^^
ㅎㅎ 솟대도 좀 맹글어 보세요~
어딘가 지나다가 대장간에서 산 철솟대를 죽은 감나무에 꽂아 놓긴 했지요.
남들 다 하는것은 왠지 하기가 싫어서... 부엉이 솟대를 삼테기표로 만들어 볼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