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牌)”는 ‘서로 어울려 다니는 사람의 무리’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에서 온 말인 “패거리”는 ‘패’를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어로는 ‘a gang’입니다.
우리가 쓰는 깡패가 영어 gang에서 온 말이라고 하는데 갱단, 폭력단, 집단의, 패거리로 설명합니다.
패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일반적인 것이 ‘네 패’, ‘내 패’이고 이게 가장 폐해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자신은 어느 패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겠지만 적어도 선거철이 되면 반드시 네 패거나 내 패로 갈릴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입니다. 제가 입버릇을 말하는 ‘천하흥망(天下興亡) 필부유책(匹夫有責(유책)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국과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범죄 혐의자들이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서는 일이다.
조국 전 장관이 총선 출마 질문에 대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 회복 길을 찾아 나서겠다”고 한 것은 한 사례일 뿐이다. 각종 비리로 1심에서 징역 2년 유죄를 선고받은 조씨는 2심에서 무죄가 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듯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되는 것으로 정치적 면죄부를 받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당선되면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조씨 생각은 특이한 것이 아니다. 민주당에는 이미 이런 전례가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한국 정치인으로는 가장 많은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자 사실상 수사가 중단됐다.
대선에서 패했지만 바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당대표 선거에 당선되면서 그 많은 수사를 다 피해가고 있다. 20명 가까운 종범들이 구속됐는데 ‘주범’ 격인 그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과 당대표 선거에서 패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년 전 총선은 ‘선거로 피의자들 면죄부 주기’가 성행했던 선거였다. 희대의 선거 공작이라는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의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씨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당당히’ 당선됐다. 그러자 4년이 돼가는 아직까지 1심도 끝나지 않는다.
일반인이면 어떻게 이런 대접을 받겠나. 4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조국 아들의 인턴 증명서를 허위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는데 ‘당당히’ 당선됐다. 그도 최근에야 유죄가 확정됐지만 4년 의원 임기를 거의 채웠다. 선거로 면죄부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4년 전 총선이나 내년 총선이나 유권자들은 같은 사람들이다. 선거로 면죄부를 준 사람들이 또 투표한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선거로 면죄부를 받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송 전 대표가 지금은 이재명 대표의 지역구가 된 원래 자신의 지역구에 다시 공천을 받아 나간다면 거의 당선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이 나에게는 무죄를, 현 정권에는 유죄를 선고했다’고 할 것이다.
핼러윈 참사 문제를 논의하는 국회 회의장에서 코인 거래를 한 김남국 의원도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코인에 대한 법률 미비로 김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다. 김 의원의 코인 거래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수사가 안 되고 법 개정도 안 되는 상태에서 출마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도 원지역구에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나는 지금도 무죄이고 그때도 무죄였다’고 할 것이다.
지금 양쪽으로 갈라진 한국 유권자들은 사실상 패싸움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편이면 무슨 일을 해도 눈감고, 남의 편이면 작은 일에도 불을 켠다. 선과 악, 진짜와 가짜, 옳은 것과 틀린 것 등 거의 모든 판단의 기준이 ‘편’이다. 어느 지역에 어느 쪽 편이 많이 산다는 것은 국민 상식처럼 돼 있다.
범죄 혐의자가 자기편이 많이 사는 동네에 출마해 당선된 뒤 ‘국민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들 돈을 횡령한 혐의로 2심 유죄판결을 받은 윤미향 의원도 자기편이 많이 사는 지역에 공천만 받으면 얼마든지 당선될 수 있다.
‘선거로 면죄부 받기’는 1년 뒤 미국 대선과 3년 뒤 한국 대선에서 주요 이슈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관련해 중요한 판결이 최근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콜로라도주 연방법원은 ‘트럼프가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선동해 반란에 가담했지만, 트럼프의 대선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 헌법 14조 3항은 ‘헌법 수호를 맹세한 공직자가 반란에 가담하면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콜로라도 법원은 이 ‘공직자’에 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미국에선 대통령이 국가 반란에 가담해도 다시 출마해 당선될 수 있다. 이런 기조에 따르면 트럼프는 사기 등 다른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지만 대선 출마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당선=모든 범죄 면죄부’가 될 것도 분명하다.
한국의 이재명 대표는 트럼프보다 조건이 더 좋다. 트럼프의 ‘반란’ 혐의를 인정한 미국 판사처럼 ‘간 큰’ 판사는 한국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 대표의 각종 혐의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도 다음 대선 전까지 내려지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을 막아 그에 따른 정치적 비난을 견딜 대법관들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선거로 범죄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데엔 판사들도 공조하고 있다.
배임을 저질러 주민에게 수천억 손해를 입히고, 북한에 불법 송금을 하고, 선거에서 거짓말을 하고, 위증을 시키는 등의 불법 혐의는 이제 두 종류의 재판을 받는다. 하나는 진짜 법정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판 법정이다.
‘선거판 법정’에선 유권자들이 배심원이 돼 ‘내 편엔 무죄, 네 편엔 유죄’를 내린다. 선거판 무죄 선고가 법정의 유죄 선고보다 빠르고 위력적인 것이 한국과 미국의 선거 정치다.>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칼럼, 피의자 당선시켜 면죄부 주는 ‘선거판 법정’
70년 동안 국익은 뒷전이고 패거리 정치로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인들에 익숙하다 보니 국민들 스스로가 편협의 틀에 갇혀 자신들의 행복 추구권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판단을 못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기는 저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다 패거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대한민국처럼 심한 나라는 찾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문재인 정권시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패를 갈랐습니다.
조국, 이재명, 최강욱 등의 파렴치한 사람들을 감싸고 돈 문재인 정권의 사람들이 과거의 어느 때보다 훨씬 심각한 패거리를 만들었고 이제 이 패거리 정치는 선거판에서까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만든 그물의 패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사기꾼들에게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