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지방법원 2008. 1. 8. 선고 2004가합16703 판결 【보험금】 판결문
【판시사항】
[1] 원고가 출산한 아기의 뇌성마비로 인한 장해가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2] 보험금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는지 여부
【판결요지】
[1] 원고가 출산한 아기의 뇌성마비로 인한 신체장해는 분만 담당 의사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재해장해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상법 규정 상 원칙적으로 보험금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만, 다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장해연금은 주피보험자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장해분류표 중 제1급 내지 제3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 지급하는 것인데,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발생한 재난의 경우에는 당해 재난이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일 경우에 한하여, 이를 보험금 지급대상인 재해로 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담당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대구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선고받은 2006. 7. 11.경 또는 그 항소심 재판에서 조정이 성립하여 확정된 2007. 9. 20.경에야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그 이전에 이미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소멸시효의 진행은 중단되었다.
【원 고】 도혜○
【피 고】 교보생명보험주식회사
【변론종결】 2007. 12. 11.
【판결선고】 2008. 1. 8.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2,347,102원과 이에 대하여 2004. 12. 30.부터 2008. 1. 8.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36,16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지위
원고는 2001. 7. 6. 피고와 사이에 별지 '이 사건 보험계약 내용' 기재와 같이 무배당 어린이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소외 ○○○의 출생과 장해 발생, 피고의 보험금 지급거절
1) 원고는 2000. 10.경 임신한 뒤 2001. 1. 6.부터 ○○병원(이하, '○병원' 이라 한다)에서 산전 진찰을 받기 시작하여 2001. 8. 15. 소외 ○○○을 출산하였다.
2) 원고는 유산 1회의 분만력을 가진 초산부로서 병원에서 산전 진찰을 받는 동안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원고는 임신 39주째인 2001. 8. 15. 08:00경 ○병원에 입원하였고, 같은 날 13:19경 자연 질식분만으로 소외 ○○○을 출산하였다. 소외 ○○○은 출생 직후 첫 울음이 없었고, 같은 날 15:40경 기관지내관 삽관이 시행된 상태로 대구 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다.
3) 소외 은 출생 후 대구 병원에서 신생아가사(중증), 저산소성 뇌증, 다발성 뇌내출혈 및 경막하 혈종의 진단을 받고 2001. 8. 29.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2002. 4. 27.경 ○○대학교 ○○병원에서 뇌성마비, 사지마비형 진단을, 2003. 1. 24.경 위 병원에서 뇌병변 장애 1급 진단을 각 받았다. 현재 은 말을 못하고 소리만 낼 수 있고 표정으로 기본 의사를 표시하며, 혼자 앉을 수 없고, 불완전하게 몸을 가눌 수 있으며, 대 소변은 도움을 받고 시행할 수 있는 상태이다. 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별표 3) 장해등급분류표(이하 ' 장해분류표'라 한다) 상 제1급(제3호) 신체장해에 해당한다.
4) 피고는, ○○○의 뇌성마비로 인한 장해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재해 이외의 원인으로서 질병에 의해 제1급 장해상태가 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3. 3. 10. 원고에게 해당 보험금(사망보험금 일시금) 15,000,000원을 지급하였으나,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장해연금의 지급은 거절하였다.
5) 원고는 제1급 신체장해에 대한 재해장해연금(20년간 지급)을 일시불로 지급받기를 원하는데, 이 경우 피고가 지급해야 할 금액은 117,347,102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6호증, 을 1 내지 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및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소외 ○○○은 ○병원 의료진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뇌성마비 상태의 제1급 장해를 입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해당하는 재해장해연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가) ○○○의 뇌성마비로 인한 장해는 태생적 질병 또는 체질적 요인 등과 같은 내부적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보험사고로 정하고 있는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재해장해연금은 피보험자의 생존을 조건으로 매년 1회 1,000만원씩 20년간 지급하는 것인데, ○○○의 기대여명이 8.5년이므로 신체감정을 한 2006. 3. 20. 기준으로 2014. 9. 20.까지 매년 1,000만원씩 지급하면 된다.
다) 원고는 2002. 4. 27. ○○대학교 ○○병원에서 ○○○의 뇌성마비, 사지마비형 진단을 받았을 때 장해발생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고, 늦어도 2002. 6. 4. ○○대학교 병원에서 뇌파검사 결과와 뇌자기 공명영상검사 결과, 뇌성마비에 영아 연축 형태의 경련이 일어날 가능성 및 백질 연화증, 물리치료에 관하여 설명을 들었을 때, 혹은 그러한 설명을 들은 후 2002. 8. 27. 실제로 영아 연축 형태의 경련이 일어났을 때에의 장해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인데, 위 각 시점으로부터 2년이 경과한 2004. 12. 22.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보험금 청구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보험금 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
라) 피고는 2003. 3. 10. 보험금 1,500만 원을 이미 지급하였으므로 피고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서 이를 공제하여야 한다.
나. 판단
1)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는 보험사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갑 4, 5호증, 을 4 내지 8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의 분만을 담당하였던 ○병원 의사는, 분만 도중 태아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으므로, 태아의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손상 등 치명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제왕절개수술에 의한 분만을 시도하는 등으로 적극적인 대처를 할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자연 질식분만을 강행한 과실이 있고, 그러한 과실로 인하여 소외 이 장해분류표 상 제1급 신체장해를 입게 된 사실, 원고와 등은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2006. 7. 11.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므로, 그로 인한 손해 중 일부(80%)를 배상하라 는 내용의 일부승소 판결을 받은 사실, 2007. 9. 20. 위 손해배상 소송의 대구고등법원 항소심 재판에서 병원 원장 과 담당 의사 은 2007. 10. 19.까지 각자 에게 8천만 원을 지급하고, 이 여명기간인 2014. 9. 20. 이후에도 생존하는 경우 과 은 여명기간 이후에 인정되는 개호비, 향후치료비의 50%를 ○○○에게 지급한다 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의 뇌성마비로 인한 신체장해는 분만 담당 의사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이는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 (별표 2) 재해분류표 제29항(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중 환자의 재난)에서 정하고 있는 재해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재해장해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의 생존을 조건으로 재해장해연금을 지급하는지에 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 내용에 의하면, 재해장해연금은 주피보험자가 재해를 직접적 원인으로 장해분류표중 제1~3급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 매년 20년간 지급하도록 되어 있고, 이와 달리 주피보험자의 생존시까지만 또는 생존을 조건으로 장해연금을 지급한다는 규정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가) 상법은 보험금액의 청구권은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을 뿐(제662조),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에 관하여는 아무 것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므로,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 고 규정한 민법 제166조 제1항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보험금 청구권은 보험사고의 발생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권리로 확정되어 그때부터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진행하는 것이지만, 다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인지의 여부가 객관적으로 분명하지 아니하여 보험금 청구권자가 과실없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 수 없었던 경우에는 보험금청구권자가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재해장해연금은 주피보험자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장해분류표 중 제1급 내지 제3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 지급하는 것인데, 외과적 및 내과적 치료 중 발생한 재난의 경우에는 당해 재난이 진료기관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일 경우에 한하여, 이를 보험금 지급대상인 재해로 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담당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대구지방법원의 1심 판결을 선고받은 2006. 7. 11.경 또는 그 항소심 재판에서 조정이 성립하여 확정된 2007. 9. 20.경에야 이 사건 보험사고의 발생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그 이전에 이미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소멸시효의 진행은 중단되었다.
다) 설사 피고 주장의 각 시기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고, 그때로부터 기산하면 이 사건 소제기 이전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는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과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 갑 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2004년 초 경 피고에게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하여 질의하였고, 이에 피고는 피고 주장의 소멸시효 기산일로부터 아직 2년이 경과되기 전인 2004. 3. 11.경 원고에게 원고가 현재 피보험자의 장해와 관련하여 병원과 의료사고 여부에 대해 소송 중에 있으므로 소송 결과 의료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장해보험금을 재청구할 수 있다 는 내용으로 안내 회신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병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확정되고, 그 결과 의료진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확정시로부터 소멸시효가 새로이 진행되므로 그 이전에는 원고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고, 그 이전의 어느 시기를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아 시효완성을 주장하지는 아니할 것과 같은 태도를 보여, 원고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원고의 신뢰를 배반하여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도 없다.
라) 따라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없다.
4) 피고의 기 지급 보험금 1,500만 원 공제 항변에 대하여
피고가 에게 발생한 제1급의 장해가 재해장해연금 지급 대상인 재해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약관 제16조 제2호에 따라 2003. 3. 10. 원고에게 사망보험금 일시금으로 1,500만 원을 이미 지급한 사실은 앞서본 바와 같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밝혀진 것처럼 에게 발생한 제1급의 장해가 재해로 인한 것일 경우에는, 그 같은 사망보험금 일시금은 지급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보험금에서 공제(부당이득으로 상계)되어야 하므로, 피고의 이 부분 항변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재해장해연금의 일시금 지급 금액인 117,347,102원에서 기 지급 보험금 15,000,000원을 공제한 나머지 102,347,102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04. 12. 30.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08. 1. 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성수(재판장) 허용구 이차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