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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³о 개인 여행기 스크랩 인도, 네팔 기행-4일차 1월 8일 (금요일) 아그라, 잔시, 카주라호
윤상현 추천 0 조회 74 10.08.24 20:45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4일차 1월 8일 (금요일) 아그라, 잔시, 카주라호

 

어제 밤, 잠깐 쉰다는 것이 결국 피로연에 참석도 못하고 그냥 잠들어버렸다. 어제의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몸이 가뿐하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새벽까지 꿈도 없이 푹 잔 때문이리라. 혹시나 싶었던 설사나 변비도 전혀 문제가 없다. 아직까지 깊이 잠들어있는 옆 침대를 생각하여 조심스레 세면을 하고서 아침 산책에 나선다. 밖은 아직도 캄캄한데 날씨는 춥고 어제보다 더욱 심한 안개는 가로등까지 삼켰다. 오리무중이라더니 채 오 미터 앞도 보이지 않는다. 7시면 출발예정이다.

방에 올라오니 룸메이트들이 모두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전압이 과했던지 밤새 콘센트에 꽂혀있던 충전기가 나갔다. 새벽 추위에 놀라 가지고 있는 모든 옷을 꺼내어 덕지덕지 껴입었다. 내 차림새의 꾀죄죄함이 그냥 현지인을 방불케 한다. 하도 추워서 따뜻한 옷가지를 구입하려하는데도 도대체가 맞춤한 옷가게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틀 밤을 묵었는데 225루피(7,000원 정도)를 지출했다. 4인실을 사용한 덕분에 숙소 요금이 많이 저렴하다.

7시 반에 숙소를 출발한 ‘오토릭샤’ 5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주하듯 짙은 안개 속을 겁도 없이 달려서 30분 만에 ‘아그라 역’에 당도한다. 그저께 새벽에 비하니 흥정된 ‘릭샤’ 요금이 그의 60%에 불과하다.

오늘의 이동 목적지는 ‘카주라호’. 인도의 중부 ‘차타르푸르 행정구’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이곳에 이르는 길은 쉽지가 않다. 주요 도시로 가는 길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작은 마을을 계속 경유해서 아주 먼 길을 가야만 한다.

아직까지도 이부자리를 깔고 덥고 누워있는 인도인들로 가득 찬 역 구내를 통과하여 바로 프렛 홈으로 들어선다. 2등 칸 대합실 한쪽 편에 배낭 짐을 쌓아두고 ‘사만사’ 두어 개로 아침 요기를 한다. 두툼한 만두피에 감자를 주로 한 소를 넣고서 삼각형 마름모꼴로 모양을 내서 기름에 튀긴 인도인들의 간식꺼리인데 그 맛이 고소하여 입에 맞고 금방 속이 든든하다. 우리로 말하면 대전 역 구내에서의 가락국수 간식쯤의 느낌이다.

외국인 여행객과 현지인들은 서로에게 구경꺼리가 된다. 주변의 가족단위를 주로 한 인도인들의 뭇 시선들이 우리에게 쏠렸다. 그들의 옷차림과 소지한 침구들의 상태가 너무도 불결해 보이지만 이미 이런 풍경에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다. 우리 기준으로는 집 없는 노숙자로 보일 수가 있는 그들은 사실 이곳의 평범하면서 사랑이 넘치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다. 인간 만사 알고 보면 어디에서든 그다지 큰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과는 달리 표정만큼은 참으로 무덤덤하다. 가끔은 호기심을 못 견딘 젊은이들이 말을 걸어오며 한국에 대한 많은 관심을 표한다. 전력상태가 좋지 않아 들랑달랑한 조명 아래 대합실 풍경이 마치 타임머신에서 방금 내린듯하다.

8시 25분 도착 예정이었던 열차가 2시간이 지난 현재 또 다시 연착된다는 전언이다. 이미 배낭 짐들을 대합실에서 프레트홈으로 옮겨놓은 상태인지라 썰렁한 곳에서 기다릴 일이 더욱 난감하다. 인도의 길 위에서는 걷지 않으면 기다림의 연속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 말로는 1시간여만 기다리면 된다는데 그 형편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어짜피 여행자인데 이 길 위에서 어떤 상태가 된다한들 무에 그리 구애되리오.

또다시 시장끼가 돌아 대충 요기를 하고선 앉았다가 대충 기대고, 그러다가 역 구내를 어슬렁거리며 무료함을 달랜다. 역사의 처마 밑에는 원숭이 가족 너 댓 마리가 서로를 껴안고서 추위를 견디고 낮게 날다 앉다하는 것은 까마귀 떼다. 기차 길 위엔 비쩍 마른 소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닌다. 이러다 열차가 오면 어떻게 될까? 이런 형편이니 열차가 지연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리라.

인도를 여행하려면 기다림에 익숙해져야한다. 새삼 나의 호 ‘우보’가 맘에 든다. ‘소 걸음’이라.......... 아직까지는 딱 내 체질이다.

열차를 기다린 지 이제 8시간째. 과연 기차가 오기는 할 것인지..... 와주기만 해도 고맙겠다. 이제는 나의 호가 무색하게 슬슬 진력이 난다. 막내딸에게 문자를 보내니 아빠의 고생하는 모습에 도리어 신나한다. “예쁜 딸들 생각하며 여행하라”는 답신이 흐믓하다. ‘기다림의 미학’이란 표현보다는 ‘포기의 미학’이 더 와 닿는다. 아예 체념하니 다시 마음자리가 편안하다. 모두들 긴 기다림이 힘들겠지만 편안히 받아들이니 도리어 즐겁다. 버려져 있는 종이 박스를 구해 넓게 깔고서 배낭을 등받이 삼아 아예 누웠다. 왜 여행 중의 인도인들이 남루한 행색으로 한 결 같이 맨 바닥에 누웠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기다림 9시간째. 내 평생에 이토록 간절한 마음으로 무언가를 기다려보긴 처음이다. 비루먹은 개가 먹을거리를 찾아 인파사이를 잘도 빠져 다니다가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이미 날은 저물고 꼬박 10시간을 기다려서야 열차가 도착한다. 4번의 기차 여정 중 가장 고급인 이번 2등 열차는 우리의 우등열차를 닮았다. 사실 ‘잔시’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인지라 침대가 필요 없기에 예매한 것이다. 승무원들이 좌석 체크를 해가며 비행기 기내식 써비스를 하듯이 물과 도시락을 제공한다. 반주한잔이 단잠을 부른다.

혹시나 하차 역인 ‘잔시’를 놓칠 새라 안내 방송에 바짝 신경이 쓰인다. 나름 긴장한 가운데 3시간 만에 목적지에 닿았다. 델리와 아그라 보다 더욱 심한 매연과 안개가 폐부를 엄습한다. 급히 마스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잠깐 사이에 코 속이 쌔캄하다. 여기에서 ‘카주라호’까지는 대략300km. 열악한 도로 형편에 심한 밤안개 속을 얼마나 헤어 가야할지 모를 일이다. 바로 찝차 2대를 섭외하여 짐들을 지붕위에 올리고서 동아줄로 단단히 묶는다. 얘들은 도대체가 미리 기름을 채워두는 법이 없다. 갑자기 펑크난 타이어까지 손보고서도 꿈지럭 꿈지럭 이런 저런 준비를 하는 사이에 밤 10시가 되어서야 겨우 출발할 수가 있었다.

시속은 겨우 20km. 짙은 안개 속, 띄엄띄엄 희미한 가로등 아래로 제대로 정비조차 되지 않은 캄캄한 길을 전조등 하나에 의지해 헤쳐 나간다. 차체의 흔들림에 창문은 자꾸 밀려나고 열린 틈 사이로 찬바람이 스미는데 방치된 도로 공사 현장마저 가는 길을 방해한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금 이 시간은 포근한 숙소에서 편안히 쉬어야할 때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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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8.25 16:30

    첫댓글 좋은 여행길 힘들어서 더 추억에 남는 여행길 그런 여행이라도 함 해보고 싶습니다. 여행한 듯 즐겁게 읽었습니다.

  • 작성자 10.08.25 20:42

    감사합니다 교무님. 합장^(^

  • 10.09.13 08:36

    역시 함께 합니다. -합장- "스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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