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어둠속에서 숨죽이던 청계천이 서울의 심장으로 되살아난 것을 축하하며
청계천복원을 기념해서 열리는 제 3회 하이서울 마라톤 대회에 다녀왔다.
지난주(9/25) 강화마라톤 하프에서 빡세게 달린이후
오른쪽 발목이 시큰시큰 거리고 많이 불편하다.
계속해서 얼음찜질해주고 맛사지도 열심히 했는데
조금 호전될뿐... 하이서울 대회 달릴일이 걱정이다..
약하게나마 나름대로 카보로딩도하고
이온음료와 물도 하루에 한통이상 마시고
스트레칭도 시간날때마다 해주며
나름대로는 공을 들이고 있는데 발목때문에 많이 걱정된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 대회날은 밝아왔다.
일찍일어나 오른쪽 발목과 무릎에 테이핑을 정성스레 한다.
강화하프때 물집생긴 부위가 아직 다 아물지않아
불안한 마음에 그곳도 밴드와 반창고로 잘 마무리 한다.
청량리에서 같이 뛸 회원님들을 만나 시청 잔디광장으로 이동한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게 어째 좀 그렇다..
시간이 널널한 관계로 기념티도 교환하고
롯데백화점에서 지급해주는 수건도 받고
바세린,썬크림에 이어 스트래칭도 꼼꼼하게 해 둔다..
출발을 앞둔 마라토너들의 열광적인 분위기와 진지한 표정..
정각 9시..
개그맨 배동성C 의 사회로 출발..
오늘의 코스는 서울 도심과 한강시민공원(북쪽)을 통과해 잠수교를 넘어
반포지구지나 여의도 24킬로 지점인 곳에 중간골인지점을 운영하고
성산대교지나 가양대교에서 턴해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는 코스다.
~5km(26'09")
청계천, 그 생기넘치는 물 흐름을 바라보며 달린다..
검푸님,산성님과 나란히 동반주한다.
검푸님은 오늘 풀 뛰시고 낼 또 풀을 뛰실예정이라
오늘은 그냥 천천히 3시간 40분대로 뛰시겠댄다.
3시간 40분이 천천히 뛰는 것이라면.... 으흐흐흐...
지천명을 넘긴 연세에 몸과 마음이 청년으로
정말이지 멋지게 사시는 검푸님이 존경스럽다.
다리가 너무너무너무 무겁다.
호흡도 심하게 거칠고..
벌써부터 땀이 주루루 흐른다.
어째 징조가 좀 그렇다..
은근히 불안하기까지하다..
~10km(25'11" ,50'20")
아까보단 몸이 많이 풀렸는데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다.
그나마 옆에 검푸님과 산성님이 페.메를 해 주시고 계셔서
너무나 의지되고 든든하다.
조금씩 조금씩 몸이 풀리면서 자꾸만 앞으로 나가려는 내게
검푸님은 강.약을 조절해 주시고 길도 터 주신다.
너무 감사하다..
하프를 1시간 47분 55에 끊었다..
생각보다 많이 지체된시간..
마음이 급하다..
여의도 63빌딩앞에 이르자 어느새 따라왔는지 폼생님도 가세를 한다.
두분의 페.메께서 내 속도에 맞춰 힘들지않게 이끌어 주신다.
앞에서 바람이 불어오자 두분이 앞서시고
나는 그 뒤를 따르게 하는 자상함까지..
그렇게 그렇게 가양대교지나 33킬로 지점에서 턴을 하자
'이젠 가기만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힘을 발휘해본다.
35킬로 지점쯤 왔을까..
테이핑으로 중 무장한 오른쪽 발목과 다리는 이상없는데
아무 이상없던 왼쪽 종아리가 딱딱해지며 땡기기 시작하는것이 아닌가..
순간..
덜컥 겁이났다.
지난주 강화하프에서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이 미련한 허브가 새벽에 테이핑을 하면서
불편한 오른쪽 발목과 종아리만 했지 왼쪽은 안한것이다.
양쪽을 다해야 하는것인데 왼쪽은 괜찮다는 이유로 그냥..
'어휴~ 미련한 **'
이제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일..
남은 7킬로 어떻게해서도 40분안에 들어가야만 한다.
오로지 내 머리속엔 그 생각밖에 없다.
검푸님,토종님,아우토반님이 맞은편에서 달리시며 힘을 주신다.
달리는의사회 이동윤 원장님이 나를 보시더니
잘 뛴다고 칭찬해 주시며 힘내라고 응원해주신다.
'그래..가는거야(노홍철버젼).. 뻗더라도 피니쉬라인 들어가서 뻗어야지..'
38,39,40... 숫자의 배가 불러올수록 마음은 더욱 급해지기만 했다.
이번에 내 최고기록을 갱신 못하면
앞으로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안의 이런저런 일들로 춘천까지는 훈련을 제대로 못할 것 같고
그 이후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다..
암튼 난 40분안에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들어가야만 한다.
40킬로 지나면서 시계를 얼핏 보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여기서 부터 스파트를 하기로 했다.
마음은 스팟을 넘어 피니쉬라인에 가 있는데 두다리는 어기적 어기적...
드뎌 1킬로 남았다.
아무생각없이 마이크와 꽹가리 소리나는 쪽을 향해
그야말로 젖먹던 힘을 다해 달리다보니
그렇게 그리워 하던 피니쉬라인이 내눈에 들어온다.
'가자,가자,어서가자....'
마이크를 잡고있던 사회자분이 여성 풀코스 6등이 들어온다는 소릴 들으며
난 괴성을 지른채 빨간 매트위에서 휘청이고 있었다.
3:39:17
'수상대기자'라고 쓰여있는 목걸이(?)를 걸어준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드뎌 내가 그렇게도 원하던 개인 최고기록을 깼단 말인가?
오로지 한점 이 목표를 향해 그렇게 여름날을 발버둥쳤단 말인가?
어,어,어...
쥐가나서 허우적대는 나를
회장님과 문호리님이 거의 들쳐업다시피 하며 부축한다.
문호리님은 중간골인 지점인 24킬로 까지만 뛰셨다고 하셨고
회장님은 차를 가지고 이곳 여의도까지 나오셨댄다.
너무나 고마운 분들...
운동화벗고 맨발로 어그적대며 한참을 잔디밭을 돌아다닌다.
당췌~ 앉을수 가 없으니..
차츰차츰 숨고르기가 되자
뒤이어 들어온 폼생님이
문호리님과 함께 발도 주물러 주시고 운동화끈도 풀어주신다.
좋은친구님의 사모님은 직접 끓여오신 죽도 건네주신다.
대충 회복이 되어오자 폴로라이드 사진 찍어주는 분에게
천클인들과 어울려 사진 찍는 여유도 부려본다.
지난주 강화하프에 이어 연거푸 시상대에 올라가보는 기분이
그렇게 째질수 없었다.
난생처음 올라가보는 풀코스 시상대가 그렇게 위대해 보일줄이야...
오늘의 내 기록과 기쁨은
노련하신 메.메분들(검푸님,산성님,폼생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결코 어려웠을 것이다.
다시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