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36년 그 작별을 고하다. 초로의 사내, 지난날을 글썽글썽 돌이키며 잘 살았다고 회고한다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가?
“아버지가 이렇게 존경을 받았나요?”
아들 강등현과 딸 강주현은 행사장 순서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갑자기 즈이 아비를 존경하기 시작했다. 정성스러운 정년 퇴임식 과정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우선 석별을 위한 퇴임 밴드를 보여주는 제자들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니 얼마나 민망스러운 일인가? 마찬가지다. 작년도 졸업생 수십여 명이 찾아와서 얼싸안아주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저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늙은 스승을 기억하며 술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부석초를 졸업한지 50년 벗 김병수 맹관섭 35년 전 제자 최숙영 남춘우 선생 서산여중 제자 김선경 그리고 대산고를 떠난 박남이 조성숙 박정환 권지현 박희진 선생님 눈물겹게 고맙다. 대산고의 권보미, 신상원, 최윤희, 우진성, 이종환, 김승호, 김재련, 서경훈, 최성욱 선생님 등 일일이 호명할 수 없는 교육동지들에게는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하나? 축사를 읽어준 조나경 선생님 동영상 속의 정지영, 김혜정, 박정환, 권지현 선생님 그리고 21세 등푸른 청년 제자 이지형 우민영 등 수십여 벗들에게도 미안할 분이다. 그렇게 꺼이꺼이 들먹이던 몇몇 제자들 갚을 수 없는 빚을 떠올리며 새도록 마시고 펐다. 비로소 진한 술자리를 피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마음만 먹어본다. 3월부터 면벽 글 작업에 들어가야 할 것라며 주억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