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제작된 영화 『The Wild Bunch』는 황량한 멕시코를 배경으로 전편에 걸쳐 의리를 날실로 배신을 씨실로 교직(交織)하는 가운데 부수고 빼앗고 도망치며 죽이는 화마지옥에 다름아닌 장면들 일색이다.
하지만 와일드 번치 일당은 자신들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임을 알면서도 동료 엔젤을 구하기 위해 최후의 일전을 벌이는데, 그게 그들 사나히들이 걷는 길이자 운명이리라. 죽음을 향해 억새 우거진 쓸쓸한 벌판,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붉은 모래의 사막을 뽀얀 먼지 일으키며 가로질러 내닫는 그들에게, 혹여 지금껏 가슴 고이 간직해 왔던 '자유'가 주어지기나 할까. 저 푸른 하늘을 맘껏 나르는 제비(La Golondrina)처럼 말이다.
죽음의 길을 떠나는 사나히들에게 나무에 기대어 아기 안은 여인은 지아비를 보냄에 눈물 짓고, 아비 보내는 자식은 아부지 따라가겠다고 보채고, 비록 막연하나마 다시 볼 수 있으리란 실 오라기만한 기대 있음에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이 간직해 왔던 정표를 건네는 모습에 우린 잠시나마 숙연해진다, 삶이 그러할 진대...
영화『The Wild Bunch』의 장면에 음악을 입혀 감상하면서 독일민요 '이 몸이 새라면(Wenn ich ein Vöglein wär)'이나 앤디 윌리암스(Andy Williams)가 부른 영화『빠삐용(Papillon』의 주제곡 'Free as the wind'를 즐겨 듣고 따라 불렀던 그 옛날의 시절들을 하릴없이 돌아본다. Nana Mouskouri의 노래로 『The Wild Bunch』의 OST인 'La Golondrina(제비)'를 들으면서 장맛비 흩뿌리는 이 밤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인 양 들으면서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