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에서 두려움 관찰>
화장터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고 화장터에서 수행하기로 했다. 무척이나 두려웠지만 용기는 잃지 않았다. 어차피 언젠가는 죽을 목숨.... 어두워질 무렵 마을 사람들이 화장터로 한 구의 시체를 들고 와 독경 후 화장 했다. ‘죽어도 좋아. 사람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결국 죽기 위해서니까.’
해 질 무렵, 화장터 쪽으로 다가가려 할 때마다 무언가가 나를 뒤에서 잡아 당기는 것만 같았다. 공포와 용기가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았다. 칠흙처럼 깜깜하게 어두워진 후, 모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모기장 안에 있던 바리때가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밤새 모기장 안에서 타다 남은 시신 쪽을 바라보았다. 너무 무서워 잘 수가 없었다. 이런 수행을 할 필요가 있는가? 화장터에서 밤을 지낼 수 있겠는가? 아침이 밝아오자 “휴! 살았구나!”
‘아무 일도 없었어. 오직 나의 두려움뿐이었어.’
‘오늘 밤엔 조용히,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지. 어젯밤을 무사히 넘겼으니 오늘 밤도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오후 늦게 시체 한구가 또 도착했다. 사람들이 시체를 가져와 내 자리 바로 옆에서 화장했다.
밤새도록 좌선하며 앉아서 시체가 타는 것을 지켜보는 기분은 형언 할 수 없는 심정 이다. 어떤 말로도 이 두려움을 표현할 수 없다. 시체 앞에서 경행을 하고 싶었지만 감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고 겁에 질린 눈으로 앉아 있었다.
‘애라 여기서 죽어야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어.’
불법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다면 결코 그런 수행을 감행할 수 없으리라....
시체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개나 물소가 어슬렁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였다.
마치 꼭 사람처럼 내 쪽으로 다가왔다. 물소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어디로 달아날까?’
삼십여 분 지났을까? 발자국 소리가 다시 내가 있는 쪽으로 오는 것 같았다. 꼭 사람 같았다.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 죽으리라.’
그것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바로 코앞에서 멈추어 섰다. 시체가 일어나 타버린 손을 코앞에서 앞뒤로 흔들고 있는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을 내던졌다. 붓도 염불도 잊었다. 오직 두려움 뿐이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무서웠던 적은 없었다. 염불 마저 사라졌고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알 수 없었다.
꼼짝 않고 좌선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찰하고 있었다.
‘뭐가 그리 두려운가?’ ‘죽음이 두려워!’ ‘죽음이 뭔데 왜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지? 죽음이 있는 곳을 직시해봐. 죽음이 어디 있길래?’
‘죽음이 내 안에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