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박만서 부국장대우】"그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산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2월 17일이후 2달여 정도는 구호품이 차고 넘쳤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구호의 발길은 점점 끊어지고, 가득 쌓였던 구호품 창고는 빈공간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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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단이 60채의 집을 건축해 산사태로 희망을 잃은 필리핀 레이데 주민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
| 지난해 2월 17일 산사태로 인해 하루 아침에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필리핀 레이데. 마닐라에서 동남쪽 6백7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레이데는 필리핀의 큰 섬 중의 하나인 비사야섬에 속한 지역으로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농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필리핀에서도 낙후된 지역이다.
이 곳은 이미 1991년에 산사태로 인해 8천여 명의 생명을 앗아간 올목이라는 곳에서 멀지 않은 지역으로 이번 산사태는 1천5백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1백50여 명의 어린이가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됐다. 또 이로 인해 인근 지역이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지정돼 3천여 명의 주민이 삶의 터전이 됐던 집과 농토를 버리고 이재민이 됐다. 이들은 당장 피곤한 몸을 눕힐만한 집조차 없이 지난 1년 여를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본교단 사회봉사부(부장:장현운 총무:김종생)는 이번 필리핀 사태를 접하면서 사고 발생 20여 일만에 현장을 방문하고 필리핀그리스도교연합교회(UCCP)와 현지 목회자 등과 만나 구호 대책을 논의한 끝에 산사태로 가족을 잃은 어린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한 집을 짓기로 하고 이를 추진, 총 공사비 2억원(대지구입 비용, 진입로 공사 등 포함)을 들여 60가정이 생활할 수 있는 집 60채를 완공했다.
총회, UCCP, 본교단 현지선교사회, 레이데 지역 교회 등이 연대해 협력 선교의 모델을 만들어 가며 진행된 이 사랑의 집 짓기 프로잭트가 '집, 생명 그리고 희망(House, Life and Hope)'로 명명하고 진행됐 듯이 산사태로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녀들을 잃어 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업이 됐다. 특히 본교단의 '생명 살리기운동' 취지와도 깊은 관련이 있어 처음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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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집 뒤로 보이는 산사태로 무너저 내린산. |
| 지난 10일 현장에서 진행된 준공식에는 부총회장 김영태목사를 비롯해 사회봉사부장 장현운목사, 서기 김의환목사, 실행위원 김한수장로, 총무 김종생목사 등이 참여했으며, 현지 선교사회 레이데산사태복구지원단 단장 김귀환선교사, 총무 박선호목사, 한경균선교사, 백성범선교사 등이 동행했다. 마닐라에서 국내선 비행기로 1시간을 가서 현장까지 자동차로 꼬박 5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공사현장은 아직 다듬어 지지 않은 진입로를 따라 1㎞ 들어가서야 만날 수 있었다. 사랑의 집이 위치한 곳에서 맞은 편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에는 1년 5개원전에 1천5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산사태 흔적이 한눈에 들어 온다.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는 사고 현장에는 찾아 내지 않은 시신들이 그대로 땅 속에 묻혀 있다.
필리핀 농촌지역의 전통 가옥은 대나무 등으로 4개 기둥을 세우고 땅에서 1m정도의 높이에 대나무를 걸친 후 나뭇잎을 덮는 정도이다. 지붕 또한 비 바람을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정도로 조금만 강한 비바람이 몰아 치면 실내나 실외가 구분가지 않을 정도이다.
이번에 본교단 지원으로 건축된 집은 필리핀 가옥 구조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정화조 시설까지 갖춘 필리핀 주민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시설과 구조로 이루어졌다. 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건축을 완료할 시점에 지역에서 발생한 6.2도의 강진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건물 어느 곳에서도 금이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함을 인정 받았다.
또 가정당 23.10㎡로 필리핀 가옥 구조로 볼 때 그들의 생활에서는 좁은 공간이 아니다.
지난해 3월 사회봉사부와 현지 선교사회가 현장을 첫 방문하고, 사업을 추진한 결과 15개월여 만에 완공된 사랑의 집 60채에는 이미 40여 가정이 입주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가정도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바로 입주할 예정이다. 이들은 산사태 피해지역에 위치한 마가타스교회의 교인들이다. 마가타스교회는 산사태로 담임목사가 사망했으며, 교인 중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교인 94가정이 오갈 곳이 없이 삶의 터전을 잃어 버렸다. 이들 중 60가정이 이번에 본교단이 건축한 사랑의 집에 입주했다.
총회 관계자와 선교사회 그리고 UCCP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일 진행된 준공식에서는 사고 발생 당시 반짝 관심을 가졌던 다른 단체와는 달리 끝까지 관심을 갖고 삶의 터전인 집을 건축해 준 것에 대해 입을 모아 감사의 뜻을 전하고, 특히 교단과 교단 그리고 현지 선교사회와 교회가 협력해서 이룬 성과에 대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이 자리에서 부총회장 김영태목사는 설교를 통해 "함께 연합해서 이루어낸 열매를 보며 하나님께 감사하게 됐다"며, "오늘의 결과는 산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주민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으로 감사할 줄 아아야 한다"고 전하며 부족함이 없는 삶이 집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축복했다.
또 사회봉사부장 장현운목사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아품이 치유되고 회복되기는 모습이 아름답다"면서 "교우들의 눈물과 기도로 모금된 헌금으로 건축된 사랑의 집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하나님의 사랑이 넘쳐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마닐라에서 일행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UCCP 사무총장 파스큐아(Bishop Eliezer M. Pascua)는 "산사태로 인해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는 곳이 됐다"며. "동역 교단인 PCK로부터 선물을 받은 집과 땅을 약속의 동산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본교단의 후원으로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기 시작한 레이데 산사태 피해자들은 이제 절망이 아닌 희망의 삶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다. 이 일을 본교단의 교회들이 해 냈다. 구호 단체들은 다 떠나고 잊혀진 땅 레이데에서.
"우리는 희망을 건축했다."
산사태로 인해 꿈과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진 필리핀 레이테는 사고 발생 2, 3개월동안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이후에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잊혀진 땅이 되어 버렸다. 레이테 주민들은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의ㆍ식ㆍ주 조차 해결할 수 없는 현실에 놓였으며, 쏟아지는 폭우를 피할 수 없는 거리에 나 앉아야만 했다.
이 곳에 희망을 심어 준 기관이 본교단이다. 그들에게 '집'은 단순하게 비 바람을 피하는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이기에 더욱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총회도 다른 구호 단체와 같이 일회성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장을 방문한 결과 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 없었기에 '사랑의 집'을 약속했다. 지난해 여름 국내에서 발생한 폭우로 인해 국내의 모든 이목이 강원도 피해 지역으로 쏠려 있던 때에 총회 사회봉사부는 이미 국내에서 잊혀진 레이데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모금을 전개했다. 필리핀에서 집을 한채 건축하는데에 2백만원, 총 60채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1억2천만원(땅 구입비와 도로 정비 비용 등을 포함해 총 공사비는 2억원 규모)이다. 국내 수해 피해 구호금이 순식간에 10억원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레이데 산사태 피해자를 위한 사랑의 집짓기 모금은 1억원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3개월 여 만에 60채의 가옥을 완공하고 산사태 피해 주민들이 입주했다.
특히 이번 사랑의 집짓기는 총회와 필리핀 교회인 UCCP, 그리고 본교단 파송 현지 선교사와 지역 교회가 협력에서 일구어 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재해 지역에 대한 구호활동에 중요한 모델됐다. 필리핀 선교사회는 레이데 산사태복구지원단을 구성하고 김귀환선교사를 단장으로 세우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김 선교사와 총무로 봉사한 박선호목사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열여덟차례 현장을 방문한 이번 사업의 숨은 공로자이다.
입주자 스스로가 'New Magatas Village'라고 부르는 사랑의 집에 함께 입주한 루니라 A 디존씨(마가다스교회 평신도대표)가 말하 듯 입주자들의 대부분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 오고 있으나 더이상 농사를 지를 땅이 없어 생활이 막막한 가운데 처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생활에 근거가 되는 집에 입주하면서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