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말 뜻밖의 여행을 다녀온 후, 내 사랑하는 산정 동기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추천도 하고 싶어서 글을 올린다.
지난주 인천에서 사는 막내이모에게 연락이 왔다. “관우야! 별일 없으면 주말에 여행가는데 같이 가자꾸나!! 운전도 교대로 하고… . 이러쿵저러쿵… .
별다른 일 없는 나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단풍 깊은 산구경도 하고 싶고 해서 동행하기로 했다. 일요일 새벽 5시를 출발시간으로 아래와 같은 여정을 계획했다..
l 인천 출발 (05:30) – 서제천 도착(08:00) – 도담삼봉 (08:30) – 온달동굴 (09:30) – 구인사(11:00)- 장능(13:00) – 선돌 (14:30) - 신림IC( 14:50) –서울출발( 15:00)
이모는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준비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식구들을 깨웠다. 평소 교사라는 직업에 이곳 저곳 많이 다녀봄 직 했지만, 식구들끼리의 여행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눈치 같았다. 암 튼 이른 새벽 부산스럽게 움직인 이모 덕분에 제시간 출발이 예정데로 진행되고 새벽찬바람에 설레이는 가슴으로 출발하였다.
영동고속도로를 접어들어 남원주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른새벽에도 도로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들에 눈에 띄었다. 아마 마지막 단풍의 절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도 상당히 있을 것이다. 산속에 걸쳐 있는 안개가 고속도로로 밀려들어 운전하기에 다소 힘들긴 했지만, 무사히 서제천에 도착해 도담삼봉 바라볼쯤 08:35분.
도담삼봉은 정도전의 유적하며 만학을 즐겼다는 유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정도전의 호가 삼봉이라고 했다. 잔잔한 호수 세개의 봉우리 사이로 고상스럽게 보이는 정자에 삼봉의 기백이 느껴지는 듯 했다. 사실 누구든 그곳에 앉으면 공부가 잘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도담삼봉에서 간단히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온달동굴을 향했다.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설화를 배경으로 만든 유원지 정도로 표현하고 싶다. 이곳 저곳 단정하게 꾸며진 조경들이 보기 좋았다. 장승조각들과, 기타 조형물들이 유원지 곳곳에 시설되어 있었으며, 동굴 입구까지 지루하지 않게 조형물들을 배채해 놓았다. 동굴의 입구에는 돌좌석이 계단으로 배치되어있었으며, 분수대에서는 높은 물줄기가 손님을 반겨주었다. 공사장 안전모(백색플라스틱)를 쓰고 동굴안으로 들어가 준비된 코스로 감상을 하였다. 그런저런 구경을 하고 오전의 마지막 코스인 구인사로 발길을 옮겼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던가!… 구인사 법요식에 있는 날이었다. 불교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 어쨌든 새로운 법당을 지어서 축하행사를 하는 듯 했다.
난 그동안 절에 그렇게 사람이 많은 것을 본적이 없었다. 버스를 어림잡아 2000여대정도는 되었으며, 주차장은 물론 도로변에는 온통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불교에 관심이 많은 이모는 모두들 다른데로 옮기자는 의견을 묵살하고 기필코 정상에 다녀오겠다면서 헉헉거리며 길을 나섰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양손에 뭔가를 들며 헤헤거리는 이모의 모습이 보였다.자세히 보니 식혜 2켄과 염주등 기념품이 두손에 걸쳐져 있었다.
헤헤헤!! 야! 같이 갔으면 많이 받아올수 있었는데… 아까워라! 한사람당 하나씩만 주잖아!
역시 아줌마 근성이 여실히 증명되었다.
이모는 어느새 나와는 다른 부류로 구분 되어 있었다.
그래도 대화가 통해 같은 세대로만 느꼈던 어린 조카의 가슴에 여지없이 찬물을 끼얹지던 이모는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식혜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어린애 흉내를 내었다.
청춘의 무상함을 개탄하던 내 마음을 달래며 핸들을 장능으로 꺽었다.
단종의 묘! 17세의 나이로 수양대군에게 죽음을 당한 어린왕의 쓸쓸함이 느껴졌다. 단종의 무덤은 한참을 지나서야 재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종의 주검을 수습한 엄흥도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의로운 일을 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결코 두렵거나 부끄럽지 않다.”
마지막 코스인 선돌을 향해 움직였다.
선돌의 절경은 표현할 수 없는 그 자체였다. 장송의 옷을 두텁게 입고 있는 두 개의 큰바위가 비스듬하게 어울려져 있고, 그 바위 아래로 동강의 강줄기가 선명한 이끼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은 다정한 부부가 강나루에 나와 만유를 즐기는 모습 같았다.
산속에 걸쳐져 있는 붉은띄무늬의 단풍절경의 시베리아 오브 러브에서 나오는 영상과 흡사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국적 느낌이 들었고, 굽이굽이 산길을 내려오는 도중에 동강의 줄기를 보면서 자연이야말로 삶을 길러주는 유일한 수단임을 새삼 느꼈다.
그렇게 더 깊은 가을속으로 빨려가고 있는 나와 일행들은 하루의 일정을 서서히 접기 시작했다. 모두들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물끄러미 펼쳐진 화폭을 감상하며 저마다 행복한 상상을 하며 가을을 마셨다. 더 오랫동안 더 많은 기억을 주워담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보였다.
그 사이, 가을을 등지고 아쉽게 떠나는 우리들은 어느새 혼돈의 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
추천한다.
만추의 추억을 주워 담기에는 아직 늦지 않는 것 같았다.
혹시 이번 가을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있으면 이 코스를 다녀와라!
조금만 부지런하면 길눈이 어둡다 해도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여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