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참 피곤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82살 초고령인데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내외적으로 편안한 구석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 나이면 이제 편히 쉬어야 할 나이지만 대통령 바이든은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재선을 하겠다는 강렬한 일념속에 오로지 재선만을 생각하는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하지만 디펜스 챔피언은 참 피곤한 법입니다. 지난 대회 챔피언이 또 우승하기가 정말 어렵다고들 합니다. 도전자에게 이미 모든 카드 패를 다 보여주고 난 뒤이니 작전짜기가 얼마나 어렵겠습니까. 도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벌써 당선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다닙니다. 지금 당장 트럼프와 바이든의 양자 토론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재선을 하는 것이 전통처럼 여겨졌지만 이제 그렇지도 않습니다.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것처럼 바이든도 재선에 실패할 확률이 결코 낮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에 비해 바이든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트럼프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내상황도 바이든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상업용 부동산이 붕괴되는 양상속에 또 다시 은행 파산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니 천정부지의 미 증시도 하락국면입니다. 국제적인 상황은 더욱 힘듭니다. 러시아 우크라 전쟁이 벌써 2년이지만 해결가능성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나토 중요국들도 자국의 이런 저런 사정때문에 이제 우크라에 신경쓸 힘도 없는 모습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전쟁도 잦아들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속에 이란이 미국을 아주 피곤하게 합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세력들이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에대해 기습 공격을 해오고 있습니다. 급기야 요르단에서는 미군 3명이 공격을 받아 숨지기까지 했습니다. 늙은 호랑이의 코털을 여기저기서 건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미 대통령 바이든 입장에서는 참으로 해결하기 곤란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세계의 경찰에게 도전하는 세력에게는 단호한 응징을 가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 입장이었습니다. 특히 자국의 군인이나 민간인이 적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때는 끝까지 추적해 보복하는 것이 미국의 덕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코 그런 처지가 아닙니다. 상대는 바로 이란입니다. 핵무기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입니다. 예로부터 미국과 앙숙 그 이상인 국가이지요. 지금 중동에서 미국에게 대항하는 세력의 배후가 이란임에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이란의 핵심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전면전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국 바이든 정부입장에서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비록 트럼프쪽에서는 이란 핵심부를 공격하라고 부추기지만 자칫 그 훈수에 휘말리다가 정말 미국 대선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단 핵심 장소를 피해 변두리만 공격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친이란 배후세력을 공격하는 것과 함께 정말 싫지만 할 수 없이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든 것같습니다. 중국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으로 상대하기도 싫은 대상이지만 지금 미국은 협조 의사를 요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공식적인 통로를 통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미국과 중국의 핵심 참모들이 지난달 말 태국 방콕에서 회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미국 대표는 중국측에게 이란 등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영향력을 언급하면서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자행하는 공격이 국제 무역에 불안정한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세계 무역에 위협하는 세력을 응징하는데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도로 읽힙니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에게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라고 해석되어지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중동에 깊숙히 외교적 경제력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 등과 잦은 접촉을 통해 관계 개선을 이룬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화해하도록 중재역할을 한 것도 중국입니다. 중동의 국가 가운데 석유대금을 중국의 위엔화로 처리하는 나라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동사태에 대해 멀리서 우려의 목소리만 내고 있지 실질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동의 분쟁과 관련해 공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중국 해군이 며칠전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으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홍해에서 자국의 화물선에 대한 호위 조치를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후티 반군이 중국 선박은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습니다. 친 중동 정책을 펴고 있는 러시아의 경우에도 지난달 말 러시아산 원유를 싣고 가던 영국 유조선을 후티반군이 공격해 불이 난 적이 있는 것을 볼때 현 시점에서 홍해를 나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 유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몰라보게 급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도 지금 양갈래의 외교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듯 합니다. 중국이 지금 나서서 이란과 친이란 세력 그리고 미국과의 중재자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 이란이 정면 충돌을 일으키고 국제적인 대 혼란이 생긴 뒤에 나설 것인가 여부를 결정짓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중동의 화약고가 폭발한 경우 중국의 입장에서도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중국의 고민입니다. 중국이 중동 지역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으며 중국이 소비하는 석유의 70% 이상이 중동에서 수입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중동대전이 중국에게 꽃놀이패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상황속에서도 가장 확실한 것은 중동지역에서 중국이 과거 중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동지역에서 존재도 없었던 중국이 어느날 중대한 역할을 수행할 국가로 급부상한 것은 중국 외교의 약진이자 미국 외교의 후퇴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축소할 때부터 중국은 야금야금 그 틈새를 공략해 들어간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세계에서 아직 중동의 위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감안할 때 중동에서 미국과 중국간의 외교전쟁은 더욱 가열될 것을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중동 외교대전이 전망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