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은 참으로 빠르게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습니다. 가깝게만 잡더라도 우리는 개화기 이후 이 출렁임의 폭이 한없이 커져만 왔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격랑속에서 다른 나라로부터 당한 잔인한 죽음이야 그랬다 치더라도 우리가 한부모 형제끼리 저지른 끔찍한 죽임들을 분명히 무슨 미친 귀신에 씌워 한 짓들이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그짓들 조차도 서로 남들 핑계로 돌려대며 또 다른 남들을 불러들이기 바빴던 우리는 이제 우리가 한식구였다는 생각을 해내기도 힘들 정도로 이미 너무나 갈래 나뉘어 버린듯 합니다. 출렁임의 폭은 끝에 닿았는데.....
땅도 나뉘었고 사람도 나뉘었고 생각도, 노래도 나뉘었고 나뉜 중에 또 나뉘어 이제는 각자의 마음안에서조차 가닥을 못잡아 제 마음의 주인 노릇하기도 힘든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들이 그동안 들려주었던 이런저런 얘기들만으로는 우리 모두의 문제를 결코 풀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처절하게 겪어온 우리는 이제 맨처음으로 다시 되돌아가 우리들 마음의 결을 가닥잡는 일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해야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만으로는 해결의 기미가 잘 보이질 않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서로가 이해할 수 없다며 배척하던 마음의 모습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뒤죽박죽일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나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와 너, 너와 나, 여와 야, 운동권과 제도권, 세대간,계층간등 모든 이분법을 뛰어 넘어 남과 북이 하나로, 그리고 지구상에서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만이라도 먼저 다함께 같이 부를 "겨레의 노래" 한두가락 생겨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라는 낱말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아직은 단언도 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앞으로 아무리 숱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아무리 더딘 걸음걸이가 되더라도 우리일 수 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마음의 결을 가닥잡자는 이 일을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비록 하찮다고도 할 수 있는 "노래"로 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하는 이 일을 주선해 주신 한겨레신문사에 깊이 감사드리며 부디 많은 분들의 따뜻한 도움과 무서운 질책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참 귀한 노래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