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나 포함 친구들 5명은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 삼존불을 뵈러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봄비도 부슬부슬 내리는 3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변해버린 연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듯
예전 같지않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가
내 마음의 번지도 많이 바뀌었음을 느껴보는 순간,
언젠가 여럿이 살기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랐던 것이다.
명절이면 본가에 가는게 당연시 되던 시절.
나와 살던 사람은 그때마다 본가에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난 당황스러워서 어쩔줄을 몰랐었다.
장남이 집엘 안 가면 되느냐고
대체 이유가 뭐냐고 물어가며
별의 별 회유책을 모두 동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는데...
아직도 뭐 어리석음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암튼 내가 챙겼던 짐보따리를 내려놓고
진이 빠질대로 빠져서는
그래 가지말자 하고 포기를 하면
그때서야 집에 가야한다고 짐보따리를 챙기며 일어서던 사람.
왜 그걸 한 두 해도 아니고, 답답하게도
몇해가 지나서야 그 버릇을 터득했던 것인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이런 미련퉁이는 세상에 없는 것이다.
혼자만의 잡념에 빠져있던 순간,
동료들의 말이 귀에들어왔던 것은
짝을 잃은 타조가 도로를 질주했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짝을 찾아 무작정 거리를 뛰쳐나왔다가
자동차 사이를 달리다가 마침내는 터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자 퍼뜩 떠오르는 풍경이 있었다.
그날도 오늘같은 봄날이었고, 집안 동생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근데 거기가 어디쯤이었던지
왠일로 송아지 한마리가 고속도로 갓길을
달려오는 것이었다.
그 뒤로 젊은 농부가 송아지 뒤를 따라
달려오고 있었다.
얼굴엔 웃음을 함빡, 담고서...
당시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이 어,어~
송아지와 농부의 달리기 시합을 신기해 했고,
난 계주도 아니고, 저 달리기가 어디서 끝나게 될지 누가 먼저 지치게 될지 짐작할 수 있는 나는
그게 걱정이었다.
그 달리기는 그때 어떻게 끝나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송아지는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었던 것일까?
그 농부의 소박한 웃음이 생각난다.
사람도 아니고, 송아지 뒤를 따라서 멋적게 질주하던...
두 번 다시는 어디서고 만날 수 없을 그 웃음이.
멀리로 흘러가버린 내 마음의 송아지와 농부가.
첫댓글 달리기 코스가 아닌 곳에서의 달리기는 예사롭지 않은 일을 말해주는 듯 하죠.
생활 속에서 달리기하기가 그리 많치 않으니요.
역시나 첫번째 타조의 질주에서 전 솔직히 타조가 얼마나 당황했을까 안스럽네요. 멈출 곳을 못찾으니 계속 달렸겠고 끝없는 대로에서 얼마나 당황 했을까요? ㅎ
그걸 사람들은 재미나게 봤을것 같아요.ㅎ
두번째 송아지의 질주도 당황한 송아지의 마음이 느껴졌어요.
ㅎ 여튼 질주는 어떤 스토리든 담고 있는 듯합니다요~^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길을 잃고, 길 위에서 질주하는...
타조도 송아지도
새로운 길을 찾고 싶었을 겁니다.
누구나 한 때, 그런 본능이 나타날 때 있었을 겁니다.
자유를 향한...
진정한 자유를 향한...
러키총무님, 정성스레 달아주신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에 위치한 마애여래 삼존불상(국보 제84호) 를
균희님께서 친구분들과 다녀가셨군요
저는 서산에서 살고 있기에 여러번 다녀왔네요
몇해전에는 우리카페 불교방에서 근처 개심사를 방문했기에
제가 이곳까지 왔으니 마에여래 삼존불상도 참배하는게 좋겠다 안내해
다녀온 기억도 있답니다
2022년 카페 송년정모때 균희님과 인사는 못했지만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모습은 있답니다 ..ㅎ
혹여 다시 서산근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제가 커피정도는요
요 위에 러키 총무님은 띠갑장이기도 하지만
나름 알고 지낸답니다 ^^*
마애여래 삼존불을 뵙고
가야산 수목원을 다녀왔습니다.
믹스님, 서산에 사시는군요.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저를, 제 모습을 기억하신다니
왠지 부끄러워집니다.
정성스레 달아주신 댓글에
크나큰 감사를 드리며..
러키 총무님과 갑장이시군요.
왠지 더욱 반갑습니다
언제고 뵈올때 까지도
건강하시고, 웃음 가득한 나날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