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박 나물
아이 써어, 쓰다, 써어
속으로 참을 만큼 참으면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그러나 더 이상 참기가 어려워
왜 박 나물 반찬이 이렇게 쓰냐고 물었더니
요리사(마누라)가 대답 왈, 왜 박나물이 쓰냐고 되묻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서 자신이 요리를 하였지만 맛을 보지 않고 평소 하는 대로 했다고 한다.
내 말이 믿기지 않았던지 박나물 무침을 한 젓가락 집어서 먹더니
금새 내 ?았다.
이렇게 쓴 것을 ... 정말이네. 하면서 그 반찬을 빼어가 못 먹게 했다.
나는 몇 차례 먹은 뒤라 어쩔 수 없이 식사를 끝냈는데 그 뒤가 더 문제였다.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고 거북스러워 다른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온 몸에 힘이 빠져 고생을 하였다.
박 나물에서 나온 쓴 물질에 중독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나서야 정상으로 돌아 왔는데 문제의 박을 딴 줄기에 메 달려 있는 박을 채취하여 맛을 보니 역시 쓴 것이 아닌가?
같은 포기의 박 속의 성질은 모두 같음을 발견하였다.
우리 눈에는 모두 같은 나물박인 ‘동아’이지만 못 먹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그런 것은 식용으로는 부적합하며 오직 바가지로 이용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반찬 중에서도 박으로 요리한 것이 고급 요리에 해당하며 특히 제사음식의 탕에는 박 속이 제일로 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쓴 박인지 단 박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유관으로는 차이가 없으며 먹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박 을 구입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식별 방법을 알고 나면 나와 같이 박 나물 때문에 곤욕을 치르지 않을 것이다.
박을 판매하는 상인의 허락 하에 박 표면을 찔러보아 혀 로 맛을 보면 쓴 것인지 단 것인지 당장에 알 수 있다. (수박의 익은 정도를 알기 위해 수박의 표면을 삼각으로 찔러 보듯이)
귀한 손님을 초대한다던지 제사와 같이 집안의 중요한 자리에 요리한 음식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이 없기를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간절히 바랄 뿐이다.
<0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