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불평등 사회로 진입합니다. 태어나는 자체부터 나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리고 태어난 시간과 장소도 나하고는 무관합니다. 내가 왜 부잣집에 혹은 가난한 부모에게 태어났는지 모릅니다. 세상 말로 그냥 운명입니다. 그러니 인생 시작부터 불평등 속에서 출발합니다. 내버려진 혼혈아입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가운데 그래도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기에 그 돌봄을 받으며 자랍니다. 모세처럼 왕가에서 자란다면 그만한 신분을 갖겠지만 그런 행운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역시 시작은 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기는 살아남은 자체가 행운일 수 있습니다. 부모도 내버렸으니 죽기 십상 아니겠습니까?
웬 알지도 못하는 집단에 의해 생명을 건져서 양육됩니다. 그리고 조금 커서는 그 집단을 뛰쳐나와 당대 명가의 하급 무사로 들어갑니다. 영주 ‘아사노’의 휘하에 들어가 그 성실함이 인정되지만 또 한편 경계를 받습니다. 아사노의 딸 ‘미카’가 자꾸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무지 어울릴 수 없는 신분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천한 혼혈인일 뿐입니다. 물론 ‘카이’도 싫지는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차츰 연정을 품지만 이루지 못할 사랑임을 본인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사노의 무사 ‘오이시’가 카이의 실력을 인정하면서도 경계합니다. 카이는 공을 세워도 자기 것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 집에 머물러 사는 것만도 감지덕지일 수 있습니다.
대규모 무술대회가 준비됩니다. 그 자리에 이웃 경쟁 영주가 올 것이고 쇼군까지 초대됩니다. 쇼군은 전 지역을 관할하며 소위 절대 권력자입니다. 영주들도 그 앞에서는 절대 복종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잘 보여야지요. 아사노와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 아사노의 영지 아코번까지 넘보고 있는 ‘키라’가 요괴의 도움을 받아 아사노 제거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미카를 아내로 차지하려는 음모를 세우고 참여합니다. 과연 계획대로 모든 일정이 소화됩니다. 아사노는 모함을 쓰고 쇼군의 엄벌을 받습니다. 그 동안의 치적이 있음을 인정하여 무사로서의 최후를 용인해줍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할복 자결입니다. 아마도 일본 문화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주가 죄인으로 처결되었으니 그 성은 키라에게 넘어갑니다. 쇼군은 결코 복수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립니다. 그리고 아사노의 휘하 무사들은 모두 평범한 낭인으로 쫓겨납니다. 카이는 노예로 팔려갑니다. 그렇게 모두가 쫓겨납니다. 아사노 가문의 멸망이지요. 아사노의 가신이었던 무사 오이시는 노예만도 못한 옥살이를 하고서는 쫓겨납니다. 이대로 물러설 것인가? 주군으로 모셨던 아사노가 음모에 말려 죽음을 당했는데 가만있을 것인가? 그것은 무사의 도리가 아니다. 아무리 쇼군의 엄명이 있다 할지라도 일단 주군의 명예만이라도 회복해야 하겠다, 다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신들을 찾아 규합합니다. 누구보다 필요한 무사, 재주가 뛰어난 카이를 찾아냅니다.
키라와 미카의 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있는 것입니다. 행사를 위하여 제사를 드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오이시 일행은 성 밖으로 나온 그 때를 기회삼아 급습합니다. 그러나 눈치 채고 있던 키라에게 역으로 당합니다. 간신히 피해 나오기는 했지만 더 이상의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카이가 조언합니다. 모두 죽은 줄 알고 있으니 차라리 본성을 치자고 제언합니다. 이제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목숨을 기꺼이 바치기로 재 다짐합니다. 그렇게 모인 무사가 47명입니다. 물론 키라의 성채는 어마어마하게 경계를 펼치고 있습니다. 오이시는 성채의 내부구조를 알아냅니다. 그리고 행사를 위한 축하 공연을 가장하여 습격 계획을 세웁니다.
축하 공연을 하면서 드디어 대접전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복수는 성공합니다. 오이시와 무사들은 주군의 묘지를 찾아 참배합니다. 가슴에 응어리졌던 아픔과 죄책감을 씻어냅니다. 그러나 끝이 아닙니다. 쇼군의 명을 어긴 것입니다.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입니다. 단지 죄를 물어 죄인으로 처형된다면 불명예를 안고 죽습니다. 어떻게 결정할지는 쇼군에게 달려있습니다. 아무튼 목숨은 이미 버려진 것입니다. 모두가 정렬하여 쇼군을 면접합니다. 쇼군의 명을 어겼으니 쇼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가 있습니다. 마땅히 처형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주군에 대한 충성심을 갸륵히 보아 무사로서의 최후를 허락해줍니다. 47명이 흰옷을 입고 마당에 정렬합니다.
오늘날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상관이나 상사에 대한 충성심, 목숨까지 겁니다. 순교나 순국 또는 순직과는 좀 성격이 다르기는 해도 그 마음의 강직함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인이 보는 앞에서 할복이라는 행사는 아무래도 범인으로서는 직접 행하기도 구경(?)하기도 잔혹하게 느껴집니다. 그 나라 그 민족의 독특한 관습입니다. 요즘이야 행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닮고 싶은 문화는 아닙니다. 섬뜩한 엄숙함이 느껴집니다. 비슷한 역사적 사실에 환상적 요소를 곁들여 판타지적 이야기와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땅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 카이는 미카에게 고백했습니다. 어느 세상에 가더라도 당신을 찾아 나설 겁니다. 영화 ‘47로닌’(47 Ronin)을 보았습니다. 일본의 이야기인데 미국에서 2013년 제작한 영화입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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