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닙니다...
제 것이 아닙니다...
40대중반 어느 부부의 스토리,
오늘 아침 카톡을 도배한 감동의 글,
필독을 권합니다.
삼성 연구원 부인이 쓴 가슴 찡한 글입니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실명으로 공개하셨네요.
한 때는 이 아름다운 집이
제 가장 큰 자랑이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꾸민 아름다운 우리집...
잡지에 여러번 나왔다고
내심 자랑스러워 했던 우리집...
행여나 때가 탈까...혹여나 먼지 탈까...
닦고 쓸고 했던 우리집....
하지만 남편이 아프고 보니 제가 있을 곳은
궁궐같던 우리집이 아니라
몇 평 안되는 비좁은 병실이더군요...
피곤한 내 한 몸 누일 곳은 푹신하고
안락한 라텍스 침대가 아니라
딱딱하고 좁은 보조 침상이더군요...
내 꺼라 믿었던 남편과 공동명의로
되어 있던 자랑스럽던
내 집도 알고 보니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라만 봐도 뿌듯했던...
참으로 고운 접시들...
참으로 이쁜 그릇들...
난 왜 이렇게 꽂히는 게 많지?
남들은 그릇이면 그릇...
가구면 가구...옷이면 옷...
하나만 꽂힌다는데 난 왜 이 모든 것을
다 갖고 싶지? 라며 투덜대게 만들었던
내 못말리던 그릇 사랑....
그 수많은 이쁜 그릇들도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아무 소용이 없더이다.
제가 황량한 병실에서 쓸 수 있는 건...
보잘 것 없는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컵 뿐이더군요...
15자 붙박이장에 가득한 수많은 옷들과
제가 사랑해 마지 않던 명품 백들...
이 또한 제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하는 병실에선 편한
츄리닝과 레깅스면 족하더이다...
귀히 여기던 명품백도 필요 없더이다...
어디 그 뿐인가요?
이십년 넘게 나의 자랑이었던
나를 빛나게 해준다고...
나를 완전케 해준다고 믿었던 내 남편도...
제 것이 아닙니다...내 것이 아닙니다...
의사들은 말합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이 또한 내 것이 아니라고.....
이젠 압니다....
내 분신, 내 생명, 내 사랑하는 아이들 조차
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이 아이들 또한
그 분이 제게 잠시 맡기셨던 선물임을
제가 잊고 있었네요!
이와 같은 이유로...
근심, 염려 또한 제 것이 아닙니다...
적혈구 수치가 모자라 수혈을 해도...
의사가 제 아무리 무서운 말을 해도...
그것은 내 것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의 것입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7)
근심, 염려는 다 주께 맡기고
내 남편 또한 주께 맡기고...
저는 이 밤 또 기다립니다...
죽은 나사로를 살렸던 예수님이
베데스다 연못의 38년 된 병자를
찾아가셨던 예수님이
친히 내 남편을 찾아오셔서
살려주시길 기다립니다...
내가 가서 고쳐주리라..
말씀해 주시길 기다립니다...
그 분의 피값으로 살리셨던 내 남편을
또 다시 살려주시길 애타게 기도합니다.
내 것이 아닌 걸 내 것인 양 소유하며
자랑하며 욕심내었던 제 무지를,
제 교만을, 제 과거를 회개하며
눈물로 기도합니다...
의사의 권유로 내일 호스피스로 옮기는
울 화니가 무덤에서 걸어 나온
나사로처럼 그 곳을 건강하게 걸어나온
최초의 증인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불가능한 일이 없을 줄 믿습니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입니다.
저는 오늘도 희망을 선택합니다...
절망을 거부합니다....
내 남편이 살아서 하나님을 자랑하고
증거할 수 있도록 그 분께 매달립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평생 그 분을
사랑하고 섬기겠지만...오늘은 꼭 그
리 해주시길 무릎 꿇고 기도합니다...
내 기도가....여러분의 기도가...
오늘 밤 하늘 보좌를 흔들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 이후 얘깁니다.
남편없이 살아가기...
전 남편이 이렇게 빨리 죽을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영정사진 또한 준비하지 못했지요.
남편의 영정사진을 위해 핸드폰을 뒤지다가
아들래미 공개수업 때
찍은 이 사진을 발견했어요...
남편의 영정사진은 바로 이 사진을 가지고
만든거랍니다~
요즘 기술이 좋아서 이 사진을 가지고
양복입은 영정사진을 뚝딱 잘도 만들어내더군요.
넥타이는 영~~~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영정사진 자체는 참 맘에 들었어요!
환히 웃는 울 화니가 꼭 이십대
꽃미남처럼 보였거든요~
아직 어린 애기로 생각되던 울 호야는
장례식 내내 든든한 상주 노릇을 잘해주었습니다!
가끔씩 빈소 옆에 연결된 침대방에 드러누워
상주가 이렇게 누워 있어도 되나?라며 웃기도 했지만요...
그나저나 전 장례식 내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이 슬펐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울 화니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가는 거 같아서요!!!
정승 죽은 곳에는 문상을 안가도
정승집 개가 죽은 곳에는 문상을 간다는 옛 말이 있지요...
저희 양가 부모님들은 모두 퇴직하신 상태이고
아내인 저는 무직인데다(마당발이긴 했지만...^^;),
삼성 연구원이었던....일테면 정승인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저는 문상객이 얼마나 올까...생각했었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남편의 대학동기들,
그리고 저희 부부가 다녔던 교회 식구들과
제 지인들이 전부일 거라 여겼었지요...
저희 부부는 친척들도 많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삼성 서울병원에 장례식장을 예약했을 때
처음엔 중간 사이즈의 빈소와 식당을 예약했다가
아주버님이 손님이 너무 적으면 쓸쓸해 보일거라고
걱정하시길래 제일 적은 사이즈의 빈소와 식당으로
다시 예약을 변경했습니다...
그런데 왠걸...
빈소가 차려지기도 전에 제 블로그 이웃언니들부터
암까페 식구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니
교회 식구들은 버스 두대로도 모자라
각자 차를 갖고서 문상을 오더군요...
남편의 회사 동료들과 대학 동기들...
써클 친구들도 줄줄이 찾아오기 시작했구요!
얼마나 많은 조문객들이 왔는지...
저희는 방 하나로 모자라 더 큰 방을 하나 더 예약해야 했고
다음 날은 삼성 서울병원에서 제일 큰 방으로 옮겨야 했습니다!
정승집 개가 아니라 정승이 죽었는데도 문상객이
넘쳐나는 걸 보고 전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내 남편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울 남편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남편의 가는 길을 끝까지 지켜주는 걸까?
끊임없이 찾아오는 조문객들은 진심으로
남편의 죽음을 애통해 했고, 맘 아파했으며,
장례식 내내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일처럼
장례절차를 도와주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남편의 회사 동료들 뿐 아니라
남편이 함께 일했던 협력업체 쪽 분들도 잊지 않고
다 문상을 와주셨고 화환들을 보내주셨을 뿐 아니라
거금의 조의금을 내주셨더라구요...
전 남편이 저한테만 최선을 다하고...
저한테만 가장 좋은 남편인 줄 알았는데...
남편은 자기가 있는 곳 그 어디에서나 최선을
다해 살았고 가장 좋은 만남을 가졌나 봅니다!
그런 남편이...저는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런 남편이...저는 참 그립습니다...
옆에 있으면 궁뎅이를 툭툭 두들겨 주며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참 열심히 잘 살았노라고...!!!
당신 참 멋있는남자라고...!!!
삼성 서울병원에서 발인을 끝내고
저희는 집이 있는 수원시 연화장으로 향했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납골당도 미처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남편의 유골함은 수원시 연화장에 있는
납골당에 우선 안치하기로 했지요!
근데 이 곳은 다른 납골당처럼 자리가
돈으로 정해지는게 아니기 때문에
어느 자리에 안치될지 완전 복불복이었어요!
근데 우리 화니의 유골함이 안치된 자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중간....
왼쪽으로 일곱번째, 오른쪽으로 일곱번째...
위에서 네번째, 아래에서도 네번째인 딱 중앙이었답니다!
그걸 보고 하나님께 얼마나 감사하던지...!!!
전 이 때 이후로 늘 하나님이 제 삶에 개입하고 계심을 느낍니다....
하나님은 제 남편 대신 모든 걸 살갑게 챙겨주고 계십니다....
제가 밥이 안 넘어가서 아...죽이 먹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 여기저기서 죽이 배달되어 오고...
맛있는 김치가 먹고 싶다...생각하면 어김없이
너무나 맛있는 김치를 친구가 보내 줍니다!
돈이 갑자기 필요해서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가야겠다 생각하면
길에서 마주친 아버님이 저 주려고
은행에 돈부치러 가는 중이었다고
제가 필요했던 금액을 바로 꺼내 주십니다 ㅎㅎ
그래서 저는 울 수가 없습니다...
슬퍼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살뜰하게 절 보살펴줬던
남편 이상으로 하나님이 절 돌봐주시니
불평할 수가 없습니다...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한번쯤은 왜 내 남편을 이렇게 일찍 데려가셨냐고
마구 투정이라도 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완전 고수십니다...!!!
전 남편이 아직도 내 곁에 있는 거 같아서
자기야...라고 부르면 웃으며
금방이라도 달려올 거 같아서
남편의 부재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한겹 두겹 쌓이고 쌓여서
남편의 빈자리가 가슴에 사무치는 날이면
가끔씩 운전대를 잡고 이십분 거리의
이 곳을 찾을지도 모르겠네요!
유골함이 안치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해주었던
수십명의 지인들...그 분들의 위로와 응원 속에서...
우리 화니의 발인은 꿋꿋하게 잘 마쳤고
삼우제도 눈물없이 아픔없이 잘 마쳤습니다...
그리고 전 요즘 남편없이 살아가기 훈련 중입니다...
남편없이 살아간다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워
저는 새벽마다 하나님을 찾습니다...
새벽을 하얗게 지새우다 동이 틀 무렵
교회로 달려가 하나님께 묻습니다...
하나님...
울 남편...거기 잘 있나요?
남편에게 신약, 구약 먹으면 암이 다 낫는다고 꼬셔서
머리털나고 첨으로 성경1독 하게 했는데....
성경을 읽게 한 효과가 좀 있나요?
울 남편 천국에서 낯설어 하지 않나요?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 등등...
믿음의 선배들 보고 누가 누군지 몰라 당황해 하지 않나요?
뭐...울 신랑이야 어딜 가든 사랑받겠지요...
그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겠지요...
화니 덕분에 천국에 웃음소리가 더 커질 것도 같아요...
그쵸?
혹시 내 남편이 거기서도 엉덩이가
가벼웁게 이것저것 챙기느라 바쁘면
하나님이 좀 말려줘요...제발 좀 말려줘요...
좀 편히 쉬다가 쉬엄쉬엄 일하라고 해주세요...
울 화니...이 곳에서는 참 많이 힘들었거든요...
새벽부터 밤까지...참 치열한 삶을 살았거든요...
모두에게 사랑받는 삶 사느라
정작 자신은 챙기지도 못했거든요...
하나님...
울 화니...잘 부탁드려요...
천국을 낯설어하지 않게...천국을 온전히 누리게...
하나님이 잘 보살펴주세요....
그리고 하나님.....
하나님이 내 남편을 데려가셨으니
하나님이 내 남편이 되어주세요...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 주세요...
이 험악한 세상에서 남편없는 제가...
아빠 없는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외롭지 않도록...
하나님이 더 큰 울타리가 되어 주세요...네?
그리고 화니야....
화니야....
나는 잘 지내고 있어...나는 잘 웃고 잘 자고...
잘 먹으며 지내...그러니 내 걱정 말고...아무 염려 말고...
아이들과 나의 새로운 여행을 지켜봐줘...
예전에 아이들만 데리고 한달간
유럽 여행을 떠났을 때 처럼
우리가 이 곳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거라 생각해줘...
재미있는 여행 마치고 곧 집으로 돌아갈게...
내 아버지 집으로 갈게...
그 때 우리 다시 웃으면서 보자...
여행 잘마치고 왔다고 예전처럼 날 안아주라...
자랑스런 마눌이라고 이뻐해 주라...
화니야...
매 순간 매 호흡마다 자기가 참 그립다...
하지만 나 울지 않을래...
자기가 나고 내가 자기니까...
자기는 늘 내 안에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없는 천국에서도 행복해야 돼...
자기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퍼져
나 또한 웃을 수 있도록...꼭 그렇게 행복해야 돼...
사랑해..자기야...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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