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맹문재 여국현 옮김, <종소리>, 푸른사상, 2021년 2월
역사 발전을 알리는 종소리
맹문재
찰스 디킨스의 명작인 『크리스마스 캐럴』에 이어 『종소리』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날만큼은 사람들이, 특히 가난한 노동자들이, 식구들과 난롯가에 모여앉아 자신이 쓴 소설을 휴식을 취하며 읽기를 희망했다. 산업혁명 이후 국가는 부자가 되는데 비해 기회를 갖지 못한 하층민들은 사회에서 철처하게 소외되고 있었는데, 디킨스는 그들과 함께하고자 한 것이었다. 거리는 활기로 넘치고 상점들마다 화려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을 정도로 디킨스가 살아가던 시대의 런던은 풍요로웠지만, 하층민들은 빈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종소리』에서 묘사되고 있듯이 끼니를 굶은 채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 하루종일 일을 해도 끼니 해결이 어려운 사람들, 가난과 무지로 결혼조차 포기하는 사람들, 알코올 중독자로 무너지는 사람들, 사회의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사람들, 심지어 거리에서 몸을 파는 사람들이 그 모습이었다.
디킨스는 하층민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고 고통을 나누고자 했다. 『종소리』에서 “아무리 일을 해도 사람답게 살 수 없을 때, 생활이 너무나 형편없어서 안에서나 밖에서나 배고픔이 가시지 않을 때, 노동하며 살아가는 삶이 그렇게 시작해서 그렇게 가다가 아무런 기회도 변화도 없이 그렇게 끝장나고 마는 것을 볼 때, 그 신분 높은 사람들에게 가서 말하지요.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 내 집은 좀 내버려둬요. 당신이 더 비참하게 하지 않아도 이미 내 집 문은 충분히 비참하니까.”(62~63쪽)라고 발언한 것이 그 모습이다.
이와 같이 디킨스는 하층민들과 연대해 지배계층에 맞섰다. 계급적인 인식을 토대로 “저와 같은 사람들을 다루는 신사분들, 신사분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합니다. 우리가 요람에 누워 있을 때부터 더 나은 가정을 주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위해 일할 때 더 좋은 음식을 주십시오. 우리가 잘못을 범할 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친절한 법을 만들어 주십시오.”(101쪽)라고 요구한 것이다. 지배계층이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주면 자신들은 인내심이 있고 평화를 사랑하고 자발성이 있는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다. 신분 계층이 여전히 견고했던 시대에 디킨스가 이와 같은 노동자 의식을 나타낸 것은 대단한 용기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디킨스는 역사 발전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졌던 것이다.
내가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책』에 들어 있는 소설들을 번역한 의도는 1997년 외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소위 아이엠에프 사태는 시대인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과 고통을 주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그 고통이 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 노동자들이 길거리에 넘쳐났는데, 나는 디킨즈의 소설들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그들을 껴안고 싶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영문학 박사인 여국현 시인이 소설 전체를 감수했고 작품 해설도 달았다. 여국현 시인과 함께하지 않았으면 『종소리』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박현숙 씨가 꼼꼼하게 교정을 봐주었다.
『크리스마스 책』에 들어 있는 디킨스의 다음 작품은 『난로 위의 귀뚜라미』이다. 좀 더 좋은 번역이 될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 『종소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내가 지향하는 인생관이자 역사관이기에 끝인사로 대신 소개해본다.
시간의 소리는 인간에게 외친다, 나아가라! 시간은 인간의 발전과 향상을 위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