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동해 초록봉(531.4m)
산불 딛고 일어서는 초록 조망의 산
강원 동해시 질펀하게 바다를 끼고 앉은 초록봉. 옛적에는 초로의 산, 비나리의 산으로 명성이 있었으나 어느 한날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되는 바람에 조망 좋은 일출,일몰 산행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시큰둥한 날씨. 이재학(67세, 블랙야크 삼척점), 삼척여성산악회 박금열, 이진교, 정선자, 김순녀, 송필남, 박금순,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안순란씨와 초록봉 산행 들,날머리로 정한 동해시 종합운동장 한켠에서 만났다.
"어제 두타산 산행에 1m가 넘는 눈을 러셀하느라 몸살이 났어. 오늘 약속만 아니면..."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로 이재학씨가 자랑겸 너스레를 피운다. "젊은 사람 뭣에 쓸려고 꼰대가 러셀해."
너스레로 워밍업을 대신하고 유도회관 앞 주차장에서 서쪽 뚝방 아래 우레탄이 깔린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니 이내 우레탄 길이 끝난다. '지흥간도로 L14' 전봇대 7~8개쯤에 시멘트다리를 건너자 '성원사. 초록봉 50분' 푯말이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 길로 들어 잠시에 또다시 다리를 건너자 높게 올려다 보이는 동해고속도로 다리 아래 삼거리다.
급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왼편 길로 올라선다. 아까시아나무들이 거무튀튀한 마사토 언덕에 엉성하게 붙어 있고 눈밖에 난듯한 오리나무들도 그렇다. 경사도가 수그러들며 덕골마을 표석이 있는 삼거리에 '초록봉 1구간 2.4km, 초록봉 2구간 2.6km' 게딱지 같은 이정표가 있다. 들머리에서 15분 거리다. 산비탈에 납골당이 보인다.
평탄한 왼편 수렛길로 간다. 간편한 옷차림으로 새벽바람에 정상을 다녀오는 이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10여분쯤 아이골을 따르자 검정바위 하나 길게 드러누워 길을 막고 통나무다리와 징검다리가 함께 있는 삼거리 합수점이다. '지흥간도로 79L56' 전봇대도 있다. 여기를 하산 지점으로 점찍어 놓고 징검다리와 통나무다리를 건넌다.봄눈 녹은 물이 차고 맑다.
왼편 길로 들어 초록동산자연농원 푯말을 지나자 식수불합격 판정을 받은 샘도 있다. 지금까지 ㄱ럳던 아이골 길에는 얼마 전까지 없던 전봇대가 섰다. 전봇대를 따라가니 '지흥간도로 79L74' 마지막 전봇대다. 멋쟁이 소나무들 숲속에 터를 잡은 '초록봉 아이골 쉼터'가 있다. 동동주 누룩향과 토종닭 삶는 냄새에 회가 동한다. 담벼락에 장작을 가지런히 쌓아 올린 옆집에서는 통통 튀는 피아노 건반음이 문틈으로 새어 나온다. 깡촌도 아닌 두 가구가 사는 이곳은 2007년 11월 말에 전기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전기 없이 살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역지사지 하여 상상해 보라.
솔나무 아래 잔디 비탈에서 휴식을 한다. 따뜻한 커피, 와인 한잔도 좋다. 갑자기 물기를 머금은 봄눈이 까맣고 하얗게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소낙눈이다. 나누던 간식도 접고 배낭커버, 윈드자켓을 입으며 환성을 터뜨린다. 아줌마들께서.
아이골 쉼터를 뒤로 하고 계곡과 계곡 사이 조붓한 지릉으로 올라 경사를 높여 간다. 비루먹은 말 잔등 같이 생긴 건너편 등성이에 듬성듬성 화염 속에 살아남은 소나무가 섰다. 화염을 맛본 흙은 매가리 없는 푸석한 마사토로 변해 있었다. 그래도 어쩌랴 거기에다 식재한 소나무 묘목들은 벌써 1m쯤 훌쩍 키가 컸고 곧 꽃몽을 터뜨릴 진달래도 심어져 있다. 소낙눈이 멈췄다. 씨글하던 세상도 잠시 멈췄다. 다시 필름이 돌기 시작한다. 막혔던 시야도 조금씩 풀린다. 정수리에 철탑을 꽂은 정상도 가깝게 나타나고 뱃고동 울음 울리는 뿌우연 동해바다는 줄곧 뒤를 따른다.
봄눈 된통 뒤집어쓴 묘들의 사열을 뒤로 하자 뒤틀린 소나무들에 호위를 받고 있는 돌탑. 의자와 거울 등의 시설물이 있어 정상으로 착각하기 십상인 봉우리다. 아이골 쉼터에서 50분 거리다. '북삼초교 6.2km, 묵호고교 2.9km' 작은 이정표가 있는 돌탑 아래 삼거리에서 이 봉우리는 돌아오며 보기로 하고 왼편 건너에 철탑이 보이는 정상으로 간다.
잠시 내려 다시 올라서니 산불감시탑과 국가시설물, 태극기가 펄럭이는 아래에 삼각점(묵호 24, 1997 재설)이 있는 정상이다. 남과 북으로 조망이 트였지만 각종 시설물들이 걸리적거려 조망을 즐기기에는 조금 껄끄럼하다.
돌탑이 있던 봉으로 다시 건너가 조망을 즐긴다. 요요한 정적의 동쪽 바다 저 넘어 울릉도와 독도가 버일 터이다. 서쪽은 백두대간이다. 두타산, 청옥산, 고적대, 상월산, 석병산들이 울골질하는 속에 유난히 허연 살점을 드러낸 자병산. 석회석 채취로 대간이 동강난 처절한 모습에 눈시울이 뜨겁다.
하산은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동쪽 능선을 따른다. 멈추었던 눈이 서북풍을 타고 몰아친다. 고소모 깊게 눌러쓰고 10여분 물쏟듯 내려서니 '←묵호고교, →종합경기장 삼거리' 푯말이 있다. 화살표가 지시하는 종합경기장 삼거리 방향으로 직진한다. 능선 양켠에는 불속에서 살아남은 참나무 종류, 싸리나무 종류, 오리나무 종류, 리기다소나무 등이 맹아림을 만들어 가고 있고 칡, 청미래덩굴, 산딸기나무, 조림한 어린 소나무들이 새살림을 차려 초록은 동색이 되어있다.
40여분쯤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묘 여러 기가 건너다보이는 안부에서 산판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질척거리는 마사토를 밟으며 10여분 소요에 오전에 헤어졌던 징검다리, 통나무다리 누워서 마중하는 바위가 있는 합수점이다. 눈은 비가 되어 초록비가 내리고 있었다.
*산행길잡이
동해시종합경기장-(50분)-아이골 쉼터-(50분)-돌탑-(10분)-정상-(10분)-돌탑-(1시간)-아이골 합수점-(20분)-동해시종합경기장
강원도 동해시의 바다를 끼고 앉은 초록봉은 옛적에는 초로의 산, 비나리의 산으로 명성이 있었으나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되는 바람에 현재는 오히려 조망 좋은 일출, 일몰 산행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초록봉은 산세가 부드럽고 키큰 나무가 적어 산행 내내 바다가 보이고 등산로도 찾기 쉬워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중식시간을 포함하더라도 느긋하게 5시간이면 산행시간으로 족하다.
*교통
동해시가 초록봉 산행의 기점이다. 동해는 철도가 닿는 곳이므로 열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동해역(033-521-7788)에서 청량리행 열차는 1일 7회(04:58, 07:43, 09:41, 11:33, 14:52, 16:35, 22:33) 있다. 부산에서 주말열차 동해행은 오후 오후 10시10분에 있고 동해역에서 부산행 주말열차는 오후 1시57분에 있다. 동대구역에서 동해행 열차는 1일 2회(06:30, 15:32) 있고 동해역에서 동대구행 열차는 1일 3회(07:46, 17:21, 18:35 영주) 있다. 동해고속버스터미널(533-2020), 강릉고속버스터미널(641-3181), 삼척고속버스터미널(572-9444), 삼척시외버스터미널(572-2085).
*잘 데와 먹을 데
산행들머리에 아이골쉼터(535-5547)가 있고 동해시에 묵호항 어달회타운을 비롯한 숙박업소가 많다. 영빈관횟집(533-8585), 해왕해물탕(535-0889), 동해비치호텔(533-6035), 꿈의궁전호텔(532-9996), 동해힐튼관광호텔(533-7722), 이스턴관광호텔(532-1940), 동해시청 관광개발과(530-2471).
*볼거리
천곡천연동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연 서회석 수평 동굴로 생성시기는 약 4~5억년 전으로 추정된다. 청정용식구, 커튼형종류석, 석회화단구, 종류폭포 등이 있다(532-7303).
동해8경 능파대(촛대바위), 용추폭포, 무릉반석, 망상명사십리, 천곡천연동굴, 만경대, 호해정과 할미바위, 초록봉.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
참조:초록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