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에 스테로이드 성분은 없나요?
한약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 가운데에 스테로이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흔히 양의사들과의 대화에서 한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빠지지 않고 스테로이드를 언급합니다.
친한 의사도 가족들의 한약을 지을 때, 혹시나 스테로이드가 들어가는 약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물어 오곤 합니다.
이는 한약에 양약인 합성스테로이드를 넣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겠지만,
천연물인 한약에 존재하는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염려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약에는 천연스테로이드 성분이 있으나,
양방에서 많이 사용하고 부작용을 주의해야 하는 합성스테로이드 성분은 없습니다.
한약을 지을 때에 넣는 한약재는 천연물입니다.
천연물에는 스테로이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천연스테로이드는 우리 몸에 해로운 존재가 아니며,
양약에서 쓰는 합성스테로이드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스테로이드의 종류
스테로이드는 흔히 합성스테로이드와 천연스테로이드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천연스테로이드는 동물성 스테로이드와 식물성 스테로이드로 구분합니다.
또,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화학구조상으로 스테로이드 사포닌과 스테로이드 알카로이드로 구분합니다.
합성스테로이드는 인체 생리활성이 높은 화학구조를 가진 스테로이드 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물질입니다.
이는 강력한 치료효과를 가지고 있으나 부작용 역시 다양하고 강력하므로 사용에 주의를 요하는 약물입니다.
천연스테로이드 중에 동물성 스테로이드는
동물의 정낭과 부신에서 추출하며 비교적 생리활성이 높으나 추출비용이 많이 듭니다.
내복(먹어서 복용)하면 효과가 적어 주로 주사제로 만들어 사용합니다.
독일의 히틀러가 황소의 정낭에서 추출한 동물성 호르몬 주사제제로 활력을 유지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생리활성이 미약해..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식물이 생합성하여 만드는 미량성분의 하나입니다.
가지과 식물과 마과 식물에 이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풍부히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감자나 가지, 마에 들어있는 식물성 스테로이드 성분은
스테로이드라는 이름으로 불리우지만 양약의 합성스테로이드 성분과는 전혀 다릅니다.
이 둘은 생리활성 면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으며,
천연물 속의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워낙 미량이라 인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합니다.
또, 합성스테로이드는 체내에 수개월~수년씩 잔류하는데 비해,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며칠이면 체내에서 배출되므로
이 두 가지 스테로이드의 위해성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 됩니다.
무기로 비유하자면 합성스테로이드를 미사일로 봤을 때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조그만 물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천연물 화학을 어설프게 알고 있는 일부 의사 분들은
식물성 스테로이드 성분의 일부를 보고서
이것이 마치 합성스테로이드 성분과 동등한 생리활성을 가진 것처럼 효능과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있고,
한약에 들어있는 식물성 스테로이드도 마치 위험한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감자와 가지를 많이 먹으면 (합성)스테로이드제를 과다 복용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감초에 스테로이드 없어..
혹자는 감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은 스테로이드 성분이 아닙니다.
감초에 들어있는 것은 콩류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스티그마스테롤’과
거의 모든 식물에 포함되어있는 ‘베타시토스테롤’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는데,
이 두 가지 물질 모두 ‘무기질코르티코이드’로
흔히 양약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나타내는 당질코르티코이드가 아닙니다.
* 참고 : 코르티코이드란?
부신피질에서 분리한 스테로이드호르몬의 총칭입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라고도 하며 60종 이상이 알려져 있습니다.
작용에 따라 당질코르티코이드, 무기질코르티코이드로 크게 나눕니다.
감초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의 하나인 글리시리진은 스테로이드 분해효소에 길항하므로
우리 몸의 스테로이드 분해를 늦춰지게 하여
결과적으로 우리 몸에 존재하는 스테로이드의 혈중 농도를 높이게 됩니다.
따라서 마치 합성스테로이드를 먹은 것처럼 식욕이 좋아지고 얼굴이 붓는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름하여 ‘감초 유발성 위알도스테론증’이라 부릅니다.
이로 인해 감초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은 것입니다.
이는 감초의 복용을 중지하면 곧 사라집니다.
나이와 복용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1일 6g 이내로 30일 내외의 감초 복용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한약 처방에 감초가 들어갈 경우 처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통상적으로 1첩에 감초 5푼~1돈 (2~4g) 정도가 포함되고,
1제(20첩)를 15일~20일 정도 복용하므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굉장히 낮습니다.
[ 6g x 30일 = 180g / 4g x 20첩 = 80g ]
한약의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뛰어난 약리작용이 있어..
일부 한약재 중에 지모, 황정, 해백, 질려, 맥문동 등의 약재에는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그러나 이들 한약재는 흔히 먹는 식품과는 달리 투여량이 적습니다.
일반적인 처방에서의 이들 한약재의 인체 투여량은 8~24g/day에 불과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1일 식품 총 섭취량인 1,000~1,300g의 1/50~1/150정도에 불과하므로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식물성 스테로이드는 심장과 혈관에 유익한 작용을 하며,
항암작용과 치매예방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항균작용과 항바이러스작용, 혈당강하작용과 에스트로겐양 작용을 하기도 함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한약에 합성스테로이드와 같은 구조의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다거나,
한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량의 식물성 스테로이드가
우리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하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동반자
한의원 래인보우(來人保祐)
원장/한의사 하성준
위 내용은 경희장수한의원 윤성중 원장님께서 써주신 글을 약간 손질한 것입니다.
원글 출처 : http://cafe.naver.com/jsclinic/241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한약을 오래도록 먹는 아이때문에 걱정했었는데 정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