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은 6월 6일 현충일 전후 1주일에 따는 것이 가장 알맞은 때입니다. 올 해는 두 그루는 제 때에 따서 20kg의 효소를 담았습니다. 다섯그루의 매실나무는 직장 동료들이 매실을 따고 싶다고 해서 같이 따기 위해 기다렸는데, 적기에서 2주일을 넘겼습니다. 옛부터 때를 모르는 사람을 철부지(節不知 : 계절을 모름) 바보라 했던가요? 큰 매화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열매를 본 동료들은 감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긴 막대기로 열매를 따면서 모두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비처럼 내리는 그 많은 열매가 때를 놓치면서 거의 대부분이 말라 병이 들었던 것입니다. 겨우 5kg 정도 나누어 가지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저는 괜히 미안해했습니다. 그래서 내년 6월 6일 현충일 공휴일 때 잊지말고 매실을 따러오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화나무는 잊어버리고 주말마다 강낭콩 옥수수 고추 삼채 사이에 쑴벅쑴벅 자라나는 잡초만 메었는데, 자두가 익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자두나무를 살피다가 휴식을 취할 겸 농장 주위를 쉬엄쉬엄 돌고 있었습니다. 매화나무 그늘이 좋아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알도 굵고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열매가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손으로 몇 개를 따다가 아내에게 매실효소를 더 담을 수 있느냐고 전화를 했습니다. 아내는 무조건 따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막대기로 따고보니 20kg은 족히 되었습니다.
뽕나무 열매가 까맣게 익어가면 수많은 날벌레가 떼로 몰려와 오디 엑기스를 빨아먹습니다. 까만 오디열매는 하얗게 말라버립니다. 한 차례의 홍역을 치루고 그 많은 날벌레 떼가 사라지면 서서히 새로운 오디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을 몇 년째 보았습니다. 매화나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 차례의 열매가 병들고 말라비틀어지는 홍역을 치르고나면 새롭게 크고 좋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생명은 단 한번에 싹이 트고 씨를 맺지 않습니다. 시차를 두고 싹이 트고 열매를 맺습니다.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이요, 지혜이겠지요. 그런 사실을 농사 5년 차에 깨닫고 있는 저는 아무래도 철부지 바보인가 봅니다.
첫댓글 선생님의 말씀 가슴 한 귀퉁이 자리잡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시길 빕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