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락생태공원 마라톤 대회장)
아침에 눈을 뜨니 제주도에서 열린 <국무총리기 시도대항 구간마라톤대회>에 감독으로 나가신 허해원 샘이 희소식을 전했다. 부산대표선수단이 종합 3위의 쾌거를 이루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 기백과 기운으로 오늘 경기가 잘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늘 <사상에코마라톤대회>에는 가야지 회원 8명이 참가하였다. 안락동에 거주하는 회원 3명(고무신, 레지에로, 태암)은 고무신 샘의 차에 동승하여 대회장인 삼락생태공원로 향했다. 오전 8시 30분경에 대회장에 도착하니 회장님 차량이 먼저 와서 일행을 반겼다. 축구장 2개를 나란히 가진 초대형 운동장이 임시 주차장으로 바뀌었는데 이른 도착으로 거의 빈자리였다. 차량 밖에 둘러서서 차를 한잔씩 하고 싶었는데 바람이 쉴새없이 불어 추위를 피해 차안에서 커피를 마셨다.
5km 출발 시간이 10시로 잡혀 있어 거의 1시간 가까이 차안에 머물면서 추위와 긴장을 풀었다. 꾸니 샘이 먹기 좋게 껍질까지 깐 삶은 계란을 한 통 주셔서 한두 개씩 나누어 먹었다. 출발 시간이 30분 정도 남았을 때 차를 나와 준비운동을 하고 물품을 맡겼다. 꾸니 샘과 이종철 샘이 물품 보관용 대형 비닐을 바람막이로 개조하여 입고 나타났다. 나도 옳커니, 이거다 싶어 비닐봉지를 하나 더 얻어 물리치료센터 창구로 가서 직원의 도움으로 가위질을 하여 비닐 바람막이를 만들어 입었다. 하의는 짧은 반바지였지만 긴팔 상의 위에 가야지 유니폼을 입고 목 머플러에 목장갑까지 꼈다. 여기에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방풍 효과가 좋은 간이 바람막이까지 했더니 한기에서 완전히 해방이 되었다. 이 차림으로 약 3km를 달렸더니 목덜미에 땀이 차고 온몸에서 온기가 차올랐다. 주자들의 코스 유도에 여념이 없는 김용범 선생님을 만나 벗어서 손에 쥐고 달리던 비닐 바람막이를 넘겨주었다. 몸이 한결 자유롭고 가벼워졌다.
중간 지점을 통과하여 6km와 8km를 가리키는 알림판을 지나도 속도감이 떨어지지 않았다. 2주전에 참가한 <부산바다마라톤대회>에서는10km 종목에서 01:01:43.76을 기록하여 아쉬움을 남겼는데 오늘은 1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역주의 끈을 놓지 않은 끝에 아슬아슬하게 소망을 이루었다. 00:59:55.95의 기록이다. 코로나 이후 10km 코스를 여러 차례 달렸는데 1시간 이내에 들어오기는 처음이다. 몸이 차츰 살아나고 있는 느낌이 들면서 자신감도 강해진다. 전성기 때의 55분대 기록을 다시 세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15km를 주파한 이종철, 오궁, 고무신, 곽태환 샘도 모두 호기록으로 완주를 하셨고, 꾸니, 레지에로, 태암도 10km를 방금 떡방앗간에서 가져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을 주무르듯 지치지 않고 달렸다. 특히 갑자기 찾아온 복병에 컨디션이 떨어졌을 오궁 샘이 포기를 하지 않고 15km를 완주하신 점이 놀랍다. 최근에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치타처럼 주로를 펄펄 뛰던 회장님은 장염으로 배번을 레지에로 샘한테 넘겨주고 회원들의 역주 모습을 찍느라 휴대폰을 들었다. 달하니 샘도 귀국 후 대회 첫 출전을 고대하며 기대에 부풀었는데 남동생 대신에 모친을 돌보기 위해 과감하게 대회 참가를 포기하셨다. 효는 백행의 근본이라 하지 않았는가? 늙으신 부모님을 한시라도 편히 모시는 것이 세상 그 무슨 일보다 우선해야 하지 않겠는가? 지극히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시는 달하니 샘 같은 분들이 계셔서 가야지는 국가정원의 화려한 꽃밭보다 더 아름답다.
대회장에서 가까운 목욕탕으로 가서 목욕을 하고 자칭 갈비 끝판왕을 자랑하는 <사상 초량갈비>에서 회식을 하였다. 명함에서 자랑하는 대로 양념갈비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처음 한 판이 댓바람에 게눈 감추듯 사라지고, 두 번째 판도 잠깐 사이에 눈에서 사라졌다. 맛집으로 소문이 나 홀과 방에 손님이 가득했다. 운전을 하신 이종철 샘과 서정호 샘은 회식 도중에 주차장의 차를 옮기느라 잠시 자리를 떠야 했다. 주차장은 차로 만차, 식당 안은 몰려든 손님들로 만원이다. 그래도 회장님이 발빠르게 전화로 선약을 해서 무난히 두 테이블을 차지하고 맛있게 포식을 할 수 있었다. 식당을 나와 후식으로 커피와 하동 녹차 라떼를 마셨다. 오궁샘과 곽태환 샘이 개인 사정으로 먼저 귀가하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지 못해 아쉽다.
고무신 샘이 안락동 집 근처까지 차를 태워 주셨다. 집안의 외동 아들 막둥이로 큰누님에게 귀염을 떨어(???) 선물로 받았을 것 같은 고급 승용차를 덕분에 임금님 부럽지 않게 편안하게 탔다. 엉덩이와 다리, 등판이 따뜻해 마치 군불을 때 구들장이 뜨끈해진 시골 옛집 구들막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고맙다. 오늘도 여덟 명 가야지 회원님들과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서 함께 달리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함께하신 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沙上環境馬拉松大會
三樂結集
三樂公園大會場
伽倻八員一所合
月星前沒日出前
起床出家秋戰士
頻逢和顔笑人事
含水江風入胸裏
逃避寒風入車內
一盃咖啡始新日
삼락공원에서 한데 모이다
삼락공원
마라톤 대회장
가야지 여덟 회원이
한자리에 모였네.
달도 별도 지기 전에
해도 뜨기 전에
잠자리를 박차고 집을 나선
가을의 전사들이다.
자주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물기 머금은 강바람이
가슴속을 파고들어
찬바람을 피해 차안으로 들어와
한 잔 커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三樂結意
大會申請旣結心
今日路程短距離
圍成一圈中合手
完走祈願高喊力
張大所望別隱有
還境回生爲樂園
每走一步思自然
呼氣吸氣信人間
삼락 결의
대회를 신청하면서
이미 먹은 마음
오늘 코스가
단거리이기는 하지만
둥글게 서서
가운데로 손을 모으고
완주를 기원하며
소리 높여 힘을 외친다.
더 큰 소망은
따로 숨어 있으니
환경이 되살아나
즐겁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내닫는 걸음마다
자연을 생각하고
들숨 날숨마다
사람을 믿어 본다.
還境驅步
還境危機話頭世
洛東江水一級水
候鳥天國三樂園
江鳥共生遙遠事
人慾自招一步退
結者解之悔改心
自然逆鱗愼挑發
本心回歸我自然
환경 달리기
환경 위기가
화두가 된 세상
낙동강 물
일급수
철새 천국
삼락 동산
강과 철새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득히 멀기만 하다.
사람의 욕심이 자초한 일이니
한걸음 물러나
일을 저지른 자가 해결한다는
회개하는 마음으로
자연의 역린을 건드리는
도발을 삼가고
본래의 청정한 마음으로 돌아가
나도 자연임을 알아야 한다.
三樂三寶
滿長歲月水沖所
土沙累積變沃土
一時農夫開墾田
菜蔬農事生計地
北風寒雪嚴冬來
珍客候鳥成群飛
作配築巢孵化處
水鳥草有是三樂
삼락에는 세 가지 보물이 있다
길고 긴 세월
강물이 휩쓸고 지나간 곳
흙과 모래가 쌓이고 쌓여
기름진 땅으로 변했네.
한때는 농부들이
밭을 일구어
채소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땅이었다네.
된바람이 불고 차가운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이 오면
겨울 진객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와
짝을 짓고 둥지를 틀어
새끼를 치는 곳
물과 새와 풀이 있어
삼락이라네.
轉來石拔着石
先人古來有眼光
洛東江邊沖積土
造田作農開活口
農人諸離遊人集
流水歲月數千秋
古主不還農地消
開豁曠土車占有
多怯候鳥江上徘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다
선인들 예로부터
보는 눈이 있어
낙동강변
충적토에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어
살길을 열었는데
농사 짓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놀러 나온 사람들만
모여든다.
물처럼 흘러간 세월
수천 년
옛 주인들은 돌아오지 않고
농사 짓던 땅도 사라져
사방이 뻥 뚫린 빈 땅은
차들이 차지하여
겁 많은 철새들은
강물 위에서 어정거린다.
一投六首
洛東江水投疎網
未熟幼魚脫網目
瞎魚數只出水來
相似我像愚鈍魚
洛東江邊走與員
脊樑不彎未汚染
溫順詩魚捕心網
一投六首意外得
한번 투망질로 시 여섯 수를 얻다
낙동강 물에
성긴 그물을 던진다.
덜 자란 어린 물고기는
그물코를 빠져나가고
눈먼 물고기 몇 마리
물 밖으로 나온다.
나를 꼭 닮은
어리석고 둔한 물고기들이다.
낙동강 물가를
가야지 회원들과 함께 달리며
등도 굽지 않고
오염도 되지 않은
온순한 시어
마음 그물로 잡았으니
한번 투망질로 시 여섯 수
뜻밖의 소득이다.
첫댓글 가야지의 온갖 대소사를 꼼꼼히 챙겨 주시는 태암님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울 따름입니다. 부상없이 훈련하셔서 본인이 뜻하시는 대로 최고기록 갱신의 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