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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숙
1월 21일
불법사드철거 김천평화촛불 923회
비가 오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안 오는 것도 아닌 날...
치열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소성리와 더불어
사드투쟁 맨 앞에 서 있는 김천 촛불집회, 비록 춥고 서글프더라도 오늘 또 923번째 촛불을 밝히려 사람들이 모여든다.
비를 피해 둥근 지붕 밑에서 차를 끓여 대접하는 우리 수연샘과 소성리가 낳은 우주 대스타 정진석 님의 모습이 추운 속에서도 따뜻한 위로가 된다.
오늘의 사회자는 김종희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이하 대책위) 기획팀장이다.
"구미에는 지금 옵티컬 하이테크 노동자들이 직장 폐쇄를 넘어서는 기업주의 불법에 맞서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들을 직장에서 내쫓으면서 그 부모들 밑에서 아이를 기르라네요. 무슨 수로 아이를 기를 수 있습니까? 그 부모의 흔들리는 삶 속에서 학교를 다녀야 되고 학업을 해야 되는 그 청년들의 앞날에 어떻게 꽃길이 열릴 수 있겠습니까? 부모를 끊임없이 자본의 이윤을 위해서 직장에서 내쫓는, 그리고 비정규직으로 돌리면서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정도의 월급을 주고 있는 이런 현실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첫번째 발언자로 나선 최현정 대책위 부위원장.
"몇 일전 많은 국민들이 보고 충격을 받게 한 영상.... 다들 보셨을겁니다. '국정기조를 바꿔야 합니다.' 이 한마디에 전주의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밖으로 끌고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거꾸러 가다 가다 왕정시대로 회귀한것인지...
많은 국민들이 그 장면을 보며 분노감과 모멸감을 느꼈을겁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데 국민들을 어떻게 보는지 다들 똑똑히 지켜보았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강의원이 잘못했다고 하는 대통령실과 국힘당의 입장이 있었죠.
어젠, 맘카페에 누군가 그 날의 영상과 이미지를 게시하면서 이번 총선에 투표를 잘하자는 댓글들이 달렸는데, 정치적인 그 글을 삭제해달라는 개인적인 연락을 받았습니다. '뉴스를 봤는데 저 의원이 잘못한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사드나 소각장 반대를 김천시민들이 하고있지만 이런 것도 모두 정치적인 문제이고 우리 생활에 정치와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 뭐가 문제가 되어 글을 삭제해야하는지?' 반문했더니, 맘카페가 빨간당을 반대하는 곳인지 다시 물으시더라구요. 그럼 제가 이 안에서도 좌우 색깔 구별을 해야하냐고 물으니까 알겠다하시고 그만하시더라구요.
저한테 연락주신분이 국힘당 당원인지는 알 수 없으나, 김천이 아직도 멀었구나 답답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국민의 울부짖음과 절규엔 눈감고 귀를 닫고, 윤비어천가만 부르는 언론을 보며 흡족해하는 이 정권이 어떻게 될지 꼭~ 지켜보겠습니다."
이어 안내말씀이 이어졌다.
1) 24일 수요일 저녁 7시 / 구미시 근로자 문화센터 3층에서 꽃다지의 승리! 콘서트가 있습니다. 꽃다지에서 구미 아사히, 옵티컬 그리고 사드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성주, 김천 주민들에게도 힘내시라는 응원의 의미로 콘서트가 열리는 만큼 평일 저녁 7시라 이른 시간일 수도 있지만 일찍 저녁 드시고 5시 30분 농소 주민센터 주차장에서 함께 가면 될 것 같습니다.
2) 27일 토요일 / 사드철회 평화회의 주관으로 2024 사드투쟁 힘다지기 워크숍이 있습니다. 4시 1부는 투쟁 계획 및 결의의 시간으로 이화만리 오시기 전 봉곡교회 내 까페 ‘쉼’에서 1부 행사를 하고, 2부 식사 및 친교의 시간은 이화만리로 이동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드투쟁에 함께하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시고, 2024년 새해 결의도 하고 편안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로 주차는 이화만리가 공간이 부족할 수 있어 교회에 주차 가능합니다.
3. 마지막으로 사드만큼 오랫동안 김천 시민들을 힘들게하는 폐플라스틱 소각장 문제가 있죠. 법원에서 김천시가 불허하고 사업체가 소송을 내어 조정권고로 2022년 양쪽 다 취소하였는데, 작년 가을 쯤 업체가 다시 허가 신청서를 김천시에 제출하면서 허가부서의 가부 판단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내일(22일) 월요일부터 설 명절 앞까지 김천시청에서 매일 1인 시위가 있고, 그 기간동안 이마트4거리에서 화, 목 ‘모여라! 반딧불’ 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모여라! 반딧불’ 집회는 반딧불은 아시다시피 환경이 깨끗한 곳에서만 살 수 있는 곤충입니다. 그런 반딧불보다 더 소중한 우리 가족,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반딧불 집회로 핸드폰 조명을 켜서 자리에서 15분간 들고 있으면 됩니다. 이런 집회는 처음이지만 자발적으로 이웃과 아이들과 함께 많이 참석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시간내 주시고 마음을 모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입을 틀어막는 정권, 국민의 소리를 좀 들어라!“
이어서 박수규 사드철거 성주대책위 대변인이 발언했다. 맹자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길 위에서 듣는 인문학 강의이다.
"맹자하면 보통 성선설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맹자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 순자라고 하잖아요. 성악설이라고 근데 이 성선설과 성악설의 결론은 같아요.
사람은 교육을 해야 된다. 교육을 받아야 된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맹자의 경우에는 '사람은 본래 선한데 주위 환경이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이 선한 본성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거울이 원래 맑은데 흐려지는 것처럼) 거울을 닦듯이 계속 닦아줘야지 자라서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는 게 성선설의 입장입니다.
순자의 성악설은 사람의 본성은 원래 이기적이고 탐욕스럽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묘목을 바로 키울 수 있도록 지지대를 세워주고 붙들어 매고 하는 것처럼 본래 이 구부러지고 탐욕스럽고 이런 본성을 지주대를 세워서 붙들어매고 해야지 나중에 좋은 사회를 이루는 제목이 될 수 있다 라는 입장이니까 사람은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서는 순자도 맹자와 똑같습니다.
맹자의 맨 첫 번째 이야기는 양혜왕편 하필왈리(何必曰利), '하필이면 이익을 논하십니까' 입니다.
양혜왕이 맹자를 거금을 주고 '우리나라에 와서 좀 정치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하고 초빙을 해요.
맹자를 만나서 '선생님이 천리를 마다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셨으니까 저한테 뭔가 이익이 되는 이야기 하나 해 주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랬더니만 맹자가 '하필이면 이익을 이야기하십니까? 임금께서 이렇게 이익을 이야기하면 바로 임금 밑에 있는 제후들도 자기 이익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그 밑에 있는 선비 집단들도 자기의 이익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다들 서로 이익을 찾으려고 하면 나라 꼬라지가 뭐가 되겠습니까? 맨날 싸움만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만승의 국가(1만 대의 전차를 운용하는 국가)에서 그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천승의 대부일 겁니다. 천승의 국가에서 그 임금을 죽이는 자는 백승의 대부일겁니다.
결국 이익에 눈이 멀어서 그 이익을 더 챙기려고 하면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자기 위에 있는 사람을 죽이고 그 이익을 뺏는 수밖에 없습니다.
인한 자, 너그러운 자 치고 자기 부모를 내다버리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로운 신하가 자기 임금을 죽이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오직 임금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인과 의인데 하필 왈리라니요?'
그때 양나라 혜왕이 많은 돈을 주고 초빙했을 때 맹자한테 이 이야기를 듣고 싶었겠어요? 어떻게 하면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고 백성으로부터 세금을 제대로 많이 거둘 수 있고 그 세금으로 군사를 길러서 이웃 나라를 쳐들어갈 수 있을까 이 이야기 듣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 혜왕한테 '임금이라는 게 이익 따위 딴 소리 해가(해서) 되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혜왕의 입장에서는 억수로 실망스러웠겠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맹자가 맹한 거 맞아요.
근데 저는 여기에서 그 결기를 느낍니다.
전국시대라는 게 맹자 스스로 표현하듯이 오로지 국력을 혹은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신하가 임금을 시해하고 형이 동생을 죽이고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좌를 차지하고 이런 것들이 일반화되어 있는 시대로, 농번기 농한기 구분도 없이 백성들을 끌어모아서 이웃 나라로 쳐들어갑니다. 그렇게 하면 농사를 망해요. 농사를 못 지으면 그때 당시에는 먹을 게 없으니까 들판에 시체가 즐비합니다.
이런 시대에 인과 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맹자 보고 비현실적이다라고 이야기를 해요.
생각해 보면 여기 있는 우리는 얼마나 비현실적인 인간들인가?
그나마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로 남북 정상회담하고 이때만 하더라도 평화의 길이 열리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때 우리는 자신 있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가 없다'라고. 근데 지금 어떻게 돼가 있습니까? 남북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북한의 김정은은 대한민국을 초토화시켜버리겠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초토화시키는 데는 군대만 골라서 타격하겠다는 게 아니고 남한 전역을 초토화시켜버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핵무기는 없지만 미국의 핵무기를 끌어와서라도 북한을 초토화시켜버리겠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핵무기가 없더라도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북한을 초토화시켜버릴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이미 가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라고 그래서 '북한도 남한도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우리는 얼마나 비현실적인 인간들입니까?
저는 이 상황에서 전국 시대에 이익이 아니라 부국 강병이 아니라 오로지 인과 의로서만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가 있다고 했던 그 맹자의 결기로부터 위로를 얻습니다. 여러분도 같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존엄하게 여기지 않으면 온갖 천하고 사악한 일들을 다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내가 내 스스로 존엄하다고 여기면 비굴하고 사악하고 그런 짓은 최소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의리가 있다면 내 이웃이 고통받고 있을 때 그 앞에서 치킨 파티하고 이딴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지난번 구미 옵티컬 하이테크 동지들이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데 가서 잠시 한 적이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라 출처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제 기억에 의존해서 말씀드리면 고고학자들이 아주 먼 선사시대 그러니까 인간이 유인원으로부터 분리되던 그런 시기 (지금으로부터 500만 년 전) 유골을 발굴했는데 거기에서 아주 특이한 걸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유골이 성한 게 아니라 다리뼈가 탈골되어서 움직일 수 없는 유골이었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유골은 부상을 입은 상태로 상당히 오랜 기간을 살아남았다는 것들을 확인했다는 거죠.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바로 이거구나라고 고고학자들이 확인했다고 해요.
오직 인간만이 자기의 동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키고 돌보고 보호할 수 있다는 거 이것이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 이것이 맹자가 이야기하는 인입니다. 다치고 부상당한 동료를 혹은 식구를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는 거 이게 인간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고공농성하는 동지들 때문에 집회가 있는데 그 공장에 이사라는 사람이 왔더군요. 이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이 노동자들이 이 공장에서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를.
10년 동안 그 공장을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노동자들이라고 합니다. 공장에 불이 나서 보험료까지 다 받아쳐먹고 희망퇴직을 받았어요.
280여 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 신청을 해서 퇴직을 하고 마지막에 13명의 노동자가 남았습니다.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거죠. 우리는 이 공장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렇게 나갈 수는 없다. 우리가 이 공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만큼 이 공장도 우리를 책임져라라고 고용승계를 요구했다고 그러죠.
그러면 최소한 사람이 사람답다면 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게 인간입니다. 근데 그 인간들을 그 노동자들을 내쫓으려고 고소하고 가처분 신청하고 전기와 물까지 끊어버리고 이런 것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거죠.
이렇게 의리가 없는 이런 존재들을 우리가 인간으로 부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제가 맹자 이야기를 우리 동지들과 함께 나누려고 하는 것은, 우리가 싸움하면서 각박해지고 그렇게 하더라도 괴물이 되지는 말자 우리 스스로 끝없이 돌아보면서 우리가 인간임을 잊지 말자 그 말씀을 같이 나누고 싶은 겁니다.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을 맹자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나눌까 싶습니다."
예전 기나긴 투쟁에 자신이 피폐해진다는 걸 느끼면서 떠난 사람들이 떠올랐다. 이렇게 길에서 듣는 인문학 강의가 우리를 메마르지 않게하고 자신을 거듭 되돌아보며 성숙하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정진석 님이 노래로 우리를 위로했다.
행복의 나라로
"진짜 꽉 막혀 있는 세상 속에 갇히는 느낌. 근데 정말 여기 오면 남들한테 말하지 못했던 그런 열망들, 우리의 옳음 이런 게 다시 살아나는 걸 느끼죠.
정말 이 자리가 평화의 교육장이고 또 평화가 발산되는 그 근원지가 된다는 것을 정말 느낍니다.
그렇게 해준 건 바로 여러분들이죠. 여러분들이고 우리의 관계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부른 노래는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구미 옵티칼 하이테크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응원의 영상 메시지를 만들어서 보내드리려고 합니다."하는 사회자의 제안에 모두 무대에 나가서 응원 영상을 찍었다.
집회가 끝나니 더 추웠다. 마무리하는 손길들이 바쁘다. 건강하게 한 주를 보내고 다음 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