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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두오 모든 식구들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명절 기념(?)으로 개인적인 추억이 어린 물건들을 좀 꺼내봤습니다. 나이 먹을 수록 옛날 얘기하는 게 신이 나는 것이 좀 슬프기도 합니다. ㅎㅎㅎ
얼마 전에 글을 올리면서 어릴 때 이모부께서 중동에서 사다 주신 소니 워크맨 이야기를 하면서, 인터넷에서 해당 모델의 사진을 찾지 못해 다른 비슷한 사진으로 대체했었는데, 뒤늦게 사진을 찾게 되서 한번 올려 봅니다. 82년작으로 WM-F2라는 모델인데, 정말 소리가 청명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음이 뛰어났던 기억보다는 소리가 맑고 선명한 쪽으로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중고교시절 6년 동안 저 녀석과 함께하면서 삼성 마이마이를 쓸 일은 없었고, 대학 가서 녀석이 고장 난 이후에도 그 좋은 기억 때문에 설사 소니는 못 사더라도(금전적인 이유로 ㅜㅜ) AiWA 같은 일제 워크맨을 고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 마이마이에 대한 추억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갤럭시 버즈 플러스 레트로 케이스가 나왔을 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3만원이 넘는 그래서 가성비지향 실용주의자인 제 입장에서 그다지 납득할 수 없는 가격임에도 그 시절 감성이 너무 쎄게 자극되는 바람에 정말 갖고 싶더라구요.ㅎㅎㅎ 울퉁불퉁하게 여러 버튼들도 재현해 놓긴 했지만, 실제 눌러지진 않습니다.^^ 옆의 마이마이 광고가 실린 잡지는 음악세계 88년 1월호입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80년대에는 라이센스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음반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빽판이라는 복제 LP가 꽤 유행했습니다. 청계천이 물론 유명했지만, 지방 도시인 저희 동네에도 빽판 가게가 있었습니다. 무슨 자체적인 룰인지는 모르겠는데, 앞 커버는 컬러 프린팅이 되어 있었지만 후면은 항상 흑백 프린팅이었습니다. 정식 라이센반 가격이 5천원일 때 3천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안의 디스크 라벨도 조악하게 붙어 있고, 디스크 상태도 열악해서 지글지글 거리는 소리는 기본이고 툭툭 튀는 경우도 많았죠. 그래도 Motley Cure의 [Girls Girls Girls] 같은 '금지된' 음반을 구입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의 그 두근두근거림이 어찌나 짜릿했는지... ㅎㅎㅎ 사진은 제 인생반이었던 Helloween의 [Keeper of the 7keys part 1]인데, 빽판으로 구매했을 때의 뒷 커버와 나중에 라이센스 음반의 뒷 커버가 달라서 LP와 CD까지 구매한 후에도 케이스만은 희귀템(?) 느낌으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예전에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벽에 꽉차 있는 비디오들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보물창고를 들여다 보는 느낌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막상 빌리고 싶었던 비디오를 누군가 먼저 빌려가서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의 허탈감이란... ㅎㅎ 영화를 많이 보진 않지만 나름의 취향은 있는 편인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독을 꼽으라면 한국의 이명세 감독과 해외의 이안 감독 두 분입니다. 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기억 속에 이명세 감독은 한국 최초이자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감독으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보고 완전 취저 당해서 확 빠져버렸죠.ㅎㅎㅎ 그래서 영화 비디오 테이프는 거의 구입하지 않았음에도 이명세 감독 작품만 유독 3개나 가지고 있습니다.
OB시절 부터 계속 한화팬이었고 빙그레 전성시절 오욕을 같이 했기에 99년 우승은 정말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감격이었습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축제가 되었죠... 그때 우승기념으로 발매한 비디오 테이프입니다. 꽤 오래 전에 비디오 테이프를 DVD로 변환해주는 서비스를 알아봤었는데, 한편에 3만원 이상 든다고 해서 포기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무리해서라도 좀 옮겨 놨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고등학교때 한참 LP를 들을 무렵에는 빽판은 쉽게 구해도 수입 LP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Scorpions의 [Love at first sting]이란 앨범에 푹 빠져 있을 때여서 그들의 신보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음반 가게로 뛰어갔는데, 아직 라이센스는 발매되지 않았고 수입반만 있다고 하더군요. 글서 큰 고민 끝에 한번 질렀습니다. 고3 여름이었으니까요.ㅎㅎㅎ 솔직히 이전 앨범에서의 매력적인 터프함은 사라지고 너무 매끈해진 느낌에, [~ Sting] 앨범에서의 귀에 쏙쏙 꼽히는 멜로디도 사라져서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럭저럭 들을만은 했습니다. 근데 특이하게도 레코드의 속지가 종이로 되어 있었고, 가사와 앨범 크레딧이 그 종이 위에 적혀 있더군요. 이런 건 첨 봐서 꽤 신기했네요. 역시 수입반은 다르다며... ㅎㅎㅎ 이 앨범이 제게 수입 LP로는 첨이자 마지막이었네요.
80년대에 팝음악을 듣던 저같은 사람에게 빌보드 차트는 어떤 절대적인 권위와 같은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빌보드 차트는 음악세계, 뮤직시티, 핫뮤직 같은 잡지에 끼워져 있기도 하고, 혹은 음반매장에 가면 비치되어 있던 무료 팸플릿 형태의 뮤직박스라는 차트지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뮤직박스는 또 국내음반 판매량 기준으로 나름 자체 차트도 포함하고 있어 매주 흥미롭게 챙겨 보던 기억이 납니다. 또 박원웅 아저씨가 매주 틀어주시던 빌보드 싱글 Top 10 방송도 빼먹지 않고 재밌게 들었었다죠. 이런 차트나 기록류에 약간의 편집증세가 있는 저는 빌보드 차트도 꽤나 열심히 모았는데, 안타깝게도 80년대 차트는 분실했는지 보이지 않네요... ㅜㅜ 사진은 96년 3월의 Hot single 차트인데, 1위 곡은 David Foster의 Because you loved me군요. ㅎㅎㅎ
음악 자체를 좋아하고 음반에 집중하는 편이라, 공연실황이나 아티스트에 대한 집착 같은 건 크지 않은 편인데, 그럼에도 Helloween은 워낙에 좋아했던 밴드라 팬클럽 활동도 하고 제법 이런저런 오지랍을 떨고 다녔었습니다. 그래서 97년도에 Helloween이 내한했을 때는 계속 밀착 동행하면서 인터뷰에도 참석하고(구경꾼으로), 방송국에도 따라가고, 팬클럽 미팅도 arrange하고 했습니다. 그 땐 고시생 시절이라 시간이 많았거든요.(하아......) 이 아저씨들이 평소에는 영어로 얘기하다가 자기들끼리 비밀스런 얘기를 할 때는 독일어로 얘기하는데 그게 또 어찌나 간지가 나보이던지... ㅎㅎㅎ 그 때 받은 보컬리스트 Andi와 기타리스트 Roland의 사인인데, 둘다 자기 솔로앨범 홍보를 해놨네요. 웃긴 넘들 ㅎㅎㅎ CD에 있는 사인은 Helloween의 최애 멤버였던 Kai Hansen의 사인입니다. 이건 Kai가 독립한 후의 밴드인 Gamma ray의 2003년 공연 때 받은 건데, 정말 즐거운 추억이 담긴 사인이네요. 악수할 때 팔에 수북했던 털이 문득 떠오르군요.ㅎㅎㅎ
가끔씩 제 나이를 자각 못 하고 90년대, 2000년대를 그리 오래되지 않은 동시대처럼 느낄 때가 있는데, 고등학생인 저희 집 애의 입장에서 제가 듣던 시절의 음악을 어떻게 느낄지를 따져보면 제가 고등학교때 1950년대 음악을 대하는 느낌과 비슷하겠구나 하는 계산이 나오면서 정신이 번쩍 듭니다.... 슬픈 얘기로 마무리해서 죄송합니다. 물론 저보다 어르신들도 많으시겠습니다만... ㅎㅎㅎ
남은 연휴도 편안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