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가득한 옷장을 열어도 막상 입을 옷이 없었던 경험이 있는가? 이런 응급 상황을 위한 처치법은 바로 남자 친구나 오빠, 혹은 아빠의 옷장을 뒤져 슬쩍 하는 것. 남자 옷을 입은 여자가 때로 훨씬 더 세련되고 섹시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지원이 입은 남성용 체크 셔츠와 데님 쇼츠는 모두 칩 먼데이, 남성용 그레이 니트 풀오버는 갭, 남성용 네이비 블레이저는 브룩스 브라더스, 오픈 토 하이힐은 슈콤마보니 제품. 원중이 입은 줄무늬 티셔츠는 세인트 제임스 바이 프레드 페리, 하늘색 옥스포드 셔츠와 베이지 치노 팬츠는 모두 갭, 헤링본 재킷은 엠비오, 슈즈는 고메 바이 프레드 페리, 양말은 유니클로 제품.
세련된 퍼스널 룩을 가진 슈퍼모델 아냐 루빅은 남자 옷 예찬론자다. “맨즈웨어는 여자를 파워풀하고 섹시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어요.” 실제로 그녀의 옷차림을 살펴보면 진짜 남성용 아이템을 여자 옷과 믹스해 스타일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자 친구인 사샤 크네즈빅에게 빌려 입은 톱맨 블레이저와 아크네의 헐렁한 티셔츠에 레깅스를 매치하거나, 브룩스 브라더스의 박시한 맨즈 셔츠에 스키니한 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스타일링하는 방식은 여자 옷을 남자 옷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오리지낼리티가 느껴진다. 이런 현상은 최근 옷잘 입는 세련된 여자들에겐 하나의 새로운 스타일링 공식으로 떠올랐다. 얼마전, 취재를 위해 만난 패션 홍보 담당자 아리스는 티셔츠나 스웨트 셔츠, 모자 등은 무조건 남성용을 구입해 박시하게 입는다고 답했고, 패션 매거진 어시스턴트인 신나은 역시 하의는 슬림한 여성용을 입지만, 상의는 남성용 티셔츠와 셔츠를 구입해 아주 루스하게 연출한다는 자신만의 스타일링 팁을 들려주었다. 스타일 좋은 패션 블로거 하넬리무스 타파르타가 맨즈웨어 마니아답게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몇 가지 팁도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티셔츠는 아크네와 유니클로, T 바이 알렉산더 웽의 남성용 라인을 구입해 헐렁하게 입는다는 사실. 여기에 가죽 쇼츠나 미니스커트를 매치하는 것이 그녀의 시그니처 스타일인 무심한 매니시 룩을 연출하는 노하우다. 또 다른 팁은 남성용의 박시한 아우터를 구입하는 것.주로 빈티지 마켓에서 헤링본이나 트위드 같은 두터운 아우터를 골라 얇은 벨트로 허리를 강조하고 롱 드레스나 미니 드레스를 매치해 여성스러운 느낌을 살려 입는 것이 남자 재킷을 연출하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체구가 작거나 말라서 남자 옷을 입는 것이 부담스러운 걸이라면, 스키니한 몸매임에도 맨즈웨어를 세련되게 소화해내는 의 패션 에디터 박나나의 어드바이스에 귀를 기울여보자. “남성용 재킷은 품이 작다 하더라도 소매통이 넓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자들에겐 조금 벙벙한 느낌이죠.
- 지원이 입은 남성용 화이트 셔츠는 갭, 남자 사이즈의 스웨트셔츠는 아메리칸 어패럴, 남성용 야구 점퍼는 코린티지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 가죽 플레어 미니스커트와 레이스업 부츠는 모두 쟈뎅 드 슈에뜨 제품. 원중이 입은 회색 스웨트셔츠는 쟈뎅 드 슈에뜨, 데님 블루종은 리바이스 포 오프닝 세리머니 바이 톰 그레이하운드, 네이비 팬츠는 갭, 레이스업 슈즈는 엠비오 제품.
피트하게 입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헤링본이나 트위드, 코듀로이처럼 도톰한 소재를 골라 소매 끝을 살짝 접고 박시한 느낌으로 입는 것이 예뻐요. 니트는 톰 브라운이나 앤 헐리우드의 핏이 예쁘고, 헐렁하게 입으면 예쁜 칩 먼데이의 체크 셔츠와 컬러감이 세련된 유니클로의 램스 울 카디건, 아크네와 T 바이 알렉산더 웽의 루스한 저지 티셔츠도 걸들에게 잘 어울릴 만한 아이템이죠. 요즘 클래식한 백이 유행하는 만큼 남성용 포트폴리오 백을 드는 것도 멋지겠네요.” 한편,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편이라면 또 다른 버전의 맨즈웨어 마니아인 스타일리스트 전효진의 스타일링 팁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남성용 배기 팬츠를 즐겨 입는데, 남자들이 입을 때보다 여자가 입었을 때 실루엣이 한결 더 살아나요. 보이프렌드 진 역시 진짜 남자 진 팬츠를 헐렁하게 입는 것이 훨씬 더 근사하죠. 단, 아주 마른 남자들을 위한 브랜드, 예를 들어 국내 레이블인 레이(Leigh)나 일본의 링(Ring) 같은 브랜드의 팬츠라야 어색하지 않게 입을 수 있습니다. 피코트 역시 남성용을 추천할 만한데, 여자들의 것처럼 허리 라인이 들어간 것보다 살짝 로우 웨이스티드된 남성용디자인에 하이힐을 매치하면 시크해 보이죠.” 맨즈 스타일에 일가견이 있는 걸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남자 옷을 입는 게 망설여진다면 먼저 맨즈 액세서리부터 시도하길 권한다. 쟈뎅 드슈에뜨의 디자이너 김재현이나 패션 에디터 케이트 란피어가 즐겨 하는 방식으로 다이얼이 큰 남성용 메탈 시계에 크롬 체인팔찌와 스터드 뱅글을 믹스해도 멋지고, 클래식한 남성용 페도라나 안경, 양말 등을 활용해 심플한 룩에 매니시한 터치를 가미하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 자, 이제 맨즈웨어의 세계로 입문할 결심이 섰다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타일링 공식인 실루엣의 배합에 신경 쓸 차례다. 박시한 재킷이나 코트, 루스한 셔츠와 카디건으로 상의를 풍성하게 연출했다면, 하의는 레깅스나 스키니 진, 쇼츠나 미니스커트로 슬림하게 연출할 것. 반대로 배기팬츠나 보이프렌드 진, 하렘 팬츠로 하의를 루스하게 연출할 생각이라면, 상의는 크롭트 재킷이나 타이트한 바이커 재킷등으로 몸에 꼭 맞는 실루엣을 완성할 것. 이 두 가지 공식만 지켜도 걸들의 맨즈웨어 스타일링은 반 이상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