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은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일 뿐, 시중 제품의 약효는 대동소이하다.
감기는 흔한 질환이지만 특효약이 없다. 게다가 시중에 나와 있는 감기약은 감기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완화시킬 뿐이다. 감기의 증상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복합적인 처방이 되어있는 종합 감기약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여러 가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감기약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감기는 호흡기도의 윗부분인 코, 인두, 후두에 바이러스가 침입해 급성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독립된 질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증후군이며 바이러스의 종류와 침입한 위치에 따라 콧물, 코막힘, 목아픔, 기침, 가래, 발열, 두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감기는 보통 일주일 정도면 자연 치유되지만 면역이 약한 어린이, 노인이나 환자의 경우에는 치유기간이 길어지고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될 수 있으면 초기에 잠재우는 것이 좋고 이 때 주로 종합 감기약을 복용한다.
종합 감기약의 성분은 대개 열을 내리게 하고 진통을 억제시켜주는 해열진통제와 콧물 코막힘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진해거담제로 크게 나눌 수 있으며 항생제, 소염제가 첨가되기도 한다.
항생제가 들어있는 종합 감기약은 피한다
해열진통제는 열이 심하고 통증이 있는 경우, 초기 1∼2일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대뇌의 이상 흥분을 진정시키고 피부 혈관을 확대시켜 열의 방산을 왕성하게 해 준다. 그러나 과량 복용하게 되면 간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간질환 환자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부프로펜’(ibuprofen)도 흔히 사용되는 약제인데 위염, 혈소판 기능 장애, 신장 기능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사용시 주의가 필요하다. 과거 감기약의 대명사처럼 사용되던 ‘아스피린’(aspirin)은 라이(Reye) 증후군 때문에 어린이에게는 더 이상 해열제로 쓰이지 않고 있다.
해열진통제는 열성 경련의 위험이 있거나 기관지 천식, 선천성 심장병과 같은 심폐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일 경우는 반드시 복용해야 하지만 합병증의 진단을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장기간 복용은 피해야 한다.
주로 콧물을 멈춰주는 작용을 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성 비염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나 감기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콧물이 진해지고 코막힘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으며 부작용도 흔하다. 따라서 부작용에 민감한 영아에게 항히스타민제가 들어있는 약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항히스타민제로는 ‘말레인산클로르페니라민’을 들 수 있다. 이 성분은 졸음, 권태감 등의 부작용이 적어 종합 감기약에 많이 쓰이고 있으며 초기에 복용해야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기침과 가래를 가라 앉히는 진해거담제 중 기침억제제로는 ‘덱스트로메트로판’(dextromethorphan), ‘코데인’(codeine)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기침과 가래가 함께 있을 때는 기침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보통인데 이는 기침이 가래를 제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균성 합병증이 아닌 단순 감기, 기침, 기관지염 등에는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항생제는 환자의 몸 안에 있는 정상균을 내성균주로 바꾸어 발진, 설사, 위막성 대장염과 같은 크고 작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감기약을 구입할 때는 항생제가 처방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한다.
최근 양약에 생약 성분을 첨가한 종합 감기약이 많이 시판되고 있다. 그러나 생약은 비타민제와 비슷한 효과를 낼 뿐이다. 쉽게 말해, 감기 증상 완화보다는 감기로 인한 피로와 약물 투여로 인한 간 손상 등을 막기 위해 첨가되는 성분인 셈이다.
한 두 가지 증상을 중점적으로 완화시키는 약을 선택
현재 시판되고 있는 종합 감기약의 성분은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로 대동소이하다. 어떤 성분을 얼마나 더 넣고 덜 넣었는가의 차이가 있을 따름이다. 신영숙 약사(수정약국)에 따르면 “초기 감기의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고 해도 일반 감기약의 작용은 비슷하기 때문에 특별히 권할 수 있는 약은 없으며 경험적으로 체질에 맞았던 약을 복용하는 것이 선택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복합감기약으로 감기를 치료하려는 것도 적당한 방법은 아니다. 유병훈 교수(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소아내과)는 “일단 감기에 걸렸다면 감기약을 복용하는 것과 복용하지 않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거의 없고 특히 체질적으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감기약은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한다.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감기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푹 쉬고 잘 먹는 것이 면역성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다. 특히 초기 감기일 때는 신체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약을 먹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 감기가 지나 본격적으로 증상이 시작 되면 각 증상에 맞는 처방을 받아 약물 과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도록 한다.
한일약품 의약 개발팀의 금연희씨는 “복합 감기약은 여러 성분을 소량씩 조제한 것이기 때문에 1주일 정도 복용해 차도가 없으면 두드러지는 증상에 맞게 조제약을 복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따라서 부득이 증상을 완화시켜야 할 때에는 모든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는 상품보다는 해당 증상을 중점적으로 치료해주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감기약은 정제, 과립, 캅셀 등 다양하지만 정제보다는 캅셀이 위장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빠르고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처방을 상품화한 쌍화탕류는 그 자체로 종합 감기약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피로 회복, 원기 보강 등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생약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 정제류와 함께 복용할 경우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린이 감기약은 먹이기 쉬운 시럽형을 많이 찾는다. 간혹 감기 걸린 아이에게 성인약을 용량만 줄여서 먹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약물 대사 능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안전한 성분과 용량의 어린이 전용 감기약을 투약해야 한다.
감기로 오인해 시기를 놓치는 일 없어야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감기가 아닌 질환을 감기로 잘못 알고 시기를 놓치는 일이다. 일례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홍역, 백일해나 간염은 초기 증상이 감기의 초기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콧물과 코막힘이 계속되면서 열이 없고 재채기, 코와 눈의 가려움이 동반되고 누런 화농성 콧물이 2주일 이상 계속되면 축농증을 의심해야 한다. 흔히 축농증이라 부르는 부비동염은 기침이 오래가고 특히 한밤중이나 아침에 일어날 때 기침이 더 심해진다. 이밖에도 기침이 심하거나 1주일 이상 계속되는 경우에는 기관지 천식, 기관지염, 폐렴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감기의 합병증으로는 중이염이 가장 흔하며 영아의 경우 25% 정도 이 증상을 보인다. 중이염은 대개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난 후에 발생한다. 따라서 증상이 나아졌다가 열이 다시 오른다면 중이염일 가능성이 크므로 해열제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감기약의 종류와 성분
구분 대표제품 성분
캅셀, 정제 화이투벤 에스(한일) 양약과 생약 복합 처방, 비타민B군 보강
(성인) 콜킥 (대웅) 5종의 양약성분에 인삼, 감초, 비타민 보강
화콜에프(중외) 12가지 생약과 양약 복합 처방, 미타민 보강
타코나(부광) 10종의 양약성분, 비타민 보강
하벤F(고려) 양약과 생약 복합 처방.
액제제 판피린F (동아) 5종의 양약성분.
(성인) 판콜에스(동화) 5종의 양약성분,
쌍화탕 (동화) 6종의 한방 성분
광쌍탕 에프 (광동) 100% 생약 성분, 무방부제
참광탕(광동) 승마갈근탕. 사물탕. 무방부제
시럽 화이투벤 에스 (한일) 양약과 생약 복합 처방, 오렌지향
(어린이) 챔프콜드(동아) 빠른 해열작용, 기침억제. 딸기맛
아나쿨시럽(코오롱) 4종의 양약, 갈근탕 복합 처방, 딸기향
현재 시판되고 있는 종합 감기약의 성분은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로 대동소이하다.
동의보감에 수록된 처방을 상품화한 쌍화탕류는 피로 회복, 원기 보강 등의 효과가 크기 때문에 생약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 정제류와 함께 복용할 경우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린이는 안전한 성분과 용량의 어린이 전용 감기약을 투약해야 한다.
도움말·유병훈(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소아내과 교수)
첫댓글 천식환자는 어떤걸 먹어야한다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