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내용은 지난 2006년 월드컵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픽션이라도 2006 월드컵의 결과에 맞추려고 하다 보니 그동안 써왔던 글보다 정보수집에서 들인 시간이 세배는 넘는 것 같습니다. 각 경기가 펼쳐진 도시와 경기장, 위치한 주가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베르캄프가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관계로 기차 등을 이용하여 이동할 때 경기사이의 간격동안 이동이 가능한지를 보기위해 유럽지도와 독일지도로 한참동안 씨름을 했습니다. 또 경기결과와 당시의 포메이션을 알아보기 위하여 경기를 다시보기도 할 정도로 힘들였습니다. 2006년 월드컵을 돌아보는 의미로 지루한 면이 있을지라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PS: 독일이나 네덜란드 현지를 갔다 오지 못한 관계로 지리나 특색들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혹시라도 현지 거주중이시거나 아주 오래전이라도 가보셨던 적이 있으시다면 꼭 리플을 달아주시고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비상 6화 - 첫걸음(2) ‘월드컵 후기’
피곤하다. 6월 한 달 동안 엄청난 강행군 때문이다. 우리 네덜란드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독일. 그곳에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중 하나인 월드컵이 개최되었었다. 나는 그 현장에서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하여 직접 그곳에 갔었다. 비록 네덜란드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고 할지라도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나로서는 열차와 구단에서 지원해주는 교통편을 사용하였지만, 어떤 때에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사용하여 이동해야 했다. 거리는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기 때문에 어느 곳이든 붐비지 않는 곳이 없었다. 세계 각국의 축구팬과 관계자들이 모인 이곳에서 느리게 이동할 수밖에 없는 나는 파파라치나 기자들에게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은 내가 가는 곳마다 인수되는 아약스의 감독으로 내정되어있느냐는 질문으로 곤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월드컵기간이라도 소속팀 감독의 교체는 자칫 아약스 소속 선수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나 내가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서 관전한 경기들은 대게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다. 한국은 우리 네덜란드의 아드보가트 감독이 이끄는 팀이기도 하거니와, 한국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나에게는 꼭 챙겨 봐야할 경기 중 하나였다. 지금이 아니고서는 한국출신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기회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고 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이 팀은 프랑스와의 경기도 무승부로 마감했지만, 아쉽게도 스위스에게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골을 허용하고는 1승1무1패의 결과를 얻었지만 16강 진출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몇몇 한국선수들이 아약스에서 뛸 만한 기량을 보여주기도 하였는데 그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한국의 최전방에서 분전한 조(Cho Jae-Jin)는 홀로 떨어져있는 섬처럼 고립되기도 했지만 찬스를 놓쳤을 때는 고함을 치기도하며(Ah-Si-Bal? 아마 힘내라는 한국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팀을 채찍질했다. 결국 그의 분투는 프랑스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박’의 득점에 어시스트를 하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훈텔라르와 같은 파괴력은 없지만 프랑스의 수비진을 흔들 정도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팀들의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었으리라.
다른 한 선수는 리(Lee Chun-Soo). 한국에는 왜 이렇게 성이 같은 사람이 많을까? 토튼햄의 리와는 생김새부터 포지션, 특징까지 완전히 다른 선수인데 말이다.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이름에 반(van)을 가진 사람이 많은지 의문을 가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여하튼 이 ‘리’라는 이름의 선수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끊임없이 수비수들을 괴롭히기도 하고, 수비의 숫자가 부족할 때에는 후방까지 내려와 커버를 해주는 등 활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기술적인면도 조금 부족하긴 했지만 좌우 양발의 사용이 자유로운 듯해 보였고, 그나마 한국선수들 중에는 가장 좋은 테크닉을 가진 듯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괜찮은 주력. 테크닉이야 훈련으로 익히게 할 수 있지만 빠른 주력은 훈련으로 늘리기가 매우 힘들다. 특히나 우리 아약스에서는 어린선수의 장래성을 판단하는데 주력이 큰 기준이 되기도 한다. 리의 경우 나이는 2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앞으로 테크닉을 어느 정도 가다듬는다면 맨유의 박(Park)보다 좋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좀 더 눈여겨 봐야할 듯하다.
죽음의 조에 속한 우리 네덜란드. 반 바스텐(Marco van Basten) 감독체제 하에서 주전으로 기용되는 아약스 선수는 불가 헤이팅야와 반 데 바르트 뿐 이다. 사실 그만큼 우리 네덜란드 국가대표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네덜란드의 포지션인 4-3-3에서 세 명의 미드필더자리는 본래 반 데 바르트, 반 봄멜, 코쿠로 이루어지나 반 데 바르트의 부상으로 자리를 매운 스네이더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주전을 굳혔다. 아르헨티나 전에서는 부상에서 회복된 반 데 바르트가 반 봄멜을 밀어내며 선발출전을 하기도 했다.
헤이팅야는 센터백이 아닌 풀백으로 주로 경기에 나섰지만, 훌륭한 수비로 팀이 예선 세 경기 동안 불가 1골만을 허용하는 짠물수비구축에 일조하며 16강 진출에 많은 기여를 했다.
현재 아약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이 선수들을 지도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랬다. 하지만 아쉽게도 8강의 문턱에서 포르투갈과 만나게 되었고, 승부에서 양 팀은 16개의 옐로카드와 각 팀 두 명씩 총 4개의 레드카드를 받는 혈전이 펼쳐졌지만, 우리 네덜란드는 전반 23분 터진 포르투갈 마니쉐의 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선발 출장한 스네이더는 물론 교체해 들어온 헤이팅야도, 반 데 바르트도 경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조국의 패배에 머리를 감싸 쥔 나의 모습은 조국을 사랑하는 한사람의 국민이자 조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던 한사람의 축구팬이었다.
한국의 경기와 네덜란드의 경기, 그 외의 경기들을 보느라고 나는 한동안 완전히 배낭여행객이 되어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6월 10일 뮌헨에서 독일과 코스타리카의 개막전경기에 초청받았지만 11일 바로 라이프치히에서 우리 네덜란드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의 경기가 있어 초청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바이에른 주의 뮌헨과 작센 주의 라이프치히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11일 경기는 그 후 6월 13일 한국과 토고의 경기를 보려고 프랑크푸르트까지 이동했다. 그 후 17일 슈트트가르트에서의 네덜란드와 코트디부아르 경기를, 19일 한국과 프랑스전을 관전하려고 다시 라이프치히로, 22일은 또 다시 프랑크푸르트에서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전을 관람하였다. 하노버에서 치러진 한국의 24일 스위스전은 직접 관람하지는 못했지만 방송을 통하여 경기를 지켜보았다. 25일 뉘른베르크에서 벌어진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경기 때문이다. 이렇게 강행군에 지쳐있는 나였지만, 네덜란드가 8강전에서 포르투갈에게 패해 8강까지도 올라가지 못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조국이 더 올라갔다면 내가 좀 더 고생하더라도 좋았을 것을. 한국은 16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경기가 없었다. 그 후의 경기는 선수영입, 전력점검과 같은 고민 없이 축제분위기에서 경기를 관람하며 한참 즐기다왔다.
7월 10일. 대망의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 아트사커의 지휘관이자 전설로 남게 될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인 지단(Zinedin Zidane)의 박치기 퇴장은 축구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결승전 승부차기가 끝난 후 우승에 환호하는 이탈리아 선수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에 언젠가 조국 네덜란드를 이끌고 월드컵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월드컵이 끝난 뒤, 바쁘게 네덜란드로 돌아왔을 때 벨테브레씨에게 연락을 받았다. 구단의 인수가 완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또 내일 기자회견이 있을 테니 3시까지 구단으로 와달라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진정한 첫걸음을 내딛을 때가 온 것이다.
첫댓글 흠, 아시고 계신데도 그렇게 쓰셨는지도 모르겠지만... 네덜란드에서 van은 귀족을 뜻하는 호칭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전 중세, 근대시대때 귀족 출신 집안 사람들의 이름에 주로 쓰이는 게 바로 van이죠...^^
진짜 귀족의 호칭은 van der라고도 하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죠. 제가 네덜란드인이 아니라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네덜란드인의 입장에서는 van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왜이렇게 Kim이나 Lee가 많나 하는것 처럼요. 소설상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되는데 이상한 부분있나요??
(Ah-Si-Bal? 아마 힘내라는 한국어가 아닐까 생각된다.)
van der가 귀족을 칭한다고 들엇읍니다. 잘읽엇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