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입원 중이다.
태풍 '라마순' 영향으로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 치고 있다.
병실 뒷산에 있는 사시나무가 곧 쓰러질 듯 흔들린다.
은수원 사시나무는 얼핏 보면 자작나무하고 많이 닮았다
자작나무는 추운 지방이나 고산지대에 많이 사는데.
사시나무는 버드나뭇과니까 습한 곳이나 들 쪽에 많이 사는 게 다르다
품격으로 봐도 자작나무가 몇 수 위다.
눈이 가득히 쌓인 러시아들 만에 외로이 서 있는 자작나무들.
러시아 시인 미하일 레르몬토프의 시에
안나 게르만이 노래 부른 (나 홀로 길을 가네)가 생각난다.
----"브이 하류 아진야 나다로구.. "
나흘로길을 나선다.
안개 속으로 자갈길이 빛나고
밤은 고요하다
황야는 신에게 귀 기울이고
별들은 별들과 속삭인다. (........)
문득 영화 <닥터 지바고>가 생각난다.
지바고 집 근처에 있는 자작 나무숲과 그 아래 슬픈 듯이 바람에 흔들리던 노란 수선화....
나는 자작나무를 참 좋아한다.
깊은 산중에 홀로 고귀한 듯 하얀 몸매를 드 러내고 서 있는 가을 산 금빛으로 물든
자작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나무의 귀족이라 부를 만큼 아름답고 품위가 있어 보인다.
마치 세상 속에 있면서도 결코 물들지 않는 수행자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언젠가 토굴이 생기면 주변에 잔뜩 자작나무를 심어야지 하고 망상을 피운 적도있다.
이제 살 만하니 노래도 흥얼거리고
그래, 나도 역시 사람이었구나.
7.5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