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매스티지 군의 질주가 거침이 없다.
이 시장의 대표주자격인 제일모직의 ‘띠어리’는 12월 현재 총 46개 매장을 운영, 올해 연매출 65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블 신장을 한 남성복 라인까지 합하면 총 외형은 900억 원대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정상, 상설 유통망의 소폭 확대와 남성 라인 확장을 통해 연 매출 1천억 원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LG패션의 ‘질스튜어트’와 SK네트웍스의 ‘디케이엔와이’도 라인 확장 브랜드를 합해 연 매출 600억 원을 넘어선 것이 이미 오래 전이다.
아이디룩이 전개하는 프랑스 여성복 ‘마쥬’의 경우 이월상품을 판매하는 상설점에서도 겨울 시즌 월 매출이 억대를 넘나든다.
이 같은 상승세의 원인은 무엇일까.
제일모직 ‘띠어리’ 조용남 사업부장은 "수입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제는 수입 브랜드가 가지는 희소성이 아닌 ‘띠어리 스타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와 충성도가 보다 확고해 졌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봄 덴마크 브랜드 ‘데이’와 영국 컨템포러리 ‘릴리전’을 런칭하는 퓨사 박연수 사장은 "수입산 이라는 것이 무기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며 "현재 한국 시장과 소비자들은 이미 글로벌한 경쟁 체제와 감각을 갖추고 있고 그에 맞춰 브랜드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매스티지 시장을 겨냥한 해외 브랜드들이 낮은 백화점 판매수수료를 적용받음으로서 가격경쟁력을 키운 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희소성과 가격이 소비자들의 중대한 선택기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 본점, 갤러리아웨스트, 신세계 강남점 등 제한된 상권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힘을 발휘했던 것에서 벗어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제 수입 브랜드들은 라이선스 전개를 통해 소위 ‘수입 브랜드의 한계’로 꼽히던 사이즈와 납기 문제도 극복하고 있다.
‘질스튜어트’, ‘마쥬’ 등이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내년 8월에는 LG패션이 수입 매스티지 시장 형성의 역 ‘바네사브루노’의 영 버전 ‘아떼 바이 바네사브루노’를 런칭해 저변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낸다.
일부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나 엄두를 낼 수 있었던 가두상권에서도 서울 명동,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등에 속속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 단독점포가 생겨나고 있다.
한 수입 브랜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대기업을 중심이 되고는 있지만 이들을 기점으로 주변 상권에 하나의 그룹이 형성될 경우 지방으로의 세 확장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고가 여성복 시장에서 수입브랜드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내셔널 브랜드 업계가 시장과 소비자를 읽는 관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크다.
한 내셔널 여성복 브랜드 본부장은 "수입 브랜드는 사이즈나 소재 품질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애써 무시해 왔던 것이 무색하다. 경기 탓, 날씨 탓, 유통 특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시장과 소비자가 이미 글로벌화 되어 있다는 것, 소비자들이 해외 브랜드로 이탈을 한 것이 아니라 기다려왔던 브랜드로 이동한 것임을 먼저 인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