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까지 와.그래서 묶기도 하고 머리띠도 하고."
(그러게 머리는 왜 길렀어요.귀찮아 했잖아.신경쓰이고 걸리적 거린다며.)
"...좋아했잖아,니가..."
(...내가..언제.)
"좋다며.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함 만져 보고 싶었다며."
(거짓말이야.)
"응...거짓말이야.한지민은 나한테 거짓말만 하지.나도 머리 안 길렀어.
귀찮아서 어떻게 나둬 짧게 쳐버렸어.참..그런거 싫어하던가...?"
(...)
"잘됐네.싫어하는거 안 보고 사니까."
(...어요?)
"응...?"
(정말로..잘랐어요?)
"응.아주..짧게 해버렸어."
(...긴 머리..어울렸는데.)
"짧게...해버렸어.귀찮고...신경 쓰이고.자꾸...손이가니까"
너 좋다는거...그거 하나 밖에 몰라서.아는 거라곤 그거 하나라서....
자를 수가 없더라.보여주고 싶었어.설사 니가 못알아보고 내 맘 몰라줘도 난 니가
흘리는 그말 한마디에 머리도 못 자르고 이렇게 궁상떨고 살았다고...
서태지가...니 한마디에..이렇게 가슴 졸이며 살고 있다고.
"다시..기를까...머리..?그럼 좋을까?"
(...아니.기르지 말아요.굳이 내말 들을 필요 없어요.편한대로 해.)
니 차가운 한마디에...이렇게 조마조마한 심장 움켜쥐어가며...
파랗게 질려가는 심장을 부여잡고 하루하루...그렇게 살고 있다고.
다름아닌 서태지가...이렇게 노랗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보고싶다."
(...현석오빠랑 약혼 하려구.축하해 줄꺼죠?)
"...보러가고...싶어.내 앞에서도 그렇게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지...보러가고 싶어."
(오지마요.내가 보기싫어.)
"사랑한다."
"분명 자기도 속으로 웃고 있을거다.오랜만에 하려니까 어색하겠지."
"저거봐.지금 교묘하게 발 헛 딛었어."
"귀엽네 현석이형...좋아죽네 아주."
볼거 못 볼거 다 봐가며 함께한게 몇 년이고 또 그 속내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무대가 그저 멋지게만 보이지는 않지.그 사람이 평소에 애교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않그래도 불분명한 발음으로 콧소리까지 섞어가며 앙탈아닌 앙탈을 부릴땐 가끔 내 나이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누가 서른에서 한 살 모자란 사람이라고 믿겠어.
하하...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건 그 사람 속 마음이야 어쨌건...
무대는 정말 멋졌다.그동안 꾹 참고 견뎌왔던 모든게 그의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흐르는 땀방울 하나 하나...섬세하게 흐르는 팔동작 에서도 그는 말하고 있었다.
무대가 좋고 음악이 좋고 또 너희가 그리웠고...너무나 행복하다.
컴백 무대를 가지면서 오빠는 내게 이런말을 했었다.
데뷔 전부터 솔로가 하고 싶었지만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을 하면서 그에대한 후회는 단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고.이제서야 그토록 하고 싶었던 솔로활동을 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소중했던 가수 생활을 꼽으라면...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첫 방송.그날을 잊을 수 없을거
같다고.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 인채로...그렇게 남고 싶다고.
그래서 인지...태지와 현석.이 두사람을 서로 밀어내게 만들고 있는게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혈육보다 더 진한 사이라고 했다.목숨도 내어줄 수 있을
만큼 서로의 존재는 너무나 명쾌한 것이라고.
"난 이만 들어갈래.있어봤자 별 도움도 안되겠다.오빠도 없고."
"같이 나갈까?태워다 줄게."
"정말..?그럼 고맙지."
"진우 너는 어떻게 할래?들어갈래?"
"아니.데이트-"
"그럼 하는 수 없지 뭐.우리 먼저 들어갈게 연습실 불 꼭 끄구 문 확실하게 잠그구
들어가라.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네~들어가세요."
"승환이 형,현석이형 없다고 지민이 누나한테 허튼짓 하면"
탁-
"시끄러 자식아.지민이는 내 취향이 아니야.난 섹시한~여자가 좋아."
"현석이 형도 처음엔 섹시한 여자가 좋다고..."
탁-
"그러게 왜 매를 버냐.한대만 맞을거 두 대나 맞고 현석이형 연습실로 올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민이랑 데이트좀 하고 집으로 곱게 모셔다 드린다고 그래.갑시다 형수."
"형 정말 안돼요-!"
******
2000년 겨울 서태지의 무대마다 YG패밀리는 함께 였었고 난 수 많은 팬들 속에서 그들을
한 없이 바라보고 열광하는 무리 중 하나였다.열광하고 소리치고 몸을 부딪혀가며 느끼는
감정들은 팬으로써 그 자리에 서야만 얻을 수 있는 값진 것이었다.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서태지 팬들만을 위한 그런 것.
지금 바로 내 곁에는 그 화려했던 무대를 숨가쁘게 몰아가던 노승환씨(승환오빠는 늘 투덜
거렸다.노승환은 방송용이 아니라며)가 있지만 서도 그때 그 순간 느꼈던 느낌은 사라지고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분명..난 아직도 그들을 좋아하는 팬임이 분명 한데도...
현석의 연인이 되고 한가지 잃은게 있다면...바로 그거 였다.체면 차리느라 좋아도 좋은
티 못내고 공연장 근처엔 얼씬도 못하는데다...현석오빠-꺄악-사랑해요-하면서 미쳐볼 수
없다는 거.
"술한잔 하고 가자.괜찮지?"
"차 끌고 왔는데 괜찮겠어?"
"택시타고 가면 되지 뭐.이 시간에 우리 팬들이 설마하니 포장마차에서 날 기다릴라구?"
참 많이 따랐었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태지보이스 백댄서였던 승환오빠가 아닌가.
어쩜 나보다 더 오래 그를 지켜보고 나보다 더 많이 그를 알고...좋은 사람이었고
따뜻한 사람이었고...멋진 남자고...
되는대로 차를 세워두고 제일 처음 보이는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늘 느끼는 거지만
깜깜한 밤에 한강에 비춰지는 그 수많은 불빛들은 정말...술을 부른다.한잔의 술과 거기에
더해지는 약간의 추억과 기억을 안주삼아...차가운 밤 공기도 느끼면서...
"그땐 참 귀여웠는데..."
"얼마나 됐다구 그래.아직도 귀엽잖아 나..헤헤."
"이것봐..현석이형이 버릇 잘못 들여놨어.근데...참 이상하지?"
"뭐가..?"
"백댄서에 코디로 만났는데 얼마나 지났다고 너는 사장 애인에 나는 1위 가수냐..."
"그렇네.정말..신기하다."
"이렇게만 가면 몇년 후엔 넌 대통령 마누라 되고 난 빌보드 1위하는거 아니냐?"
"좋았어~내가 내조 잘해서 우리 양사장 대통령 만들어 놔야지."
승환오빠의 얼굴이 더욱 검어 보였다.오빠가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님에도 불과하고 나를
여기다 데려다 놓은 것.그래서 난 오빠가 좋았다.굳이 말 안해도 내가 꿀꿀하다 싶으면
항상 기쁨조가 되어주곤 했지.노승환...귀여운 놈.헤헤...
"취했냐 한지민?"
"응.나 오늘 취할려구.길가에 버리고 가지만 말아줘.버리더라도 꼭 손에 차비는 쥐어주고."
"나불대는거 보니까 아직 살만 한가보네."
"헤헤...쪽집게."
"너 일 다시 안하냐?형이 걱정하더라.정 안 내키면 우리 식구들 도와주는 것도 괜찮잖아.
어차피 형이 하는일이 잘 되야 너도..."
"알어~벌써 주노오빠가 며칠전에 한 소리 하고 가셨네요.봐서...다시 할거야.나 일 포기
못해.알잖아 오빠...나 일벌래 인거."
"그래...아는데.형이 걱정하니까."
"뭐 어때?자기가 부자니까 나좀 먹여살리라 그래.돈 벌어서 다 어디다 쓴대?나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예쁜 옷도 입혀주고...그래야지.안 그래..?"
"맞다..."
"여기 넘 좋다.나중에 잠 안올 때 오빠랑 다시 와야지."
"난 처음에 니가 태지형 좋아하는 줄 알았거든?그래서 좀 의외였어 연습실에 자기
애인이라고 현석이 형이 너 데려 왔을 때."
"그래...?"
"태지형이 찜해 놓은 여자라 난 대쉬 한 번 못해봤잖아.에이씨...눈치도 보이고."
"...뭐,뭐?"
"우리 셋이 찍은 사진 있지."
"리허설 하다가 찍은거?"
"응.너랑 나랑 한 장씩 뽑아서 가지고 태지형이 필름 잃어버렸다고 그랬던거."
"으응...그게 왜?"
"은퇴전에 어머님한테 인사드리고 어쩌고 해서 다같이 밥 먹은적 있거든?
그때 형네 집에 짐 챙겨주러 갔다가 본건데...지하실 있잖아.작업실."
"어...왜?"
"거기 컴퓨터 배경 화면 이더라구.형두 놀랐는지 내 앞에서 바로 컴퓨터를 껐는데..."
"셋이 찍은 사진이잖아.뭘 그런걸로...."
"그러니까.셋이 찍은 사진 이니까.문제지."
"무슨...소리야."
객관적으로 보자면 속은 쓰리다 못해 아리고 그의 바지 자락이라도 잡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었지만 몇 년을 지켜 보면서 이제는 쉴 때도 됐다...는게 최종적인 나의 결론 이었다
쉴새 없이 지금까지 달려 왔다.남들이 쉽게,쉬엄 쉬엄 걸어가는 길을 놔두고 돌부리에
채이고 질퍽한 웅덩이며 가시밭길 쪽으로만 달려 왔다.길이 아닌 곳만 골라서 그들이
길을 냈다.그렇게해서 올라온게 바로 여기 까지다.쉴 때도 됐어 태지형.
"승환아 지하실 내려가서 박스 좀 가져다 줄래?"
"작업실?어얼~노승환이 살아 생전에 태지형 작업실에 들어가 보다니..허얼...
들어가면 바로 있는거야?"
"응.컴퓨터 밑에 내가 대강 짐을 꾸려 놨거든."
기자회견만 하면 곧장 떠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이미 밟아 놨다.그는 끝까지 철저한
사람이었다.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긴장감.떠날 때까지도 도망가듯이 이래야 하다니..
분명 언론은 갈 수 있는데 까지 그들을 몰고 갈테고...아쉬워 하는 팬들을 등지고
이 방법을 택하는 그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이다.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 끝에 있는
문을 열자...아-이게 태지형 작업실 이구나...이젠 쓸모도 없게 됐네.
가지런한 악기들 가운데 컴퓨터가 있고 그 아래 그림처럼 놓인 작은 상자.
짐도 작기도 하다.평소때같으면 바리바리 싸가지고 갔을 텐데...근데...
컴퓨터 아래...작은 상자.컴퓨터 아래....
"승환아!노승환!!!아...저기 승환아 박스는 내가 가져...갈께."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구르듯이 지하실로 내려온 태지형은 급히 뛰어내려왔는지
가쁘게 몰아쉬는 숨에 흐트러진 머리카락.뭔가 켕기는게 있는지 어색한 시선 처리.
봤어 난.봤다니까...급히 나를 가로질러 컴퓨터를 막고는 모니터 전원을 꺼버린다.
책상에는 완성되지 않은 몇 장의 악보가 널려 있고 막상 사진은 없는 액자만 덩그라니 굴러
다닌다.
"수상해..."
"흐,흠...뭐가.빨리 올라가자 주노형이랑 현석이형이 너 없어서 밥 못 먹고 있다고
빨리 오래."
그때서야 감이 왔다.그동안의 서태지 답지 않던 행동들,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던
그 눈빛.얼토당토 않은 질투였고 시기에,자존심 싸움.이 모든게 이제야 설명이 되는군...
"말해봐.형.언제부터야.대체?"
"뭐..뭘."
언제부터 그렇게 능구렁이가 됐어?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해.표현의 자유 그거 외치던
사람이 당신 이잖아.승산이 있어.말해봐.
"그러게..그게 무슨 소리 냐니까.컴퓨터 모니터에 우리 셋이 찍은 사진이 있는게 뭐가
어쨌길래.잘 나왔나 보지...괜한 억지 부리지 말아요."
"그러니까...셋이 찍은 사진인게 문제라니까.셋이 찍었는데...왜 둘만 모니터에 있는거야.
너랑 태지 형."
"...마..ㄹ...말도 안돼."
"그래.잘 나오긴 했더라.이쁘더라 너...그 동안 내버려 둔거 후회 될 만큼."
그래서 마음 딱 접았지.누구 여자라고 넘보겠어.안 그래?
그런데 웃기는건...난 또 고민에 빠졌다는 거야.태지형은 왜 너를 옆에 두고 고백한번
못해보고 떠난 걸까.사춘기 남자애도 아니고 혼자 죽어라 짝사랑만 하다가 그렇게
가버린 걸까...내가 보기엔 분명 너도 형을 좋아하는데.
현석형이 너를 데려온날...그래서 놀랬어.
현석이 형 땜에...마음 접은거야 태지형은.
분명...훨씬 전부터 널..마음에 뒀는데 뒤늦게 현석이 형 마음 알게되서..그래서 접은거야.
나도 한 질투 하는지라...이제야 말한다.너 정리된거 같으니까.정말로 현석이형이랑
이젠 정말 행복하라고...이젠 말해주는 거야.
"...왜...이제야 말해...?"
"응...?"
"내가..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상철 줬는데."
"한지민..."
"..몰라서 그런거야.난..몰랐어.용기 없다고 비겁하다고...정말..사랑한건지 몰랐어."
"야,취했어 너."
"아닌 줄..알았는데.나만..상처받을까봐....나..난..."
"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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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지는 지민을 좋아하는게 분명해 졌지만 현석이 마음에
걸리고,단념 하자니 그럼 자기가 죽을것 같고 지민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그러나 지민은 그런가요
용기 없는 태지의 마음에 확신이 서지 못해서 양군과 태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고 있죠.물론...지민도 태지가 손을 내밀면 아마 현석을
버릴 것 같습니다.아마도 말이죠.어케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Replay!!!!많이 사랑해 주세요^^감상 많이 주시구요^^
읽어주시는 많은 분들...감상 주시는 님들...
제가 다 기억합니다^^*
30회에는 이벤트라도 해야 하는게 아닌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