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지구의 분노… 세계 곳곳 역대 최악 산불 ‘악몽의 여름’
40도 웃도는 폭염-이상 건조기후 탓… 그리스 산불, 열흘새 560㎢ 태워
터키선 해안선 따라 번져 8명 사망, 북미-시베리아-아프리카서도 빈발
지난달 탄소 배출, 2003년 이래 최대… “숲이 사라지면 새 기후조건 직면”
전문가, 더 높은 기온-홍수 등 경고
그리스 열흘째 산불… 주택가에 비처럼 날리는 불티 7일 그리스 아테네 북부 지역의 한 주택가 인근까지 산불이 번진 가운데 불티가 소낙비처럼 날리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산불로 560㎢가 불에 타면서 집들과 공장이 탔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산불은 올림피아를 비롯한 고대 유적지까지 위협하고 있다. 올해 남유럽 일대에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 강풍이 겹치며 산불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아테네=신화 뉴시스
지난달부터 남유럽과 북미 서부,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에서 빈발하고 있는 산불이 역대 최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대기감시 서비스(CAMS)는 올해 7월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로 3억4300만 t의 탄소가 배출돼 위성 관측을 시작한 2003년 이래 가장 많았던 것으로 추산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 전했다. CAMS의 선임과학자 마크 패링턴 박사는 7월 세계 산불에 따른 탄소 배출량은 기존 최대치인 2014년 7월보다 20%가량 많았다고 밝혔다.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은 최근 이상고온을 보이고 있는 북미와 시베리아 지역에서 나왔다.
지난달 말부터 번지고 있는 남유럽 산불도 최악의 피해를 낳고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EFFIS)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올 들어 최근까지 평년의 8배 넓이에 이르는 1280km²가 불탔다. 이탈리아에서 평년의 4배 넓이가 불탔고, 키프로스(8배), 그리스(2배) 등도 피해가 심각했다. 산불 빈발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 등 다른 지중해 국가뿐 아니라 핀란드 등 유럽 각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30여 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그리스는 이달 들어서만 154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64곳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이 수도 아테네 북쪽 산림지대와 남부 펠레폰네소스반도의 산, 농경지로 확산됐다. 7일까지 열흘 동안에만 서울 넓이(약 605km²)에 육박하는 560km² 이상이 산불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7일 아테네는 북쪽 파르니타산의 산불로 상공이 검은 연기로 뒤덮였고, 재가 비처럼 내렸다. 화염으로 물든 산을 뒤로한 채 주민들은 가축을 데리고 황급히 피신했다. 극도의 더위와 산불이 겹치면서 ‘지구 종말’과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산불은 올림픽 성화가 채화되는 올림피아의 헤라 신전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올림피아 경기장 유적지 인근까지 번졌지만 당국의 진화로 유적지에 미치지는 않았다.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에비아에서는 주민 2000여 명이 여객선을 타고 대피했다. 38세 의용소방대원이 숨지고, 그리스 전역에서 수십 명이 화상을 입는 등 피해도 적지 않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악몽의 여름”이라며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펠레폰네소스반도 남단 이스트마니의 엘레니 드라쿨라쿠 부시장은 “우리 지역의 70%가 불에 탔다”며 “성서에 나오는 대재앙 같다”고 국영 ERT방송에서 말했다.
터키의 산불도 남부 해안선 등을 따라 계속되고 있다. 터키 당국은 최근 성명을 통해 “터키 81개 주 중 47개 주에서 200건 이상의 화재가 발생했고, 현재 5개 주에서 13건의 화재를 진압 중”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7일 “터키에서 수십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맹렬한 불길로 최근 10일간 8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발칸반도의 북마케도니아도 산불로 이달 30일까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최근 산불로 1명이 사망한 알바니아 역시 ‘위급’ 경보를 내렸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달 말부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산불 수백 건이 발생했고, 이달 6일 남부 칼라브리아주 산로렌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주민 2명이 숨졌다.
기후 변화의 결과로 5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극도로 건조한 이상기후가 지속되는 것이 남유럽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터키의 경우 7월 말 남동부 도시 지즈레가 49.1도를 기록하며 60년 만에 터키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아테네의 초대 ‘최고 더위 책임자’로 임명된 엘레니 미리빌리는 “산불로 숲이 사라진 결과 수도 아테네는 향후 몇 년 동안 더 높은 기온과 홍수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종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