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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것들을 털고 싶어서 경험담, 후기를 써보려 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화처럼..! 이곳에 하고 싶은 말을 묻고 나면 정말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
나는 성장기에 성격이 반대로 한번 엎어졌고(명랑→소심), 중학생이였던 16살 끝무렵에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어. 그 당시에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 사이에서 나를 은근히 '눈치'주며 괴롭히던 사이버폭력이 내게 너무 큰 상처로 남아서..
16살부터 악착같이 모든 것을 미용에 관심을 쏟았던 것 같아. 주변 친구들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면서 온 관심을 오롯 외모에 쏟아부어서 그것 때문에 정말 많이 혼나기도 했어.
가지고 있던 확고한 꿈도 있었는 데 어느 순간 그 꿈도 남들 눈에는 초라한 걸로 보여서.. 모순 덩어리인 걸 거창한 꿈인 척 꾸기도 하고..
이제와서야 안 거지만 나는 그 때부터 사회가 만들어 놓은 코르셋을 스스로 주워입고 조이면서 점점 더 본래의 나를 잃고 성장했어.
이 이야기가 왜 나오나 싶겠지만 후에 내가 어떻게 된 건지를 말하려면 이걸 말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서...
어쨋든,
그리고 나는 그게 잘못된 건줄 모른 채 성인이 되고 첫 직장에 입사했지.
취업 성공 패키지 1년 과정을 통해 내가 배운 건 편집디자인이였지만 입사하게 된 곳에서 내 부서는 웹디자인.
나는 조금 더 빨리 취업하고 싶은 마음에 전문적으로 배운 분야가 아닌 곳이여도 지원했고 아르바이트 근로 계약서를 작성 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인턴을 거치고 정직원이 되기로 면접을 봤어.
이런 바보가 어디있나 싶겠지만 그때에 나는 이런 것에 무지했고 '빨리' 취업하고 말겠다는 핑계로 그런 상황도 좋다고 웃었지.
2월 7일, 연휴가 끝나고부터 근무를 시작한 지 이틀 정도 지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직장에서 밤을 새웠어.
처음 밤새 근무를 하고 나선 이게 잘못된 건줄 모르고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되려 큰소릴 치고..
자취를 하게 되면서 야근을 하는 게 편해졌다고 생각했고 집에 와서도 늘 배운 분야가 아니였기 때문에 독학으로 웹디자인을 공부했어.
그러던 2월 말,
나는 내겐 너무 소중했던 친할머니를 보내면서 내가 잘못됐다는 걸 알게 되고 내가 정말로 잃어야 했던 게 무엇인지 깨달았어.
어릴 때 할머니랑 자랐고 할머니 혼자 지내는 게 어려울 거란 판단이 들고 서울에 올라온 지도 5년, 나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왔어. 내가 자취를 하기 전까지도 나는 할머니와 한방에서 지냈고 매일 같이 누워있는 할머니가, 가끔은 나를 힘들게 하는 할머니가 늘 그자리에 있을 줄 알았어. 처음 돈 모아 간 여행 둘째 날.
새벽에 언니에게 문자를 받고 숨도 못쉬고 울면서 기차를 타고 올라왔고 내 나이의 절반을 보낸 시골을 어른이 되고서 다시 가게 되었는 데.. 이렇게 슬픈 소식을 안고 간다는 것도 나는 너무 싫고 슬퍼서 친척들이 웃자고 던지는 말들에도 웃지 못했던 것 같아.
3일 동안 가장 많은 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
할머니 소식으로 이렇게 얼굴 보니 좋다는 농담같지도 않은 말도 싫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도록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는 아재들도 싫었어. 아침 7시부터 고모들을 도우러 나온 나와 언니들과 달리 주위 숙박업소도 싫고 식장도 싫다고 한시간, 한시간 반 떨어진 호텔에서 느긋하게 화장하고 밥까지 사먹고 들어오는 사촌언니들이 싫었어. 철이 없다고, 어떻게 저러냐며 울분을 토하다가 문득 나는 뭘 잘하고 있는 지.. 뭘 잘해왔는 지..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제서야 나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게 하나 둘 떠올라서 나는 내가 너무 부끄럽고 한심했어. 스스로에게 화가나서, 할머니한테 미안해서.. 나는 울기만 했어. 울음을 꾹 참는 큰아빠나 고모들을 대신 해 눈치 없이 크게 울기만 했어...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서울에 오는 순간에도 3일이 꾸고 싶지 않은 꿈 같았고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였어. 깔끔히 정리되버린 빈자리도 보기 버거워서 자취방에서 하루종일 울다 잠들었던 것 같아..
나는, 그만큼 정말 괴로웠던 3일을 보내고 올라와서 출근을 했는 데, 그래도 공과 사는 구분하자고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는 데..
그런 나를 처음 본 대표님이 하는 말이,
" 3일동안 열심히 놀았으면, 더 열심히 해야지. "
였어.
내가 그렇게 보낸 3일 중 근무하는 날은 금요일 하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는 날이였어. 근데 대표님은 그 3일을 싸그리 모아 근무일에 보낸 양, 심지어 내가 놀고 온 거라고 얘길 하더라. 아무렇지 않게 쉬는 날을 정말 잘 쉬고 왔으니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데 속이 뒤틀릴만큼 기분이 안좋아졌어.
하루종일 억지로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굴고 밥을 먹고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결국 그날 밤 속이 뒤집어졌어. 밤새 화장실 앞에 주저앉아 잠도 못자고 울면서 속을 게워내고...
그래도 다음 날 회사 가겠다고 집 앞 지하철까지 갔다가 그 자리에 주저 앉아 울면서 이사님께 전화를 했어. 너무 아파서 못가겠다고..
울지 말고 지금 당장 병원 꼭 가라는 이사님 말에 겨우 병원가서 약 먹고 하루 더 쉬었는 데,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는 게 직장이란 걸 아는 데,
그 다음 날 내가 대표님께 들은 말은 이거야.
" 열심히 하자고 말한 지 하루도 안 지났는 데.
넌 점점 초심을 잃어가는 것 같아. 여기 놀러오는 것 같아. "
" 잘하자, 좀 잘하자 어? "
말이 안 나올만큼 화가나고 속이 또 뒤집어져.
나, 앞서 말했듯이 할머니 보내기 전까지 늘 야근을 밥 먹듯이 했어. 돈 모아 간 첫 여행도 퇴근하고 내려가 밤에 다른 친구들과 합류해 놀고 다음 날 새벽에 시골 가서 3일 보내고..
내가 얼마나 쉬었는 지 따져 묻고 싶더라.
내가 그동안 열심히 하는 게 아니였는 지 묻고 싶더라.
아니 내가 빠진 이틀이 그 얼마나 큰 타격을 불러왔는 지 알고 싶었어.
사이트에 올라갈 상품이 있는 것도 아니였고, 사이트 디자인에 뭐가 더 들어갈 게 있는 것도 아니야.
웹디자인보다 더 많이 한 사무실 청소, 커피 타기, 샘플 옷 스팀하기, 쓰레기 분리수거할 내가 없는 게, 사업이 흔들릴만큼 큰 일인지..
나는 그 모든 말들을 꾸역꾸역 삼키고
네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이 대답이 사회생활의 기본이래서,
결국 참고 넘어갔어.
그래, 더 잘하자고 그렇게 나를 위로하고 질책했어.
그리고 3월,
나는 늘 한시간 일찍 가서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야 한다는 기본 때문에 원래 출근시간(아홉시)보다 두시간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여덟시까지 가서 청소를 하고 정리를 해.
일찍 오는 날이 반복될 수록, 처음엔 챙겨 하던 화장도 미루다 미루고 그냥 크림만 찍어바르고 오는 날이 많아졌는 데..
어느 날, 그런 나를 보고 또 그러더라.
애가 처음엔 좀 여기 다니면서 사람다워졌나 싶었는 데 왜 또 머슴같아졌어. 자연인이야~
이상하지.
웃을 수가 없었어.
처음 듣는 얼평이 아니였고 다른 누군가의 이 얼평으로 내게 코르셋을 입히고 조여왔는 데.. 그전에도 들었고 여전히 듣고 있고 누구보다 이 말에 열심히 꾸며왔던 나인데.
갑자기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달려든다면서, 칭찬이라고 둘러대는 이어지는 말에도 정말 내가 이상하게 변한건가 싶었어. 2월 말 이후 내 심정이 요란해서 그런가 싶었어. 나와 대표님 사이에 금이 가서 그래서 내가 그냥 저 사람한테만 웃지 못하는 건가 싶었어.
근데 그거 아니더라.
이상한게 아니야.
나는 변한 게 맞지만
변해야 하는 게 맞고.
나는 이상하게 변한 게 아니라,
이상한 칭찬과 농담들을 버릴 줄 알게 된 거였어.
이제서야 내가 나다운 나를 찾은 거였어.
취준생이였을 때,
내가 믿고 있는 종교에서 일주일 동안 마음을 공부하는 훈련을 간 적이 있었어. 그 때 나는, 고 3이였을 때, 취준생이 되었을 때의 나를 이야기하는 강연을 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
그 때 내가 준비했던, 내 경험과 깨달음이.
나는 사람들은 되고 싶은 나를 두고 되어야 하는 나를 안고 산다고 말했어. 그 모습은 주위 모든 것들로부터 자극 받아 만들어졌고 뒤늦게야 후회하며 다시 하고 싶은 걸 찾는다고.
나 답게 살고자 한다면 되고 싶은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고 했어.
주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남을 의식하는 나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나는 자유롭지 못했고
나는 말만 잘하는 사람이 된 거였어..
ㅇㅇ이는 몸매가 이뻐.
얼굴에 분칠만 하면 사람 같아.
그래. 그렇게 꾸미고 와.
원래 니 나이때는 그 몸매로 클럽을 누벼야 하는 거 아닌가.
나도 니 나이땐 그랬는 데.
이런 거, 설거지 누가 해야 해?
이 회사의 대표가 이거 하자고 출근할까?
여자가 이런 걸 정리하고.
니 기분이 안좋아도 대표님 기분 좋아지라고 애교도 부리고.
여자는 항상 웃어야지. 그래야 예쁘지.
우리 회사가 널 사람 만들었네.
옷이 날개네(회사 옷 아니였어)
룸싸롱 애들한테도 명함 돌렸어.
ㅇㅇ아, 너도 걔네처럼 사이트에서 옷 사야지~
그거 입고 다니면서 홍보해야지~
남자친구 없어?
남자친구도 만들고,
그렇다고 일에 소홀해지면 안돼.
ㅇㅇ이는 내 딸 같아.
딸 사랑해~ 아빠한테도 사랑한다고 해줘야지.
사랑이 식었어 너 변했어~
가족(좆)같은 분위기니까 이런 말도 해줄 수 있는 거야.
그동안 참아야 하는 게 맞다고 넘긴 시선강간, 성희롱, 남녀차별, 그들의 나이대에서 만들어진 코르셋들. 하나하나 떠올리면 나는 항상 웃고 난 뒤에 소화제를 챙기더라. 근 두달, 그 사이 내 몸은 일주일에 한번, 두번 소화제를 까고 속이 뒤틀린 채 웃느라 제대로 웃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아. 정말 나다웠던 순간이 있는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아니 라는 답 밖에 안나와.
정말 되고 싶은 내가 있었는 지 물어보면 또 아니 란 말 밖에 안나와.
이틀 전,
퇴사를 결심하고 망설임없이 그걸 말하고 다음 날 휴가를 받고 친구를 만났어. 울면서 그 친구에게 모든 걸 말하고 나니까 살 것 같았어. 그동안의 내가 그럼에도 잘 견뎠다고 그 말을 듣는 데 후련하더라. 그동안 내가 들어온 모든 말들은 절대 잊을 수 없고 보상받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살 것 같았어. 신기하게 괜찮아졌어..
후회가 있다면 그동안 참았다는 거. 그 면전에 대고 내가 받아 온 것들을 돌려주지 못한 거.
돌이켜보면 힘들었고 괴로웠던 기억들 밖에 없는 첫 직장이지만, 사람답게 사는 거 그거 하난 제대로 알고 나왔어. 덕분에 나는 이제라도 다신 그렇게 살지 않을거고 그 폭력들에 바보처럼 당하지 않을거야. 너무 늦게라도 그걸 알아 다행이고 그걸 모르고 그렇게 살아갈 그들이 불쌍해.
그들은 앞으로도 자기 회사를 거쳐갈 누군가에게 똑같이 굴거고 그 말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지 깨닫지 못할 거야. 그 좆같은 생각과 가치관은 콘크리트보다 단단하게 그들에게 뿌릴 내리고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우리가, 그 똥들을 피했으면 해. 무서워서 아니고 더러워서 근처에도 안갔으면 해. 깨달음과 함께 얻은 속병이 커서 부디 다른 사람들은 아프지 않고 그 자릴 박차고 나와줬으면 해..
제발
내가 나를 잃지 않았으면 해.
퇴사와 함께 외모 콤플렉스로 둔갑된 코르셋을 벗었고
나는 나를 찾았어. 그리고 앞으로는 진짜 되고 싶은 나를 찾아갈거야. 남들 눈에, 주위 그 어떤걸로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거야.
어쩌면 긴 시간동안 나처럼 자기도 모르는 새 피해자가 되버린 모두를 응원해. 우리 모두 행복해지자....🙏
두서 없는 긴 이야기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
나왜눈물나냐 ㅠㅠ.... 진짜 고생했어ㅠㅠ
응원해 많이 힘들었겠어 이제 좀 숨통 틔이는 삶은 살아
진짜 고생했다
응원할게 고생했어
읽는데 눈물 난다.. ㅠㅠ 너가 노력하고 고생한게 글에서 다 보여 ㅠㅠ 앞으로 펼쳐질 네 남은 인생은 정말 정말 행복할거야 ! 장담해 ! 넌 지금 큰 고비를 하나 넘긴거야 , 멋지게 이겨내줘서 고맙고 이렇게 글 써줘서 고마워🌷우리 행복하자🌷
고생했어
고생했어 앞으로 늘 행복하길 바랄게
너무 고생많았어... 처음 사회생활 할때 진짜 나랑 너무 닮아서 느끼는 점 많았고 회사에서 코르셋 씌울때 기분이 얼마나 더러웠는데 그 사람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말하더라 ... 00씨 나이에는 치마가 잘어울려, 00씨는 나이에 맞게 예쁘게 하고 다녀야지 이런 소리 듣는데 정말.. 하ㅠㅠ 글 보면서 너가 얼마나 큰 고미를 넘겼고 지금까지 잘 했는지 알 수 있었어 멋지게 이겨내서 너무너무 고생많았고 너가 너무 자랑스러워💜
너무너무 고생많았어 ! 앞으로는 행복한 일로만 가득하길 응원할께 !
고생많았어 ㅠ 대견하다 !
큽 고생많았어 ㅠ 이제 두팔이가 걷는 길은 꽃길이길 바라 !
나 검색하다 들어왔어.. 직장인 이제 삼년찬데 나에게 너무 힘이 되는 말이고 어찌보면 내가 듣고싶었던 말인 거 같아... 고마워 글쓴이도 고생 너무 많았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ㅜ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