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과 제자의 이별시...
글. 명정스님
수년전에 경허스님과 제자 한암스님의 문집인
〈경허집〉과 〈한암집〉을 번역해서 발간한 적이 있다.
경허 선사는 근세 한국의 선불교를 빛내고 많은 제자를
길러내 일제암흑기에도 산중마다 눈밝은 선지식들이
계시게 한 어른이다.
다음은 경허 화상이 한암스님(漢巖重遠,1876~ 1951)
에게 준 전별사(餞別辭)이다.
나는 천성이 인간 세상에 섞여 살기를 좋아하고 겸하여
꼬리를 진흙 가운데 끌고 다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다만 스스로 절룩거리며 44년의 세월을 보냈는데 우연히
해인정사에서 원개사(遠開士)를 만나게 되었다.
그의 성행(性行)은 순직하고 학문이 고명하였다.
함께 추운 겨울을 서로 세상 만난 듯 지냈는데 오늘 서로
이별을 하게되니 아침 저녁의 연기구름과 멀고 가까운
산과 바다가 실로 보내는 회포를 뒤흔들지 않는 것이 없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은 천하에 가득
하지만 진실로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되랴’
하지 않았던가.
슬프다!
원개사 아니면 내가 누구와 더불어 지음(知音)이 되랴!
그래서 시 한 수 지어 뒷날에 서로 잊지 말자는 부탁을
하노라.
북해에 높이 뜬 붕새 같은 포부 捲將窮髮垂天翼
변변치 않은 데서 몇 해나 묻혔던가 向槍楡且幾時
이별이란 예사라서 어려울 게 없지만 分離尙矣非難事
뜬 세상 흩어지면 또 언제 보랴. 所慮浮生杳後期
한암스님은 이와 같은 경허 화상의 전별사(餞別辭)를
받아 보고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로 답을 하고 이별을
아쉬워 했을 뿐 경허화상을 좇지는 않았다.
서리 국화 설중매는 겨우 졌는데 霜菊雪梅過了
어찌하여 오랫동안 모실 수가 없을까요 如何承侍不多時
만고에 빛나는 마음 달이 있는데 萬古光明心月在
뜬 세상 뒷날 기약 부질 없습니다. 更何浮世留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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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보고 느끼고 갑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