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에 첨으로 대회 후기글 쓰나보다.
일주일에 두어번이라도 연습하다가 한번도 안하면 표나는게 마라톤인것 같다.
섬진강 하프 신청해놓고 일주일에 3번씩 연습하자고 스스로 다짐해놓고
몇번은 제대로 했는데, 날짜가 빠닥빠닥 다가올수록 무슨 일이 생기는지
도대체가 연습할 틈을 안주고 하루걸러 한번씩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지난주엔 1키로도 못뛰게 다른 일에 투자했는데, 하프뛰다가 숨막혀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토욜날 가볍에 몸만 풀자고 나간것이 무슨 늦욕심은 부려가지고......
대회날 온 천지에 안개가 자욱한걸 보니까 누구 머리 벗어지게 뜨거울것 같다.
대회장에 도착해 전마클 부스 찾으러 한바퀴 돌다보니 맨 끝에 있다.
올해는 63토끼 임원을 맡고 있어서 교복도 토끼것 입고 모든 순서를 토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회원님들께 인사만 하고 얼른 토끼들 찾으러갔다.
2:15분패매를 반환점까지 쫓아가야지 맘먹고 하프 중간쯤에서 출발을 했는데
다들 나를 뒤로 밀치며 앞서나간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내가 넘볼 사람들이 아니라서
주위경관 둘러보며 천천히 가고 있는데 토끼 친구 한명이 옆으로 붙으며 같이 가잔다.
한참을 같이 가다가 2:00짜리 패매가 오니까 그 친구가 날 버리고 가버린다. ㅠㅠ
중간중간 많은 분들이 추월하며 수연이 화이팅을 외치고
꼭 완주하라고 힘을 넣어주며 또 뒤로 밀어놓는다.
난 언제나 앞서가는 주자에게 “힘내, 화이팅!” 외치고 뒤로 밀치며 갈수 있을까?
이것도 욕심낼 것이 아니라서 그 생각도 잠시, 2:15분 63토끼 패매가 수연이 화이팅을 외치고 앞서간다.
1키정도 따라갔는데 심장이 헉헉거려서 2:15분 패매도 못따라가겠다.
초반부터 힘이 들고 컥컥거리자 타협하기 시작한다.
10키로만 가까? 아니 15키로만 가까? 자꾸 짤라먹을 생각만 든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가며 오르막도 맛보고 내리막도 즐기고, 양옆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도 바라보고,
같은 레벨의 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보니 10키로 반환점이 보인다.
동네방네 하프 뛴다고 소문 다 내놓고 시간 단축하는 것도 아니고
일찍 들어간다고 누가 기다려 주는것도 아닌데 힘들면 걸어서라도 완주하자 하고
10키로 반환점을 뒤로하고 가다보니 익산무왕마라톤이라고 등판에 새긴 어떤 주자가 걸어가고 있다.
나보다 못한 남자도 있다 생각하니 힘이 찌끔 솟는다.
전주 옆동네 익산이라고 반가워서 ‘왜 걸어가세요 나랑 같이 가요’하고 불러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7키로정도쯤에서 헤어졌다.
걷는건지 뛰는건지 모르는 속도로 가고 있는데 자꾸 뒤에서 부릉부릉 부르르르르 차소리가 난다.
먼저 가라고 자꼬 한쪽으로 비켜줘도 추월해가지 않고 딱 내뒤를 쫓아온다.
“아 진짜 짜증스럽다. 앞에 가란말이다. 니 뒤로 가기엔 힘이 너무 없으니까 니가 가란말이다” 하고 속으로
아무리 외쳐도 안가고, 내가 쪼금 속력을 높이면 그것도 속력을 올려서 부르르르
힘들어서 질질거리면 그것도 뒤에서 딜딜딜 거리고 ㅠㅠ
도대체 어떤놈이 맨 뒤에 쳐진 나를 이렇게 골탕먹이나 하고 치다보니까
곡성보건소 차량이다. ㅠㅠ
맨 꼬다리로 가고 있으니까 에스코트 하는건지, 포기하면 그 차에 태우려고 하는건지
반환점까지 장장 3키로 남짓을 따라 오는데, 그 기사님 나 치다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을것 같다. ㅋㅋ
63토끼들과 전마클 회원들과, 또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마주보며
50먹은 아주메가 기진맥진해서 후송차 달고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화이팅을 외치고 완주하라고 힘을 북돋아준다.
드뎌 반환점 돌았다.
후송차도 반환점을 돈다.
아~~ 정말 한발짝도 띠기 싫다.
대회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이짓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전날 서방님이 연습도 못했으니까 가서 뛰지말고 바람쐬고 친구들이랑 놀다와 그랬는데
서방님 말듣고 놀걸 그랬나? 아님 쌈빡하게 10키로만 뛸걸 그랬나?
뒤에서 딜딜거리며 쫓아오는 후송차를 탈까?
내가 완주한다고 누가 상주는것도 아니고, 그저 내 만족인데.......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통을 흔들어 놓는다.
아니지?
요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후송차를? 절대 안된다.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가자~ 힘내자~ 2:30분 목표로 왔지만 3시간 안에만 들어가면 되지.
3시간 넘었다고 피니쉬라인 밟지 말란것도 아닐텐데 걸어서라도 기어서라도 가야지.
간식 주는곳은 다 쉬고 물도 두컵씩 마시고
초코파이도 몰아넣고 바나나도 먹고 단것을 먹어야 힘이 난다며 건포도도 한웅큼 먹고
욕심많게 바나나를 손에 3조각이나 들고 1키로 정도 뛰니까 얼마나 무겁던지
주로에 전경이 서있길래 “내가 무거워서 이것 못들고 가겠다. 총각 먹어” 하고 줬더니 웃는다. ㅋㅋ
7키로 남겨놓은 지점에 오니 조금도 못달리겠다 900미터 달리고 100미터 걷고
6키로 남겼을 때는 800미터 달리고 200미터 걷고
맘은 1키로 달리고 100미터 걷고 싶은데 맘만 앞서 가지 발은 바닥에 붙어가지고 떨어질줄 모른다.
5키로 반환점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동네 천변에서 달릴때 생각난다. 2.5키로와서 반환했으니까 딱 그만큼 남은거다”
“그래 집에서 지금 막 나왔다 생각하고 2.5키로만 가자, 그럼 모든게 끝난다”
2키로 남은 표지판이 보이는데 20키로 되는것 처럼 멀다.
다리는 주로와 같이 버무려서 콘크리트 쳐놓은것처럼 무겁다.
한발도 띠기 싫다. 이 자리에 그냥 앉고 싶다.
이렇게 힘든데 잠은 왜 오는지 퍼져서 자고싶다.
팔은 어떻게 흔들어댔는지 목으로 등으로 팔뒤꿈치까지 아프다. 남 안하는짓 다 하고 있다.
어찌어찌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니까 눈앞에 운동장이 보인다.
얼마나 많은 풀주자들이 나를 밀치고 갔는지, 운동장 입구에 들어서니까
사람들이 하프가 이제 온다며 웅성서리다가 힘내라고 박수쳐주며 환호해준다.
그 맛에 속절없이 또 마지막 남은 힘을 긁어 모은다.
운동장에서 점순이 언니가 수연이 힘내라고 환영해준다.
사회자가 63토끼 갈래머리 주자가 온다고 큰소리로 외친다.
50살에 여고시절 생각나 갈래머리 하고 뜻깊게 대회에 참석했냐고 대단하다고 립서비스를 하는데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두팔 벌리며 피니쉬라인 밟았다.
드뎌 완주했다. 어찌되었던 장하다 김수연!


상패는 토끼 친구가 3등햇는데 하프 썹-3 완주한 기념으로 나 줬다. ㅋㅋ 그래서 이건 내끄다.
참 3시간 달린 꼴이라니, 김수연 이미지 완전 구겼다.
기록증을 받아보니 2:52:18.62 이런기록 있으면 나와봐라 ㅋㅋㅋ
하프를 썹-3로 달렸다.
그것도 꽉찬 썹쓰리 아니냐?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어떻게 기록이 일취월장은 못할망정 맨날 빠꾸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7번째 하프는 막을 내렸다.
담엔 또 무슨대회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완주를 할건지 나도 궁금하다.
주로에서 화이팅 외쳐주고 힘 북돋아준 회원님들 사랑합니다.
첫댓글 구구절절,동감~동감입니다.
언니,근데요 잘달리는 사람이나 느리게 달리는 사람이나 ..다들 스스로에게 잘할수 있을꺼라고
주문을 걸면서 힘들게 뛰는건 매한가지구나..라는걸 점점 알게 됐어요.
언니 정말 큰일 하신거예요. 힘내세요~~~!!!화이팅!!
유정씨 말대로
잘달리는 사람은 잘달리는데로 힘들다고 하더라.
ㅎㅎ 수연아 정말 대단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승라인 통화 수고 많이 했다~~
고수가 칭찬해주니까 몸둘바를 모르겠네 ㅎㅎ
참말로 긍게 세복훈련 나오랑게 어제 통영 철인경기에서 시각 장애인이 완주었어 근데 어떤 두분이 끈을 서로의 손목에 묵고 뛰라구요 왜 저러구뛰나 생각했지요 피니쉬 통과해서 그이유를 알았지요 누님 방법이 없어 갑수성 하구 묶어 알로찌....ㅋㅋㅋ
나는 묶어도 갈수 있는데
갑수가 아마 가다가 끈 끊고 나버리고 갈것같다. ㅋㅋ
저도 하프를 2시간41분에 뛰어본적이있었는데.. 그떄가 가장힘들었던거같아요.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되네요.. ㅎ 기록보고 옛날생각이나서 댓글남겨요.. ㅎㅎ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구요
양락아 반갑다.
그래 양락이 고3때였나. 진안대회에서 끝나고 우리팀을 못 찾는줄 알았는데 늦게 왔어 ㅎㅎ
빨리 달리는 사람은 늦게 달리는 사람하고 같이 가면 더 힘들어서 못간다고 그러는데
1.30분만 뛰면 되는데 그 배로 뛰려니까 아마 배로 힘들겠지요 ㅠㅠ
얼마나 힘들었는지 오늘은 입술이 부르트고 있습니다.
그 갈등속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했으니 정말 정하다
수연 최고야! ㅎㅎㅎ
ㅎㅎㅎㅎㅎㅎ 언니~~
다들 힘내라고 응원해준 덕분에
응원 먹고 힘낸것 같습니다.
완주하느라 애쓰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애쓴것 같아요
수연누님 하프 서브-3 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대회를 다니다 보면
그럴때도 있는법 힘을 내세요,,참가기 한마디로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너무 연습을 안해서 그런것같어
역쉬 항상 연습하며 준비하는 태세를 가지고 살아야되는디
내가 뛴 하프기록중 최하위 ㅋ
의지의여인 집념의 수연 대단하네요. 계속 즐달하세요.
대단한건 아니고
시작했으니까 완주는 해야될것 같아서
정말 어쩔수 없이 한거임.
전~~그시간에 통영서 힘든경기를.....같이 못해서 아쉽고요..수고 하셨습니다
내가 아무리 힘든들 철인하는 사람들보다는 덜 힘들었겠지?
통영대회 하는날 기선이 카스로 실시간 중계방송 들었다.
장하다 김수연님 화이팅
윤주님~~
감사합니다.
근데 왜 안오셨어요?
수연아 글을 읽다보니
웃음만 나온다...
아주 그날 스타였고만??
기왕이면 전마클 조끼입고 뛰지...
대단하다
참나 가다가 바나나까지 배달해주고~~
암튼 수고많았다..
맨 뒤에 오니까 많은 사람들 시선을 한몸에 받으니까
그건 또 내 성격하고 맞아서리 좋았어요
아침에 조끼를 뭐입을까 많이 망설이다가 어쩔수 없이,
토끼에서 임원을 맡고 있다 보니까
그리되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글 읽는내내 즐거웠습니다.
계옥님을 내가 봤덩가욤?
나한테 아는체 할때는 악수를 학시리 함시롱
내이름은 계옥이라고 절대로 내 이름 이자묵지 말라고 혀야 기억합니다.
하여 지금 봤다고 해도 난 기억 아낭게 패쑤!
ㅋㅋ
담엔 제대로 인사할께요
끝과끝 에 있었어요..
가끔 운동하시는글 읽었었거든요...
과부사정은 홀아비가안다고---------수연아 고생했다
ㅋㅋㅋㅋㅋㅋ 과부하고 홀애비하고 앞으론 같이 하프를 썹쓰리로 달리자
수고 많으셨습니다...정말..
기선이가 봐도 철인경기 항것 맹큼이나 수고한것 같쥐?
수연 누님 걸어서 하늘까지 손 집고오자~~~~~
ㅎ ㅎ 고생 하셨내요.
언젠가 계원이랑 저하늘끝까지 손잡고 달려보자
나는 능력이 부족하여 계원이를 못쫓아가니까
쉽게 계원이가 하수되는길을 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