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거나 역사에 관심이 많거나 고전시를 탐독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길가메시’란 인물을 듣게 된다. 그것은 그가 북유럽 신화의 ‘오딘’만큼이나 오래되고 많은 음유시인들과 문학인들과 음악인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기 때문이다.
길가메시의 이야기는 기원전 3000년 경의 메소포타미아의 우룩이라는 도시를 다스린 왕의 일대기이다. 그리고 그가 홍수 이후 다섯번째 왕임을 항상 언급하고 있어 홍수 이전의 역사와 홍수 이후의 역사에 대해 고대문명의 역사가 갈라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로 홍수 이전에도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문명을 지니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구전으로 전해내려 오다가 기원전 2천년 경 이미 문자로 씌어졌으며 이야기는 7세 경 완성되었다고 한다. 수메르의 쐐기 문자로 새겨진 이 서사시가 1839는 조각이 난 채 발견되어 해독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결국 이 서사시의 토판은 전부 발굴이 되었으며 기록된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은 과거의 삶을 서치라이트로 조명을 해주듯이 우리에게 투영되었다.
이 이야기는 반신반인인 왕 길가메시가 정력적으로 우룩을 통치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국민들을 공포스럽게 다스리고 있었다. 또한 많은 도시의 처녀들이 그에게 유린을 당하고 있었다. 이에 국민들은 신에게 간청하길 그에게 알맞은 친구가 나타나 그의 신경을 분산시켜 달라고 간청하자 신들은 사납고 힘이 장사인 엔키두를 숲에 보내 동물들 사이에 자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엔키두가 자라 동물들과 함께 먹이를 사냥하러 마을을 자주 습격하자 길가메시는 창녀를 하나 보내어 그에게 인간 생활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가 인간과 동물의 생을 확실히 구별하자 그는 길가메시를 만나고 그의 충복이 된다. 그리고 그와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된다. 그중 향나무 숲의 괴물을 쓰러뜨리는 이야기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그 둘 사이의 형나무 숲의 괴물에 대한 이야기는 모험의 절정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엔키두가 이시타르의 저주를 받고 죽음을 맞이하자 길가메시는 큰 슬픔에 빠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그는 인간인 이상 죽음을 피할 도리가 없고 허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훌륭한 왕으로써 국민들의 숭배를 받으며 죽음을 맞이했다고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다.
이 서사시는 고대 문명에 대한 중요한 단서들이 숨어 있다. 즉 고대 수메르 사람들은 신화적인 종교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이 북유럽이나 이집트나 그리스의 신화가 아닌 독특한 메소포타미아식 문명을 갖고 있었고, 그 문명은 스스로 자연적인 상태와 매우 다른 인위적인 상태임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동물과 함께 동물처럼 살아가던 엔키두에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가르치니, 다시는 숲으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지구상의 어느 민족이나 홍수에 대한 전설을 갖고 있는데, 길가메시의 이야기를 통해 홍수 이후의 사람들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어갔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정복를 통한 세력의 확장, 끊임없는 전쟁이 있었음을 모혐을 통해 시사하고 있었다. 길가메시가 죽는 순간 국민들에게 훌륭한 왕으로서 추앙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타지역의 사람들보다 우위를 점유할 수 있도록 세력을 확장시킨데에 있을 것이다.
짧막하지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길가메시 서사시의 진정한 골자는 여전히 자투리 정보나 시인들의 시에서 흘깃 볼 수 있을 뿐이였다. 내가 무심코 이 책을 찾고 범우사 고전 시리즈 중에 길가메시 서사시에 대한 번역이 되어 있는 것을 찾았을 때 너무 반가웠고, 이 책을 출판하고 고전에 이 목록을 끼운 범우사에게 감사하고 싶었을 정도였다.
앞으로 많은 전설과 구전이 이렇게 책으로 정리되어 우리에게 생생하게 전달되길 바라면서.. 만나기 힘든 이 책을 만난 것 자체만으로 기분이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