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지리교사모임 지음, <지리, 세상을 날다> , 서해문집, 2009.
내 머리맡에는 항상 스무 권 남짓한 책들이 있다. 읽다만 책, 읽고 싶은 책, 읽어야 하는 책, 다 읽은 책, 책,책,책. 마음만 앞서 책탑을 쌓았다 허물었다하며 이 책 저 책 손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읽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뭔가 할 말이 많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이야기를 하려니 쉽지 않고 그런데 그 많은 책 중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지리, 세상을 날다. 아마도 내게 항상 어디로 떠나고 싶은 소망이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생활에 쫓기는 삶에서 여행을 그저 꿈일 뿐이니 책으로나마 세상을 날고 싶었나보다
안방에 누워 책장을 넘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지구촌 곳곳의 도시와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의 청계천과 한강에서 3-40년 전 한강 변을 바라보다 500년 전의 서울을 그려보고 다시 아파트 숲들로 빽빽한 서울로 돌아온다. 개발이라는 대의 아래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이 보이고 또 한 편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거만한 빌딩이 보인다. 회색하늘을 가르는 바람을 따라 독일을 슈투트가르트로, 뉴욕의 샌트럴 파크로, 평양으로 대구로 간다. 땅과 사람들의 조화로운 삶을 위한 깊은 반성과 후회들. 그리고 땅과 어울리려는 노력들을 만난다.
입시를 위해 외웠던 플랜테이션 농업, 신문에 하루가 멀다 나오는 사대강 사업, 친숙한 것 같지만 알지 못하는 단어들도 만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가 전세계적인 기호품이면서 노동력 착취의 대표적 농산물이라는 것, 커피뿐아니라 축구공, 초콜릿, 설탕이 생산자들에게는 노예의 배고픔과 설움을 주고 기업가나 유통업자만 부와 자유를 준다고 한다. 다행히 생산자들에게 이익이 갈 수 있도록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확대되고 있다는 희망을 메세지도 전달 받는다. 휴~
돌아서니 이번엔 지구촌 곳곳에 굶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극심한 가뭄 때문에, 홍수 때문에 자연환경이 너무나 안 좋아서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단다. 전 세계 식량 공급량이 세계인구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단다. 다만 일부 세력이 식량을 독점하고 가격 하락을 막기위해 공급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기아사태가 벌어지고 있단다. 무기를 사기 위해, 혹은 지독히 이기적인 정권유지를 위해 수출용 상품작물에 주력하느라 정작 생계에 필요한 곡물은 자족이 되지 않아 비싼 돈을 주고 사야하는 현실때문이란다. 답답하고 분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여행? 그저 세계의 유명한 사적과 문물, 도시를 눈으로 구경하고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경험하는 것인 줄 알았다. 이제 이 지리책을 읽으며 여행이 반드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꼭 어딘가를 가야하는 것이란 생각을 버린다. 여행은 그저 어느 공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며 그들과의 공감이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