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바베큐를 한다고 해서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다만 훈연 연기를 처리하는 것이 야외처럼 자유롭지 않으니
이점만 주의하면 됩니다.
훈연으로 인한 문제는 세가지입니다.
첫째는 이웃으로부터의 항의가 두렵다
둘째는 연기를 잘 배출하지 못하면 그 연기가 집안으로 다 들어온다
세째는 불났다고 오인할까....걱정된다
정도입니다.
이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 경우는
가능한 비오는 날이나 바람이 잘 부는 날을 택해 훈연을 합니다.
다른 집에서 창문을 닫아놓을 가능성이 높은 날을 선택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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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진처럼 선풍기를 이용합니다.
창문-선풍기정면-선풍기뒷면에 바베큐 환기구멍을 접근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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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가까이서 보면, 연기가 빨려들어가는게 보이시죠?
이렇게 하면 훈연연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선풍기로 빨려들어가고,
다시 창밖으로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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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맞바람이 분다면, 이렇게 박스를 씌워주면 한층 더 안정적으로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이렇게 선풍기를 사용하면 왠만큼 바람없는 날도 바베큐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알루미늄 주름관을 씌워 창밖으로 빼놓기도 합니다.
(이런 주름관을 이용해, 부엌 후드에 연결해 연기를 해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ㅎ)
단, 윗층에 후각이 아주 발달된 예민한 이웃이 산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입막음을 위해 바베큐할때마다 고기 한덩이씩을 갖다 안긴답니다.
한두번 맛을 보고 난 후엔 냄새나면 알아서 내려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ㅎㅎㅎ)
훈연재 역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적당량을 지속적으로 길게...해줍니다.
(저는 바베큐를 약간 낮은 온도에서 길게 하는 걸 선호하기때문에
굳이 너구리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훈연재는...
독한 연기를 내는 것보다는 순한 녀석들을 주로 씁니다.
제 경험으로는
참나무>벗나무>사과나무>귤나무
순으로 맵기가 덜합니다.
귤나무는 매우 부드러워서 집안에 훈연연기가 역류해 들어와도
그리 괴롭지 않습니다.
(우리 시아버님은 향피운 것 처럼 냄새가 좋다고 하시더군요^^)
현재까지의 경험으로는 사과나무가 제일 맘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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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초기 2시간쯤은 귤나무로,
이후 사과나무를 섞어 2시간정도 더 훈연했습니다.
(어제 잠깐 언급했듯이, 훈연만 해두느라 고기를 좀 많이 넣었습니다. 4kg전후...
그냥 두면 상층부만 더 짙게 훈연되므로 중간쯤 한번 위아래를 바꿔줍니다)
고수들의 조언에 따르면,
훈연칩은 초기에 넣으면 향이 좋아지고
끝부분에 넣으면 표면색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저는 초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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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한 5-6시간쯤 훈연한 상태인데,
오일을 전혀 뿌려주지 않았음에도 적절히 지방이 배어나와 촉촉합니다.
고온으로 할 경우, 표면이 쉽게 딱딱해 지는 것과는 반대입니다.
지금껏 가장 길게 훈연해 본 건...10시간 전후가 최고기록입니다.
이때 만든 게 제가 여지껏 해 본 것중 최고로 맛있었고,
그래서 저는 낮은 온도에 길게~~~~를 선호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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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훈연한 녀석중 두덩이는 꺼내고, 나머지는 쿠킹에 들어갑니다.
훈연만 시킨 녀석은 요렇게 냉동시켜놨다가 술안주없을때 꺼내서 스킬렛에 구우면 딱입니다. ^^
햄과 바베큐의 중간 느낌...이랄까 여튼 반응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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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연할때는 브리켓을 한쪽에만 몰아넣어 1point로 했습니다.
일단 공간활용이 좋고, 뚜껑의 공기가 빠져나가는 구멍을 훈연재 반대쪽에 위치시키면
연기가 그릴내부를 충분히 회전한 후 빠져나가기 때문에 적은 훈연재로도
효율적인 훈연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훈연이 끝난 후, 네덩이는 쿠킹에 들어갑니다.
브리켓은 2point로 양쪽에 위치시켰습니다. 역시 고른 열효율을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할 경우, 뚜껑의 공기구멍은 두개의 열원 사이에 위치시키면 됩니다.
평소 쿠킹 온도는 100도에서 130도 사이로 유지하는편인데
오늘은 110도쯤에서 안정화가 되었습니다.
(쿠킹들어가면서부터는 무선온도계를 설치해서 고기심부온도를 측정하면서 진행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시아버님 저녁식사준비며 기타 등등을 하느라 사진을 거의 못찍었습니다.)
=>무선온도계는 최근에 새로구입한 건데, 매우 편리합니다. 강추 품목입니다.(담에 사진찍어 설명드릴께요)
여튼... 쿠킹시작할때 고기의 심부온도가 48도였는데,
1시간 10여분만에 75도까지 상승, 꺼낸후 30여분간 레스팅,
시아버님께 무지하게 늦은 저녁식사를 차려드릴 수 있었습니다. ㅎㅎㅎ
아버님의 반응은 매우매우 좋았고,
저역시 결과물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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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난 후,
2시간여의 기나긴 레스팅후 남은 녀석들을
한번씩 먹을 분량으로 진공포장한 상태입니다.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지방층이 반투명한 상태로 탱글탱글합니다.
훈연 멍 또한 전체의 절반가까이 잘 물들었습니다.
그동안은 계속 국내산 냉장육을 사용했는데,
칠레산(냉동육)에 대한 평가가 워낙 좋아서 이번에 시도했더랬는데
결과는 정말 품질 짱~~~이었습니다.
(초코님이 우려하셨듯이) 냉동육을 처음사용해보는 거라서 좀 걱정했었는데
오늘 경험을 통해, 바베큐했을 때 지방이 분리되거나 물컹거리는 현상은
제대로 해동되지 않은 고기를 지나치게 고온에서 익혔을때 나타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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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보시다시피 한판을 자른건데
지방이 뭉쳐진 곳이 없이 전체적으로 고른 품질을 보여줍니다.
가격도 착해서 국내산 냉장육의 절반수준입니다.
앞으로 통삼겹 바베큐는 쭈욱 칠레산으로 갈 예정입니다.
고로 이제 코스트코에서 고기살 일이 없어졌습니다.
우야튼.... 길고긴 바베큐를 마무리하는 것을 끝으로,
오늘부터 당분간은 빡세게 노동전선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헉...올리고 보니 사진이 너무 크군요 죄송-_- / 그리고 지저분한 주변이 너무 자세히 나와서..... 민망-_-합니다.
브라보...최고의 레시피 입니다..로리님을 위해..월요일 게시판을 하나더 생성합니다^^
새로 만들어진 게신판을 못찾고 한동안 헤멨습니다.^^ 후기 감사드립니다....초보자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글이네요.... 헌데.. 이걸 배울려면,, 아무래도 집에서 몇번은 해봐야 될 거 같은데 그러자니 캠핑도 못가고 고기랑 씨름해야 될듯하고..... 음 대략 난감합니다....--; 그래도 언제쯤 스타트 할지 모르지만.. 꼭 시작하겠슴다..^^ 모르는거 있음 그때 그때 글 올릴께요... 부탁드려요~~
아님.. 대충 고기랑 장비 사들고 가서... 캠핑장에서 배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