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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워] 18
씬 1 병실 복도, 밤.
아버지(E) : 재건아, 정신 차려, 재건아..정신 좀, 정신 좀 차려봐, 임마.
씬 2 재건모의 병실.
재건모, 땀을 마구 흘리며 누워서 정신 없는,
아버지, 걱정스레 재건모의 손을 잡고, 말하고 있고,
재건, 자고 있는,
아버지 : 재건아, 재건아..
재건모 : (작게 신음하는)
아버지 : 이거 이거 왜 이러냐, 재건아..
재건모 : 여보, 간호사 좀 불러 줘.
아버지 : 그래, 그래, 그래, 잠깐만 있어라, 잠깐만.. (하고, 뛰쳐나가는)
재건모 : (아픈) ..
씬 3 병실 쪽에 있는 데스크.
미옥, 간호사에게 약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간호사 : (약상자 뒤지며) 이영자씨라고 했죠?
미 옥 : 네.
간호사 : ..이영자씨..이영자씨.. (하고, 약 찾다가, 약봉지 꺼내주며) 여깃네요.
미 옥 : (조심스레, 작게 웃으며) 저 간호사님, 저희 어머니는 경과가 어떠신거예요?
간호사 : 좋은 편이세요. 곧 퇴원도 하실 수 있을 거 같은데.
담당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 안하셨어요?
미 옥 : (작게 웃으며) 물론 말씀은 하셨는데, 혹시나 ..싶어서요.
간호사 : 걱정 마세요. 아주 좋으세요.
미 옥 : 네.
그때, 아버지 뛰쳐나오며, 소리치는,
아버지 : 간호사님, 간호사님!
그 소리에 미옥, 간호사 아버지 쪽 보는,
아버지 : (미옥 못보고, 간호사에게, 걱정스런) 저기, 저기 우리 애기 엄마가 열이 막 나고..
아무래도 상태가 안좋습니다. 지금 좀 가보셔야겠습니다.
간호사 : (걱정스런) 알았습니다. (하고, 진료도구 들고, 가는)
아버지 : (간호사 따라가며) 저, 간호사님 대체 왜 그러는 거죠?
며칠째 먹는 것마다 토하고, 열이 자꾸 나고.. 대체 왜 저러는 거죠, 네?
미 옥 : (한쪽에 서서 가는 아버지 보며, 착잡한) 그러게 맘을 곱게 쓰지...
(말은 그렇게 해도, 맘 안좋은, 가는)
씬 4 엄마의 병실.
엄마, 인철이 사준 과일을 먹는.
미옥, 과일 깎아 엄마 주며 말하는,
미 옥 : 미수는 좋겠다. 돈 많고.. (하고, 엄마 보며) 재수말로는 생긴 건 도끼 깔나다며?
엄 마 : 훤출하드라.
미 옥 : 좋겠다, 증말, 기집애, 그런 사람 만나서.
그러게 사람은 노는 물이 좋아야, 만나는 사람도 잘 만난다니까. 좋겠다, 기집애.
엄 마 : 왜 미수만 좋아, 너는 안좋고?
미 옥 : 나는 영민씨가 가난하잖어.
엄 마 : 돈은 벌면 되잖어.
미 옥 : 그렇긴 하지만,
엄 마 : (과일 먹으며, 무심히) 욕심은 부리면 부릴수록 끝이 없는데.
미 옥 : (보면)
엄 마 : 그렇잖어. 월세 면하고 싶어서 면하고 나면, 전세, 전세 면하고 싶어서 면하고 나면, 내 집..
그리고 더 크게 더 크게.. 욕심은 부리면 한없어. 부리지 말어.
미 옥 : 그게 되냐, 사람 마음이.
엄 마 : 그래도... 채워지지도 않을 욕심부리는 건, 바보 같잖어. 안그래?
미 옥 : (웃으며, 농담처럼) 대체 그렇게 생각하는 건 다 어디서 배웠어?
엄 마 : 배우긴 뭘 배워, 여기저기서 주워듣고..곰곰 생각해보니까, 그 말이 맞고,
그래서..엄마도 그리 살라 그러는 거지, 뭐.
미 옥 : 나두 엄마처럼 생각하고 살 수 있다면... (고개 저으며) 아니다, 난 엄마처럼 안살래. 복장 터져.
엄 마 : (웃고, 과일 먹는)
미 옥 : (무심히) 참 근데 엄마 재건엄마 그 여잔 영 상태가 안좋아지는 모양이드라?
엄 마 : ?
미 옥 : 아까 아버지랑 간호사실 있는데서 부딪혔는데, 아버지 얼굴이 사색이든데.
엄 마 : (걱정스런) 왜 그런대니... 나는 안그런데.
미 옥 : (착잡한) 왜 그러긴 왜 그렇겠어, 준 만큼 받는 거지. 그래도 기왕 받은 수술인데...에이.
(하고, 일어나 웃옷 들고) 나 집에 가서 엄마 속옷 좀 챙겨올게. 잠시만 혼자 있어.
심심하면 화투장 갖다놨으니까, 갖고 놀고.
엄 마 : (재건엄마, 걱정스런) 어..
미 옥 : (나가는)
엄 마 : (나가는 미옥 보고, 잠시 생각하다가, 일어나 앞섶에 메론을 하나 넣고,
이동 링걸대에 링거병을 옮겨놓고, 그것을 끌고, 나가는)
씬 5 재건모의 병실 복도 + 앞.
엄마, 링걸대 끌고, 메론 들고 걸어와 재건모 병실 앞에서 머뭇대다가
다시 오던 길로 두어걸음 옮기다가,
작심하고 재건모의 병실문을 빼 꼼히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인써트 - 병실 안.
재건, 재건모의 옆에서 자고있고,
아버지, 눈감고 누워있는 재건모의 손을 손수건으로 닦아주는,
엄마, 그 모양을 물끄러미 보는.
엄마, 문 닫고, 기분 안좋은,
엄 마 : 내가 둘 다한테 좀 잘해줄라고 하는 맘이 생기다가도 저런 꼴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하고, 가는데)
그때, 아버지 변기를 들고 나오다, 엄마 보고 부르는,
아버지 : 미옥아.
엄 마 : (그 소리에 조금 놀라 아버지 보는)
아버지 : (엄마 옆으로 가서) 왔으면 들어오지, 왜 가냐?
엄 마 : (안보고, 퉁명스레) 내 맘이에요.
아버지 : 몸은 괜찮냐?
엄 마 : 그렇게 걱정되면 한번 와보지, 왜?
아버지 : 내가 애들 무서워 갈 수가 있냐..의사선생님한테 물어는 봤는데.. 괜찮다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엄 마 : 나 봐주는 의사선생님한테 물어봤어요?
아버지 : 그럼 너 봐주는 의사선생님한테 물어보지, 옆집 아줌마 봐주는 의사선생님한테 가서
물어봤겠냐, 쓸데없이.
엄 마 : 재건엄만 어때요?
아버지 : 들어가 봐. 아까는 비몽사몽이더니, 주사 한대 맞고 지금은 좀 괜찮아졌으니까.
엄 마 : 네..들어가볼게요. (하고, 들어가는)
아버지 : (들어가는 엄마보고, 화장실 쪽으로 가는)
씬 6 재건모의 병실.
엄마, 병실로 들어와 자는 재건모와 재건 보는,
엄마, 측은하게 두 사람 보고, 메론을 재건모의 머리맡에 놔주고,
옆에 학을 접은 유리항아리를 보고 뭔가 싶게 보다가, 나가려는데,
재건모 : (눈뜨고) 형님.
엄 마 : (돌아보는)
재건모 : (힘들지만, 작게 웃으려 애쓰며) 저 보러 오셨어요?
엄 마 : 깼어?
재건모 : 좀 앉으세요.
엄 마 : 어. (하고, 한쪽 의자에 앉아, 고개 숙이는)
재건모 : 왜 그러고 계세요. 저 보러 오셨다면서 고갤 숙이고 계심 절 어떻게 봐요.
형님 고개 드시고 저 좀 봐줘요.
엄 마 : (조심스레 고개 들고, 재건모 보며) 나는 괜찮은데, 자긴 왜 여적 이러고 있어?
재건모 : 벌받는가 보죠, 뭐.
엄 마 : (맘 아픈, 눈가 붉어져, 외면하며, 혼잣말처럼)
하긴 내가 그렇게 잘못되라고 빌었는데, 잘 될리가 없지..
재건모 : 형님..
엄 마 : (어렵게 말하는, 맘 아픈) 나는 재건엄마 왜 그렇게 안낫는지 알어.
재건모 : ...
엄 마 : (조심스레 보고, 눈가 붉어진) 내가 못된 맘으로 독을 품고 수술해줘서..그래.
재건모 : (눈가 붉어져, 보는)
엄 마 : 내가 좋은 맘으로 안주고, 죽어라, 죽어라, 니가 내 배 가르고, 잘살면 안되지..그런 맘으로...
재건모 : (눈가 붉어져, 보는) ...
엄 마 : (눈가 붉어진, 미안한) 근데 하늘에 맹세코 그런 맘이 전부는 아니었어... 사람이 그렇잖어.
이랬다저랬다..그런 마음도 들다가, 재건이도 불쌍하고 안됐다고..재건엄마 인생도 화나고.....
정말이야, 꼭 그런 못 된 맘만 있었던 건 아니야.
재건모 : 알아요.
엄 마 : 알면 빨리 나야지, 왜 안나.
재건모 : (눈가 그렁해, 작게 웃음 띠고) 형님이 저한테 힘든 거 고백해주셨으니까,
저도 한가지 해야겠네.
엄 마 : (보면)
재건모 : 저 수술하기 싫단 말 거짓말이었어요. 재건아빠 때문에 억지로 한거 아니에요.
저, 살고 싶었어요. 형님한테 아무리 미안해도 형님 콩팥 받어, 살수만 있다면...
형님이 수술해 준다고 했을 때 미안한 맘이 주먹 만큼이면 신나고 좋은 마음이
하늘만큼 땅 만큼이었어요. 염치없지만.
엄 마 : (눈가 닦으며) 염치가 뭐가 중요해. 살 수 있다면, 살아야지. 나 같아도 그래...
재건모 : 그러니까 저 안낫는 거 형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러심 제가 더 미안해서, 못 인나요.
엄 마 : (안쓰런, 재건모 보며) 많이 아퍼?
재건모 : 네.
엄 마 : 참을 수 있지?
재건모 : 그럼요, 형님 말대로 자식 가진 엄만데..참을 수 있죠.
엄 마 : 그럼 됐네.
재건모 : 고마워요, 형님. 수술 해주셔서..
엄 마 : 두고 두고 갚어. 그럴려면 먹기 싫어도 밥 많이 먹고..기운 자꾸 차 릴라고 해야돼, 알지?
재건모 : 네.
엄 마 : (가만 보다가) ..나 갈게. 메론 꼭 먹고. 비싼 거니까. 누구 주지 말고, 혼자 먹어.
재건모 : 네.
엄 마 : (가는)
재건모 : 참 형님.
엄 마 : (보면)
재건모 : 형님 발아래 복숭아 캔 가져가세요.
엄 마 : (발 아래를 보면, 캔 상자 보이는)
재건모 : 재건아빠가..형님 준다고 사고선 못갖다줬네요, 가져가세요.
엄 마 : 난 병실에 많은데, 이런 거.
재건모 : 그래도 가져가세요, 재건아빠가 형님 좋아한다고 산 건데..
엄 마 : (맘 짠해지는, 들고) 갈게. (하고, 가고)
재건모 : (가는 엄마 보다가, 눈감는)
씬 7 병원 일각. (의자있고, 앉은 자리에서 밖이 내다보이는(7부 같은 장 소))
엄마, 링걸대 들고, 캔 상자들고 걸어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앞 보면,
아버지 한쪽 벤치에 앉아 종이학을 접고 있다.
엄마, 그런 아버지 보다가 말하는,
엄 마 : 뭐해요?
아버지 : (엄마보고, 종이학 주머니에 넣고, 일어나 엄마 손에 들린 캔상자를 들고) 잠시 앉았다 갈래?
엄 마 : (아버지 보고, 의자에 가서 앉는)
아버지 : (앉는, 어색한, 밖을 보며) 별이 없네.
엄 마 : (하늘 보며) 그러네요. 별이 없네.
아버지 : (그런 엄마 보며, 안쓰런)
엄 마 : (하늘 보다가, 뭔가 이상해 엄마 보는) 왜요..?
아버지 : (어렵게 말 꺼내는) 재건이가..재건엄마말고 재건이..걔가 너보고 고맙다드라.
엄 마 : (가만 보다) 재건이 잘 키워요. 나중에, 미옥이 미수, 재수한테 안 치대게.
아버지 : 그래야지..
엄 마 : 근데 아까 손으로 뭐 조물락거리던데 그게 뭐예요?
아버지 : 어, 그거..암 것도 아냐.
엄 마 : 주머니에 넣든데, 봐봐 뭔지.
아버지 : (머뭇대며, 주머니에서 학 꺼내 보여주는)
엄 마 : (보며) 뭐래, 그게.
아버지 : (학을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종이학... 뭐 애들이.. 학을 천마리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나
뭐라나..그래서, 병간호하면서 심심하길래한번 접어봤어.
엄 마 : (아버지 물끄러미 보며) 무슨 소원이 있는데..재건엄마 낫는 거?
아버지 : (엄마 안보고, 고개 젖는)
엄 마 : (서운한 마음으로, 안보고) 거짓부렁은... 재건엄마 머리맡에 한항아리 만들어논 거 봤구만.
아버지 : ...
엄 마 : (보고) 당신이 재건엄마 낫는 거 말고 뭔 소원이 있어, 안그래?
아버지 : (학만 보며, 어렵게 말 꺼내는) 염치없는 말이지만은...
엄 마 : (보면)
아버지 : (눈가 붉어져, 맘 아픈) 니가..애들이..나를 용서해줬으면...하고..기도 했다..
엄 마 : (눈가 그렁해지는, 속상하고 안쓰럽고 복잡한 마음이다)
아버지 : (더는 말을 못잇겠는, 학을 엄마무릎에 놔주고) 가라. (하고, 가는)
엄 마 : (가는 아버지 보며, 맘 아픈)
씬 8 엄마의 병실.
엄마, 눈가 붉어져 얼굴로 병실에 혼자 앉아 한쪽 손바닥에 학을 놓고,
다른 한손으로 톡톡 쳐보다가 창문 열고, 손바닥에 놓인 학을 버리려다가, 다시 창 닫고,
손바닥에 놓인 학을 보고 손안에 움켜쥐고, 가슴에 대고, 맘 아프게 눈감는. F. O.
씬 9 미수의 회사전경, 낮.
씬 10 미수의 회사로비.
미옥, 편안한 차림으로 보따리 하나 들고 서있는,
그때, 수위 한쪽에 서서 그런 미옥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 보는,
미옥, 시계를 보며,
미 옥 : 얜 왜 이렇게 안나와. (하다가, 수위와 눈 마주치는)
수 위 : (이상하다는 듯 미옥을 아래위로 훑어보는)
미 옥 : 왜 그러세요?
수 위 : (미옥에게로 오며) 왜 아까부터 여기 계십니까?
미 옥 : 누구..기다려요, 왜요?
수 위 : (보따리 보며) 뭐 팔러 오셨어요?
미 옥 : 아니에요. 나 우리 동생 보러 왔어요.
여기 24층, 투자사에 내 동생이 근무해가지고, 걔 보러 왔어요.
수 위 : (안믿는) 동생 성함이 어떻게 되는데요.
미 옥 : (속상한) 이 아저씨가 안믿는 얼굴이네. 정말 내 동생 이 건물에 있는 회사 다녀요.
그때, 미수 나오며,
미 수 : 언니.
미옥, 수위 : (미수 보는)
미 수 : (수위 보고, 미옥 보며) 무슨 일이야?
미 옥 : (버럭) 몰라! (하고, 나가는)
미 수 : (수위 보고) 왜 그러세요?
수 위 : (미안한, 인사하며) 아닙니다, 아닙니다. (하고, 가는)
미 수 : (가는 수위보고, 밖으로 나가는)
씬 11 식당 안.
미옥, 수위한테 당한 게 속상해서 앉아있는,
그때, 미수 들어와 옆자리에 앉으며, 가방에서 돈 봉투 꺼내주는,
미 수 : 많이 기다렸지, 은행에 사람이 많네.
미 옥 : (화내는) 그러게 넌 내 통장에 돈 넣으래니까, 왜 사람을 불러내고 지랄이야! 뭐하는 거야, 이게.
시간 버리고, 버스 타느라 버스비 버리고, 니가 내 통장으로 돈 넜음 좀 좋았냐, 간편하고!
미 수 : (웃으며, 달래듯) 나는 병원비도 줄 겸, 언니랑 간만에 점심도 먹을 겸 겸사겸사해서, 그런 건데,
그게 그렇게 화나니?
미 옥 : 몰라, 기집애야! (하고, 돈 가방에 넣는)
미 수 : 근데 돈 그거면 돼? 모잘라지 않어?
미 옥 : 너만 엄마 딸이냐, 나두 엄마 딸인데, 나두 내야지.
미 수 : 아까 우리 회사로비에서 수위아저씨랑 무슨 일 있었어? 그때부터 언니, 기분 별론 거 같네?
미 옥 : (한숨쉬고) 야, 니 눈에도 니 언니가 보따리 장수로 보이냐?
미 수 : (속상한) 그 아저씨가 그래?
미 옥 : (물 마시고) 하긴 내가 병원에서 엄마 속옷보따리 싸들고 나와 그런 삐까뻔쩍한 회사를
찾아간 게 문제지, 그 아저씨가 문제겠니. 그 아저씨야, 그 자리에 서서 잡상인 잡는 게 일인데.
에우, 내 팔잔, 대체 왜 이러냐?
미 수 : (곰곰 생각하는)
미 옥 : 뭔 생각을 그렇게 생각해?
미 수 : (보고, 진지하게) 대표한테 말해서..그 수위아저씨 자를까?
미 옥 : (조금 놀라며) 니가 그렇게 빽이 있어?
미 수 : 할라면 하지. 감히, 울언니 기분을 상하게 했는데.
미 옥 : (고맙다는 듯 웃으며) 됐어, 기집애야. 빽 있음 그런데 쓰지 말고 좋은데 써.
미 수 : (웃으며) 화 풀렸나 보네, 울언니. 이제 밥 먹자. (하고, 주인에게) 아줌마, 비빔밥 둘이요!
미 옥 : 근데 나 너한테 서운한 거 있다.
미 수 : ?
미 옥 : 너 남자 있으면서 왜 나만 쏙 빼놓고 말안했냐?
미 수 : (어색한) 어..그게..어쩌다 보니까..
미 옥 : 내가 너 으리으리한 집안 남자 만나면 샘낼까봐, 그랬냐?
미 수 : (어색하고 미안한 웃음 짓고, 물먹는)
미 옥 : (작게 웃음 띠고) 야, 기집애. 너 언닐 대체 어떻게 보는 거냐?
넌 니 언니가 그렇게 속 좁아, 보이냐? 내가 기집애야, 우리집안에서 너하나 잘되길
낮이고 밤이고 바란 사람인데.. 너 언니 참 띄엄띄엄 쉬어가며 본다?
미 수 : (어색하게 웃고) 그런 거 아냐.
미 옥 : 재수말로는, 빌딩도 있다며?
미 수 : 인철씨 엄마꺼.
미 옥 : (좋은) 어쨌든, 기집애야.
미 수 : (잠시 생각하다, 맘 다잡고, 미옥 보며) 언니, 인철씨..만날래?
미 옥 : 언제든 보긴 봐야지.
미 수 : 언니랑 만나고 나 인철씨 보기로 했는데..같이 볼래?
미 옥 : 당장?
미 수 : 그러자. 보자, 같이.
미 옥 : 싫어, 기집애야. (하고, 물먹고, 미수 보며) 이 꼴로, 싫어, 절대 싫어, 너 그러지마.
미 수 : 괜찮어.
미 옥 : 싫어, 나두 체면이 있는데..나중에 아주아주 이쁜 옷 너한테 빌려 입고 그러고 멋지게 볼 거야.
그러고 내가 당당하게 말할 거야. 당신이 돈이 얼마나 많은 진 모르겠지만,
내 동생 데려가는 거 땡 잡은 줄 아쇼, 이렇게.
미 수 : (고마운, 작게 웃음 띠고) 언닌 내가 잘 나 보이나?
미 옥 : 당연히 잘났지?! 야, 솔직히 대한민국에서 그런 좋은 회사 다니는 여자들이 몇이나 되냐?
그리고 니가 회사만 좋아. 머리 좋지. 이쁘지. 몸 좋지. 맘 착하지. 이해심 많지. 안그래?
미 수 : (작게, 웃으며) 오우, 점수 후하게 주는데.
미 옥 : 기집애야, 언니가 너한테 말을 안해서 그렇지. 넌 내 자랑이야. 내가생선대가리 치는 거 갖고
사람이 나 무시하면 뭐라는 줄 알어? 이봐요, 나는 이래도 내 동생은 벤처캐피탈리스트야, 알어?
걔 연봉이 얼만 줄이나 아냐고? 당신들 그런 동생 있어? 있음 말해봐, 있음 말해봐!
그래, 기집애야.
미 수 : (미옥 짠하게 보고, 웃고)
미 옥 : 너, 그 사람한테 기죽지 말고, 사궈. 그리고, 장담할게, 언니가. 너한테 피해안줄 거야, 절대로.
그러니까, 너나 잘살면 돼, 알았지?
미 수 : 어.
그때, 음식 오고,
미 옥 : 아우, 맛있겠다, 먹자, 먹어.
미 수 : (미옥 보고)
씬 12 회사 앞.
미옥, 한쪽에 서 있고,
미수, 길가에 서 있는,
미 수 : (길가 쪽 보다가, 미옥 보며) 언니 가, 이제. 아님 내 옆에 오든가.
미 옥 : (주변 보고, 미수 보며) 모르는 척 하라니까.
나 너 그 사람 만나는 것만 여기서 보고 갈게. 어서, 앞 봐.
미 수 : (미옥 보다가, 길가 쪽 보는)
그때, 인철의 차 와서 서고, 차 창문 열리고,
인 철 : 미수야.
미 수 : 어, 왔어.
인 철 : 타라.
인철, 미수 얘기할 때 미옥이 인철을 보는 모습 보이는.
미 수 : (뒤를 보면)
미 옥 : (모르는 척 딴청 하는)
미 수 : (작게 웃고, 차 타고)
차 가고.
미 옥 : (가는 차 보며, 편안한 웃음 지으며) 남자 인물 정말 좋네...차두 좋고.
그래, 너라두 그렇게 살어라.. (하고, 가는)
씬 13 작은 떡볶이집 안, 밤.
영민(학교 갔다 온 모습), 미옥, 떡볶이를 먹는.
미 옥 : (떡볶이 먹으며) 차가 으리으리 하드라구요. 내가 외제차 여러번 봤는데,
그렇게 좋은 차는 정말 첨 봐요.
영민씨, 그런 차는 모르긴 몰라도 아파트 전세값 정도는 할거예요, 그죠?
영 민 : (맘 안좋은, 떡볶이 먹으며) 몰라요, 저는 그런 거.
미 옥 : (생각하며) 아니다, 더 할 거 같다. 우리집 정돈 살 것도 같다. 그죠?
영 민 : 몰라요.
미 옥 : 정말 그림 같드라. 차가 오고.. 남자가 차장문을 열고, 타. 하고 말하면, 미수가 공주처럼,
어. 하고 말하고, 차 붕...가는 그림이라니..영화같드라. 둘 다 잘생기고 이쁘고...
아마 둘은 이렇게 싸구려 떡볶인 안먹을 거예요, 그죠? 그럼 뭐 먹을까,
스테이크만 맨날 먹을까? 미순느끼한 건 별론데, 그럼 뭐 먹을까. 아니, 그것보단
걔들이 어딜 다니는 지가 더 궁금해요. 커피 같은 건 근사한 호텔에서만 마실까?
데이트는 스키장 같은데서만 하나.. 부자남자들은 여잘 어디로 덱고 다닐까..
영 민 : (그런 미옥 보며, 일어나, 미옥 옆에 있는 보따리 들고, 아줌마에게) 아줌마, 여기 얼마예요?
미 옥 : ?
씬 14 대형 마트 안.
인철, 수레를 끌고 가고, 미수 이것저것 먹을 걸 사는.
인 철 : 정말 우리 집에 가서 나 밥해주게?
미 수 : 어. 전에 해준다고 약속했잖아.
인 철 : 한번 해줬잖아?
미 수 : 라면이었잖아. (하고, 장을 보는)
인 철 : 나, 야채쌈 같은 거 좋아하는데.
미 수 : 그래? 그럼 야채를 좀 살까.. (하고, 야채 코너로 가는)
인 철 : 근데 야채쌈은 야채가 문제가 아니라, 쌈장이 맛있어야 하는데..
미 수 : 나 만들 줄 알어.
인 철 : 정말?
미 수 : 엄마한테 배웠어.
인 철 : (안믿기는) 그래? 넌 그런 안 배울 거 처럼 생겼는데.
미 수 : (웃으며) 날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되죠, 장인철씨. (하고, 장보고)
인 철 : (그런 미수 이쁘게 보고)
두 사람, 장보는 모습 보이고.
씬 15 엄마의 집으로 가는 길, 밤.
영민, 화난 얼굴로 걸어가고,
미옥, 눈치보며 뒤따라가는.
미 옥 : 영민씨, 화났어요?
영 민 : ...
미 옥 : 영민씨..영민씨..
영 민 : (순간 돌아보는)
미 옥 : (농담처럼) 무섭다.
영 민 : 미옥씬 내가 돈 없는 게 싫어요?
미 옥 : (영민을 귀엽다는 듯 물끄러미 보며, 작게 웃음띤 채)
있음 좋겠죠. 근데 없는데 어떡해요, 할 수 없죠.
영 민 : 미옥씨, 미수씨 만나는 사람 부러워요?
미 옥 : 무척 부럽죠, 부럽기야. 하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영 민 : ?
미 옥 : (작게 웃으며, 물끄러미 보며) 영민씰.. 사랑하는데.
영 민 : (맘 짠해지는, 조심스레) ..날...사랑해요?
미 옥 : (편안하게) 그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집안에 들이고, 같이 밥 먹고, 데이트하고 그래요.
영 민 : (수줍은, 미옥 보며) 나는 미옥씨가 당최 ..그 소릴 안하길래..
미 옥 : (영민만 보며, 편안하게) 나는 영민씨 말 안해도 알 줄 알았는데.. 몰랐구나.
나, 영민 씨 되게 되게 사랑해요.
영 민 : 그냥..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되게 되게 많이요?
미 옥 : (영민 눈 보며, 고개 끄덕이는)
영 민 : (편안한 웃음번지며, 미옥 보며) 좋다, 기분.
미 옥 : 기분 좋으면 나 업어줄래요? 나 오늘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다리가 되게 아픈데.
영 민 : 그래요, 업혀요.
영민, 미옥 업어주고, 걸어가며,
영 민 : 가볍다.
미 옥 : 솔직히 말해요.
영 민 : (웃으며) 무겁다.
미 옥 : 내가 그럼 뭐 내릴 줄 알고, 절대 절대 안내릴거예요.
영 민 : 그래요, 내리지 말아요.
미 옥 : (웃고, 차분하게) 영민씨, 나는 ..영민씨 집에서 영민씨랑 나 반대하고,
절대로 결혼안된다 그러면, 혼자 살 거예요.
영 민 : ...
미 옥 : 그리고 늘 옆에서 영민씨 보면서..나두 저 사람처럼 착하게 세상을 살자,
한결같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살자, 그렇게 맘먹을 거예요.
영 민 : (눈가 붉어져, 작게 웃으며) 미옥씨 나 많이 사랑하는구나...
미 옥 : 영민씨, 나는, 꿈을 이룬 거 같아요.
영 민 : (앞만 보고, 걸으며, 차분하게) 무슨 꿈이 있었는데요?
미 옥 : 내가 지랄지랄해도, 너는 왜 성격이 그러니, 내가 삐딱해도, 너는 왜그렇게 삐딱하니 하고
날 나무라는 사람말고... 아, 너는 그냥 성격이 그렇구나.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 만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힘들 때도 잘될거야, 안되면 또 잘해보지 뭐,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 정말 만나고 싶었는데, 영민씬 딱 그런 사람 이예요.
영 민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긍정적이긴 해요.
미 옥 : 영민씨, 내가 모난 성격 고쳐볼려고 할테니까, 어디 가지 말아요. 내가 가라그래두 가지 말아요.
만약 내가 앞으로 그런다면 그건 모두 순간 변덕이 나서, 내 성질 못참아서 그런거니까,
진짜로 믿지 말아요.
영 민 : 네.
미 옥 : (영민을 안는, 잠시후) 근데 영민씨 너무 크다. 곰같이 크네.
영 민 : 든든하단 얘기죠?.
미 옥 : (담담하게) 아뇨, 미련곰탱이 같다는 말이에요.
영 민 : (순간 멈춰서서, 미옥 내리고, 미옥 보며) 다시 말해봐요? 뭐 미련곰탱이요?
미 옥 : 어머, 곰이 화났나봐. 어머, 무서워. (하고, 도망가는)
영 민 : 거기 서요. 오늘 내가 가만 안둬! (뛰어가며) 거기 서요, 거기. (하고 쫓아가고)
미 옥 : (큰소리로) 사람 살려요, 곰이 사람 잡을라 그래요! 사람 살려! (하고, 뛰어가고)
영 민 : 거기 서요! (하고, 뛰어가고)
씬 16 다른 거리.
미옥, 뛰다가 숨을 헐떡거리며 멈추고,
‘이제 그만해요, 힘들어. 나 더 는 못 뛰어, 더는 못 뛰겠어’ 하고 뒤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는,
영민 찾으며 골목을 두리번거리며,
미 옥 : (불안한) 영민씨..영민씨..영민씨..어디 갔어요?..진짜 없어요? 나 두고 정말 갔어요?
그때, 순간 골목에서 누군가 미옥의 팔을 잡아끄는,
미옥, 놀라고,
씬 17 골목.
영민, 미옥을 벽에 기대세우고, 입맞추는.
미옥, 가만있다가, 영민을 안는, 입맞추는 두 사람 보이고.
씬 18 인철의 주방.
인철, 밥을 먹는, 미수, 그런 인철을 탐색하듯 보는,
인 철 : (맛있게 먹는)
미 수 : (보는)
인 철 : (밥을 맛있게 먹고, 그릇 주며) 조금만 더 줄래.
미 수 : (편하게 웃는, 제 밥 덜어주며) 맛있어?
인 철 : 어. (하고, 밥 먹는)
미 수 : (그런 인철 보고, 밥 먹는)
씬 19 인철의 거실.
인철, 신문을 읽고,
미수, 베란다에서 말린 옷을 가져오는.
인 철 : 그건 놔두지, 낼 아줌마 오면 아줌마가 할 건대.
미 수 : 해주고 싶어. (하고, 옷을 개는)
인 철 : (그런 미수 물끄러미 보며, 따뜻하게) ..어머니한텐 전화드렸니?
미 수 : (옷 개며) 낮에두 하고 밤에도 했어. 잘 계신대, 많이 편하시다고.. 낼 오래.
인 철 : (편하게 보며) ..내가..커피 타줄까?
미 수 : (보고) 유자차 먹고 싶은데?
인 철 : 있어, 타줄게. (하고, 가만 보는)
미 수 : (옷 개다가, 인철 보며) 왜?
인 철 : 우리 꼭 오래된 부부 같다.
미 수 : 난 소꼽장난하는 거 같은데..
인 철 : 그렇기도 하다. (하고, 주방으로 가고)
미 수 : (인철 보고, 편안하게, 웃고)
시간경과 - 불꺼진 거실.
비디오(장미의 전쟁)를 두사람. 주인공이 죽자살자 싸우는 장면.
미수, 앉아있는 인철의 무릎에 누워 비디오를 보는,
미 수 : (차분하게) 무서워. 어떻게 사랑해서 만난 사람들끼리 저렇게 살벌하게 싸우냐? 저거 보지 말자.
인 철 : 왜 재밌는데.
미 수 : (비디오를 보며, 기분 안좋은) 저런 게 뭐가 재밌어? 싸우고 다치고, 욕하고, 난 무서워.
인 철 : (볼륨 줄이고, 미수 보며) 저런 게 사람 사는 일상 아냐?
미 수 : 그래두 싫어.
인 철 : 나는 저렇게 서로한테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그러다 싸우면 싸우고, 다시 화해하고..
그런 게 사람 사는 건강한 일상처럼 보이는데...
미 수 : 그런가..사람 사는 게 다 저런가..
인 철 : 내가 좋아하는 책 한 구절 읽어줄까?
미 수 : (누워, 인철 보는) 뭔데?
인 철 : (옆에 있는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라는 책을 들고) 이건데..
여기에 한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그 사람하고 같이 하고 싶은 일들을
편지로 쓴 대목이 있어, 내가 이 책 읽고 나도 사랑하는 사람하고 했으면 하는 걸
밑줄 쳐 논 게 있는데, 들어봐.
미 수 : (일어나 무릎세우고, 인철을 보는)
인 철 : (하고, 책 펴서 읽어주는, 차분하게) 그와..소풍가기, 낚시로 잡은 물고기 구워먹기..
수영하기, 춤추기..지하철타기, 빨래널기..시장 보러가기...바베큐 해먹기..동시에 양치질하기..
그의 팬티 사주기..바보처럼 굴기..재잘거리기..심심하다고 투정부리기.. 변덕부리기..
야한 농담 주고받기..공연히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보기..게임하면서 속임수쓰기..
빗속에서 노래부르기...술에 취하기..그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나서 때론 거짓말이
약이 된다는 걸 새삼 깨닫기...쓰레기통 비우기...
세월이 흘러도 그가 여전히 날 사랑하는지 자꾸자꾸 물어보기...(하고, 책 덮는)
미 수 : (인철 따뜻하게 보는)
인 철 : 여기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어.
미 수 : (인철 눈 보며) 뭔데?
인 철 : 싸우고 난 후 언제나 ..화해하기. 아무리 서로에게 화나고 싫증이 나도..
미 수 : ...
인 철 : 그게 잠시잠깐의 기분이라는 걸 알고, 헤어지잔 섣부른 말은 하지 않고.. 기다리기.
미 수 : (인철 보며, 따뜻하게) 우리가..지금 당장 거기 쓰여진 것 중에 할 수 있는 게 뭐지?
인 철 : 글세..비가 안와서 비를 맞을 수도 없고..쓰레기통은 이미 비웠고..
미 수 : (순간) 있다.
인 철 : ?
미 수 : (일어나, 인철의 손을 잡고 끌고) 일어나봐, 어서, 일어나봐.
인 철 : (영문을 모르겠는) 왜 그래?
씬 20 욕실.
미수, 칫솔에 치약 발라주며,
인 철 : (따뜻하게 웃으며) 동시에 양치하기?
미 수 : 어.
인 철 : (미수 보고, 미수의 어깨에 손 올리고, 거울보고, 양치하고)
미 수 : (인철 보고, 거울 보며, 양치하는)
두 사람, 거울 보며 장난스레 박박 이를 닦고,
인철, 제 입가에 묻은 치약을 손으로 미수의 볼에 묻히고, 미수, 인철을 때리고, 다시 거울 보며,
양치하며 즐거운, F. O, F. I
씬 21 엄마의 병실전경, 낮.
재 수 : (E, 전래동화책 읽어주는)
씬 22 엄마의 병실.
재수, 의자에 앉아, 재미있게 전래동화책을 읽어주고 있고,
엄마, 침대에 앉아, 동화책 내용을 골똘히 들으며 재수 안보고 과일먹는,
재 수 : (동화책을 읽으며, 엄마 보면)
엄 마 : (고개를 끄덕여가며, 과일 먹으며, 얘기 듣는)
재 수 : (그런 엄마가 귀엽다, 읽다가, 멈추고)
엄 마 : (재수 보며) 왜 안읽어?
재 수 : (웃으며) 재밌어?
엄 마 : (웃으며) 어.
재 수 : (엄마 옆으로 가서, 엄마 책 주며) 엄마가 읽어봐.
엄 마 : 싫어, 니가 읽어.
재 수 : 엄마두 글은 읽을 줄 알잖어. 엄마가 읽어.
엄 마 : 나 아프잖어. 그러니까 니가 읽어줘야지.
재 수 : 아이고, 떼쟁이. 아주 아프단 핑계로 이것저것 다 해달래. 엄마 떼쟁이지?
엄 마 : 야, 내가 이렇게 병원에 입원할 때 말고 니들한테 떼 쓸 때가 어딧냐? (하고, 윙크하는)
재 수 : 아우, 내가 진짜 이쁘니까 봐준다. 내가 엄마 쫌만 덜 이뻤어도..진짜 이렇게 안해줘, 알어! 볼 대!
엄 마 : (볼 대면)
재 수 : (입맞추고, 엄마 보며) 아주 그냥 발랑까져갖고 뽀뽀는 디게 좋아해.
엄 마 : (웃고) 어서 읽어.
재 수 : 알았어. 떼쟁아. (하고, 다시 책 읽는)
그때, 미옥, 민이 들어오는,
민 이 : 할머니.
엄 마 : 어고, 우리 강아지 왔네. 우리 강아지 왔어.
재 수 : (일어나, 민이 안아서, 엄마 옆에 놔주는) 민이야, 할머니 아프시니까, 조심해.
엄 마 : (민이 안고, 몸 흔들며) 아고, 이쁜 내 강아지.
민 이 : 할머니.
미 옥 : (어이없이 웃으며) 눈물겨운 상봉이네, 눈물겨운 상봉이야.
저렇게 죽고 못사는 손주딸 보고싶어서 병원엔 어떻게 들어 앉어 있어.
엄 마 : (민이만 보며) 우리 강아지 할머니 보고싶었나?
민 이 : 어.
재 수 : (그런 두 사람 보며) 엄마 그만해, 나 샘날라 그래.
(두 사람 떼내려하며) 그만 하라니까..그만해, 그만.
엄마, 민이 안고 안놓고,
엄 마 : (장난치는) 민이야, 우리 떨어지지 말자, 떨어지지 말자..
미 옥 : 김재수, 너 샘나니? 그럼 내가 해줄까?
(하며, 재수 안고, 입맞추려하며) 아고, 이쁜 똥강아지 새끼, 아고 이쁜 똥 강아지 새끼.
재 수 : (미옥 떨쳐내며) 왜 그래?
미 옥 : (안으려하며) 왜 누나가 너 귀여워서 그러는데.
재 수 : (떼내려하며) 싫어, 하지마.
엄 마 : 근데 할머니 오신다드니, 왜 안오시니?
씬 23 병원야외, 일각.
재수(민이 안고, 과자 든), 로비에서 나와 ‘고모, 고모, 고모’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때, 고모 말소리 들리는.
고 모 : (기운 없는) 나 여깃어.
재 수 : (고개 돌려보면)
고 모 : (한쪽에 쭈그려 앉아있는)
재 수 : 아니, 왜 안들어오고 저기 똥싸는 폼으로 앉아있어.
(하고, 옆으로 가 앉으며) 왜 할머니만 들여보내고, 고몬 안들어와?
고 모 : (안보고, 기분 가라앉은) ...니엄마 볼 낯 없어서, 들어가기 싫어.
재 수 : 아우, 생긴 대로 그냥 뻔뻔스럽게 살어, 새삼스럽게 왜 그래, 고모 답지 않게.
고 모 : (보면)
재 수 : (얼버무리는) 아니, 내 말은 ... 고모 풀죽어 있는게 안됐다 그소리야.
그때, 재건목소리 들리는,
재 건 : 안녕하세요.
고모, 재수 : (보면)
재 건 : 아빠랑 같이 점심 먹고 아빠는 일 가시고, 전 엄마 보러 가요.
재 수 : 누가 물어봤냐?
고 모 : (재수보고, 재건 측은한) 니네 엄만..어떠니?
재 건 : 아직 죽만 드세요.
고 모 : 왜 그렇게 니엄만 아프니..
민 이 : 재건아, 이 과자 먹어. (하고, 봉지 주는)
재 건 : (재수 눈치 보는)
재 수 : 받어, 자식아.
재 건 : (눈치 보며, 받으며) 고마워.
재 수 : (속은 상하지만) 너 니 엄마 아프다고 징징대지 말고 다녀. 사내 자식이 그럼 못써, 알어?
재 건 : 네. 형. (하고, 고모에게) 고모 안녕히 계세요. (하고, 병원으로 들어가는)
재 수 : (가는 재건 보다가, 일어나며) 아우, 다리 쥐나, 나는 다리가 길어 그런가 아주 쪼그리고 있음
다리가 저려죽겠는데, 고몬 안그래?
고 모 : (일어나며) 뭐 다리가 짧으면 아픈 줄도 모르는 줄 아냐?
재 수 : 들어갈 거지. 오늘 안본다고 다시 안볼 것도 아닌데, 들어가.
고 모 : (작게 한숨쉬고) 그래, 뭐 다신 안볼 것도 아니고.. 쪽 팔릴 거면 일찍 팔리는 게 낫지. 들어가자.
(하고, 들어가는)
재 수 : (가는 고모 보고, 안된, 들어가는)
씬 24 병실 앞, 복도.
미옥, 약봉지를 보며 걸어가는,
미 옥 : 아우, 무슨 약이 이렇게 많어, 약 먹다 지레 죽겠네. (하고, 엄마 병실 열려하면)
재 수 : 들어가지마.
미 옥 : (보면)
재 수 : (민이와 한쪽 의자에 앉아있는) 고모랑 할머니 얘기 좀 하게, 우린 여기 있자.
미 옥 : 그래, 덕분에 나두 좀 쉬자. 죙일 종종걸음 쳤드니, 죽겠다. (하고, 재수 옆에 앉으며)
근데 제인이, 지니, 진우 걔들한테만 가게 맡기고 좀 그렇다. 니가 좀 가봐라.
재 수 : 그럴라 그럽니다. (하고, 민이 주며) 엄마한테 가있어.
(하고, 일어나며) 근데, 누나 재건엄마는 영 그런가보드라.
미 옥 : 약 타러가서 간호사한테 물어봤는데.. 원래 그게 장기 받은 사람이 그렇게 더딘 거라드라.
재 수 : 누난 안그랬어?
미 옥 : (보면)
재 수 : 그 여잔 그냥 죽었음 좋겠다고, 안그랬냐고.
미 옥 : (외면하면) 당근이지.
재 수 : 우리가 막 그렇게 빌어 갖고 그 여자 잘못되면..
미 옥 : (보며, 혀차며) 쯧. 입 닫어.
재 수 : 난 그냥 찝찝해서.
미 옥 : 너만 찝찝하냐, 난 개운한지 아냐! (하고, 외면하고 착잡한)
재 수 : 갈게. (하고, 가는)
미 옥 : ...
씬 25 병실 안.
할머니(제정신인 듯한), 고모(눈가 붉은 채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있고),
엄마 누워 과일 먹으며 할머니에게 어리광부리듯 말하는.
엄 마 : 많이 아팠지. 사타구니에서 배있는데 까지 죽 찢었는데.
할머니 : 아구, 어쩌냐.. 맨살을 그렇게 찢어놨음 그게 얼마나 쓰리고 아플거야. 그래, 그걸 어찌 참았냐?
엄 마 : 이 악물고 참았지. 나는 참는 덴 선수거든.
고 모 : (죄지은 사람처럼 앉아있는)
할머니 : 아이고...쯔쯔쯧..
엄 마 : 할머니 나 보고 싶었어?
할머니 : 이런 아무리 못배웠다고 사돈한테 웬 반말을 해.
엄 마 : (웃으며, 고모에게) 어머, 할머니 진짜 오늘은 제정신이시네.
고 모 : (못보고) 그렇다니까, 그러니까 내가 모셔왔지.
할머니 : 뭔 소릴 해, 둘이서. 그럼 내가 언젠 제정신이 아니었단 얘기여.
엄 마 : 아니에요, 아니에요, 사돈할머니.
할머니 : 어쨌거나, 참 누워있으니, 안됐네.
엄 마 : 사돈할머니, 나 다리 주물러 줘. 다리가 저려요.
할머니 : 그래, 그래. (하고, 다리 주물러 주는)
엄 마 : (웃으며) 아이고, 내가 할머니한테 다리를 다 맡기고..호강하네, 정말로.
할머니 : 아우, 근데 내가 소피가 보고 싶네.
고 모 : 밖에 나가봐요, 미옥 아니, 재수 있을거예요. 걔한테 화장실 좀 가자 그래요.
할머니 : 사둔 잠시만 누워있어, 내 곧 올게. (하고, 나가는)
엄 마 : (가는 할머니 보며) 할머니 빨리 와.
(하고, 고모에게) 꼭 울엄마한테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재밌다.
고 모 : ...
엄 마 : 고모 근데 왜 나 안봐요.
고 모 : (눈가 붉어져, 엄마 안보고) 미안해서 못보겠어요.
엄 마 : 고모가 뭐가 미안해.
고 모 : (눈가 닦으며, 울먹이며) 언니두 내 입장 돼봐. 안미안한가.
내가 정말 언니한테 미안한 말로 하면, 몇날며칠 밤을 새고 해도 모자.. (눈물 닦으며)
장씨아저씨 올라왔답디다. 언니, 이번 참에 오빠랑 갈라서고, 장씨 아저씨랑 결혼해.
엄 마 : (과일 먹으며, 담담하게) 그만해, 고모, 듣기 싫어.
고 모 : (보면) 내가 언니 인생이 불쌍해서,
엄 마 : 불쌍하긴 뭘 불쌍해. 내가 남자랑 안살어서? 남자랑 살면 뭐 좋은데,
(농담처럼) 잠자리..하는 거?
고 모 : ...
엄 마 : (창가 보며, 서글픈 웃으며) 고모가 많이 컸다, 내가 고모랑 이런 얘길하고...
근데 남자랑 그러는 거 못해봤음 모를까, 내가 다 해봤는데 뭐... 재미.. 별로야.
그냥 나는 애들하고 이렇게 노는 게 좋아. 재밌고, 신나고.
고 모 : (보는) ...
엄 마 : 사는 게 뭐 별난가. 이러고 사는 게 재미지. 장난치고, 화내고, 싸우고, 웃고...안그래요?
고 모 : 더 좋은 것도 있을지도 모르잖어.
엄 마 : 그럴라나...나는 아닌 거 같은데..근데 더 좋은 거 있는 거 그거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지 않으까?
고 모 : (어이없이 웃고) 어으..
엄 마 : (편안하게) 지장 없음 모르고 살래요, 나는 그냥..과일이 맛있네. 고모도 먹어.
(하고, 과일 먹으며, 창가 보며, 낮게 노래 흥얼대는)
고 모 : (엄마 안쓰레 보는)
씬 26 고모부의 가게.
고모부, 장부 정리를 하고 있는데, 그때 재수 할머니 손잡고 문여는,
재 수 : 고모부.
고모부 : (보는) 어떻게 니가 어머닐 모시고 왔냐?
재 수 : 엄마 낼이나 모레나 퇴원하는데, 하루라도 같이 있는다고 그러든데요.
고모부 : 경과가 좋으신가보다, 생각보다 빨리 퇴원하시네.
재 수 : 울엄마가 속이 편하잖아요. 맘 따라 몸 간다고 괜찮으세요.
고모부 : 니엄마가 맘이라도 편해야 산다. 안그럼 살겠냐.
재 수 : (웃으며) 맞아요.
고모부 : (할머니 손잡고) 아고, 울엄마 마실 다녀오셨네. 잘 다녀오셨어요?
할머니 : (보며) 그럼요, 덕분에. 잘 다녀왔죠.
재 수 : 별안간 또 그러시네. 멀쩡하셨는데.
고모부 : (웃으며, 할머니 보며) 오늘 어딜 다녀오셨는 줄은 아세요?
할머니 : 아이고 내가 그거 모를까봐서요. 우리 언니네 다녀왔죠.
고모부 : 아이고, 아시는구나. 근데 배는 어떠세요? 고프세요, 안고프세요?
할머니 : 고프죠, 밥 한술 주실라우.
고모부 : 당연히 드려야죠.
할머니 : (인사하며) 고맙소이다, 정말 고맙소이다.
고모부 : (재수에게) 너 여기 잠깐만 있어라, 나 우식이한테 할머니 밥 준비하라 그러고 빨리 내려올게.
(하고, 할머니에게) 가세요, 어머니.
할머니 : (재수에게) 뉘신지 모르지만 오늘 참말 고마웠수. 나 덱고 대녀줘서.고마웠수. (하고, 인사하는)
고모부, 할머니랑 나가고.
재 수 : (이상하게 보며) 아, 울엄만 진짜 저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다, 침 뱉으며) 툇툇 ..말이 씨가 된다고, 말이라도 말아야지.. (하고, 몸서리 치는)
씬 27 마트 안.
진우, 손님에게 생선 주며, ‘또 오세요’ 하고,
한쪽에서 제인, 재수와 얘기하는.
재 수 : 나한텐 개강했단 말 안했는데.
제 인 : 나한텐 했어.
재 수 : 아씨, 서운해.
제 인 : 뭐가 서운해, 임마.
재 수 : 야, 애인끼리 그딴 중요한 걸 모르고 있음 그게 말이 되냐?
진 우 : 말이 안되면 어쩔 건대.
재 수 : (보면)
진 우 : 너랑 미옥이 누난 왜 그렇게 말 안되는 게 많냐? 모르고 있다, 알았음 된 거지, 또 뭐가 문제야?
제 인 : 맞어.
재 수 : 그런 중요한 걸 왜 내가 제인이한테 들어야 하냐구, 지니 입으로 들어야지.
진 우 : 참 화낼 일도 많다.
제 인 : 너 같은 쫌팽일 내가 좋아하다니, 참.. (진우 보며) 오빠 나 확 오빠 좋아해버리고 말까?
진 우 : 그럴 수 있냐? 난 너 좋은데?
제 인 : 확 해버리면 되지, 뭐.
진 우 : 나야, 좋지.
재 수 : 꼴 갑을 떨어요, 둘 다. 나, 갈래. (하고, 가는)
제 인 : (가는 재수 서운하게 보며) 야, 너 툴툴대고 다니지 말어, 다쳐. 알았지, 조심해.
진 우 : (제인 보며) 너 재수 아직도 좋아하는구나.
제 인 : 내가 뭐 미쳤어요, 그럼. 재수 좋아하다 오빠가 나 좋아한다고 한순 간에 맘 변하게,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진 우 : 나는 그냥..니가 쿨하니까,
제 인 : 쿨한 것도 정도껏 해야지, 한순간에 그럼 되요, 여자가, 돌은 것도 아니고.
(하고, 생선 만지다, 진우 보며) 오빠.
진 우 : (보면)
제 인 : 석 달만 참을래요? 그럼 혹시..정리할 수도 있는데.
진 우 : 그 정도쯤은.
제 인 : (웃고, 소리치는) 고등어, 홍어, 가오리, 있어요! 어서어서 오세요, 어서 어서!
씬 28 지니의 집 앞, 밤.
재수, 걸어서 지니의 집 근처로 가다 이상해, 멈춰서면,
지니, 남자친구와 얘기하고 있는,
남 자 : 어쨌든 이번에 니가 복학해서 내가 정말 기쁘다.
지 니 : 너랑 같이 학교 다닐 때 되게 좋았는데, 이제 니가 내 선배네.
남 자 : 내가 선배니까 더 좋지 않냐, 니가 뭐 물어보면 내가 재까닥재까닥 답해줄 수 있잖어.
지 니 : 그건 그렇다.
남 자 : 그럼 학교에서 보자.
지 니 : 어.
남 자 : (가고)
지 니 : (집으로 들어가는)
재 수 : (그런 지니를 서운하고, 속상하게 보는)
씬 29 지니의 방안.
지니, 방에서 옷 갈아입고 있는데,
재수, 문 열고 들어오는,
지 니 : 제인이니?
재 수 : (앉으며) 아니다.
지 니 : (앉으며) 어쩐 일이야, 넌?
재 수 : (발로 지니 툭 치며) 넌 나 없이 잘 논다.
지 니 : (싫은) 왜 그래? 발 냄새나게.
재 수 : (어이없이 웃으며) 발냄새? 야, 밥 먹고 이빨도 안닦는 애가..냄새가어쩌고 어째?
(하고, 다시 바로, 지니 툭 치며) 너 낮에 학교 갔다며 왜 밤까지 집에도 안오고,
동네서 남자랑 히히덕거리냐? 말해봐봐, 어, 말해봐봐.
지 니 : 나 화낸다.
재 수 : 너 내가 문 앞에서 다 봤어. 남자랑 히히덕거리는 거. 아주 좋아죽든데. 걔 누구냐?
지 니 : 오해하지마. 친구야. 복학신청하러 가서 우연히 만나가지고,
동네 와서 차 마시고 피씨방 가서 좀 놀고 그러다 보니까, 늦은 거야.
재 수 : (다시 발로 툭 치며)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냐? 친구랑? 낮부터 밤까지.
지 니 : (발 탁 치며) 공부 얘기했어. 그동안 너랑 놀기만 하느라, 공부 통 못했잖어.
재 수 : 어, 나랑 놀기만 해서?
지 니 : 왜 그래, 너?
재 수 : (어이없는 웃음 지으며) 그러니까 니말은 내가 너랑 놀러다니자고 맨날 꼬시기만 하는,
니 공부에 방해되는, 그런 인간이라 그 소리네.
지 니 : (황당한) 김재수.
재 수 : 미안하다. 공부에 방해 돼서. 공부해라. (하고, 옆의 책 주며)
공부해, 공부, 공부, 공부, 공부하라고! (나가는)
지 니 : (서운한, 한숨쉬고)
씬 30 지니의 집 앞, 계단.
재수, 내려오다가, 뒤를 돌아보는.
재 수 : 어쭈 안나온다 이거지.. 필요 없다 가라, 그거지.. 야, 입까지 맞춰놓고,
요즘 여자들 진짜 웃기누만. 야, 웃기다, 진짜.. (하고,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며)
진짜 날 안 잡고, 그냥 보낼라 그러네, 얘가.
씬 31 지니의 집 앞.
재수, 문 열려하지만, 안되는,
재 수 : 야, 너 문 잠궜어? 어쭈, 안열어?
씬 32 지니의 방안.
지 니 : (밖에 대고 말하는) 너 그런 못된 성격, 완전히 고치기 전엔 절대 나만날 생각하지마.
씬 33 지니의 집 앞.
재 수 : (문고리 잡고, 흔들며) 웃기지 말고, 문 열어!
씬 34 지니의 방안.
지 니 : (문을 보며) 싫어! 절대 못열어, 니가 빌기 전엔 절대 못열어!
씬 35 지니의 집밖과 안.
재 수 : (황당한) 에이! 문 열어! (하며, 문 마구 흔드는)
잠시후, 문 벌컥 열리고 재수 넘어지는.
지니, 보면,
지 니 : 왜 그래, 진짜!
재 수 : (무릎 꿇고, 빌며) 다신, 다신 쏘가지 안부릴게, 한번만 봐주라.
지 니 : (어이없어 웃고)
재 수 : (빌며, 윙크하고, 웃고) 봐주라.
씬 36 병원복도.
재수, 노래 흥얼거리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병실로 가다가, 멈춰서면,
창가 쪽에 미옥, 미수, 고모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재 수 : 뭐해들, 거기서?
미 옥 : (웃으며) 야, 우리 엄마 연애하는 거 구경한다.
재 수 : 뭐? (하고, 달려다가 창가 보는)
인써트 - 병원아래, 엄마 장씨 아저씨 벤치에 앉아있는 게 보이는.
재 수 : 우씨, 저 아저씨 왜 왔어? (하고, 가려하면)
미 수 : (팔 잡으며) 가만있어.
재 수 : 왜?
미 옥 : (재수 어깨에 팔 두드리며, 달래듯) 성질 내지 말고, 구경하자, 구경해,
우리가 엄마 연애하는 걸 언제 보겠냐?
고 모 : 그래, 별일 아니니까, 구경해. 추운데서 차 한잔하는 건데..봐주자, 야.
미 수 : 고모 인심 좋아지셨네.
고 모 : (눈흘기고)
미 수 : (재수보며) 야, 우리도 좋아하는 친구랑 차 한잔 마실 때 좋잖니,
그러니까 엄마도 좋을 거 아냐. 아프신데, 보너스다, 하고 봐주자.
재 수 : (짜증나는) 에이씨..삼십분안에 안올라오기만 해봐라, 잡으러 갈테니까. (하고, 미옥에게) 민인.
미 옥 : 영민씨가 데려갔어.
재 수 : 에이.. (하고, 병실로 가는)
미 옥 : 재수야.
미 수 : 놔둬.
미 옥 : (미수 보다가, 창가 보며, 서글픈) 울엄마..저렇게 남자랑 앉아있으니까,
진짜 여자 아님 아무 것도 아닌 여자 같네.
미 수 : (내다보며) 그러게.
고 모 : (서글프게 내다보는)
씬 37 병원 밖, 벤치.
엄마(링걸 맞고 있는), 장씨 종이컵 들고 앉아있는,
장 씨 : (굳은, 고개 떨구고 앉아있는)
엄 마 : 서울에 일찍 왔다며, 왜 이제 왔어?
장 씨 : ...
엄 마 : 오빠..나랑 말안해?..그럴라면 왜 왔어, 여기까지.
장 씨 : (보며)
엄 마 : 에이..웃지.
장 씨 : 영자야, 우리 같이 살면..안되겠냐?
엄 마 : (보는)
장 씨 : 같이 살자.
엄 마 : 내가 이 나이에 팔자 고치면 뭐해. 왜 빨래할 사람 없어요?
장 씨 : 빨래도 밥도 내가 할게, 그럼 되니?
엄 마 : (눈가 붉어지는, 고개 젖고) 나는 오빠..멀리서 이렇게 보는 게 좋아.
장 씨 : ...
엄 마 : 오빠, 꽃향기를 맡을라면 꽃을 코에 가까이 바짝 대면 안된다.
멀리 좀 떨어져야 꽃향기가 은은히..
장 씨 : 시답잖은 소리 작작해.
엄 마 : (눈가 그렁해) 오빠, 오빠는..늘 (제 가슴을 손으로 가르치며) 여기 있어요.
장 씨 : (맘 아픈) 나는 니 가슴에 있고, 김두칠인 니 뼛속에 있지?
엄 마 : (보는) ....
장 씨 : (답답한) 나 다음에도 서울 올거다, 와서 너한테 또 살자 그러고 또 살자 그러고 계속 그럴거야.
누가 이기나 한번 보자. (하고, 차 마시는)
엄 마 : (눈가 그렁해, 애써 웃으며, 장씨 보는) ...
두 사람 그렇게 앉아있는 모습 보이고.
씬 38 병실복도, 창가.
고모, 미옥, 미수 창가에서 돌아서서 벽에 기대서서,
미 옥 : (서글픈) 목포에서 서울 올라와, 달랑 삼사십분... 그렇게 앉아만 있다가시네, 아저씬..
미 수 : (서글픈) 엄마두 아저씨, 좋아하는 거 같다. 오늘 보니까.
미 옥 : (차분한) 이뤄지든, 안이뤄지든....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좋은일이야, 안 그래, 고모?
고 모 : 미움으로만 안끝나면, 좋지.
미옥, 미수 : (보는)
고 모 : 왜?
미 옥 : 오우, 고모도 그런 말 할 줄 알어, 멋있네.
미 수 : 정말.
고 모 : (미옥, 미수 때리며) 이것들이 고몰 놀려! (하고, 발차기까지 하면)
미 옥 : 어머, 짧은 다리가 제법 올라가네.
고 모 : 너 죽었어. (하고, 치고)
그렇게 세 사람 장난치고.
씬 39 병실 복도에 있는 간호사데스크.
재수, 간호사랑 말하는.
재 수 : 그게 우리 엄마가요, 병원에 너무 너무 오래 있어서.. 머리에서 쥐가 나실 지경이래요.
그래서 잠깐 외출 좀 하고 싶으시다는데, 좀 허락해주세요, 누나.
간호사 : 안되요. 나가셨다가, 환자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하실라구요.
그리고 그 문젠 제가 허락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재 수 : 그럼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한번 때려보세요, 네? 울엄마 바깥구경이 진짜 하고 싶대요.
간호사 : 의사 선생님, 지금 안계세요.
재 수 : 언제 오는데요?
간호사 : 낼 아침이요.
재 수 : 아이, 이 누나가 지금 장난하나, 나랑,
그때, 미수 와서,
미 수 : (간호사에게, 웃으며) 수고하십니다. (하고, 재수에게) 가자.
재 수 : 가긴 어딜 가. 허락을 받고 가야지.
미 수 : (재수 끌며) 가자니까.. 가.
재 수 : (끌려가며, 간호사에게) 누나, 허락해주라, 정말, 예? 허락해줘!
미 수 : (끌고 가며, 작게) 엄마랑 우리 도망치기로 했어.
재 수 : (보며) 뭐?
씬 40 병실.
재수, 미수, 앉아있고,
미옥, 엄마의 머리에 목도리 감아주고 있고,
엄마, 옷을 산더미처럼 두른.
재 수 : (자리에 앉아서 황당하게 보며) 아주 사람이 아니라, 공이 됐네, 공이.
높은데서 툭 치며, 데굴데굴 잘 굴러가겠네.
미 수 : 언니 목도린 하지 말자, 눈사람 같애.
미 옥 : (엄마의 머리에 목도리 둘둘 말아주며) 감기 들면 끝장난대. 알고나 말해.
엄 마 : (미수 보며, 웃으며) 미수야, 재수야, 엄마 웃기지?
재 수 : 그러고 나가고 싶냐?
엄 마 : 어. 답답해, 징역 사는 거 같고. 바깥 바람쐬고 싶어.
미 옥 : 그러게 왜, 수술을 받어서 생고생을 해!
엄 마 : (눈치 보면)
미 옥 : 미워, 으이....내가 정말 잘해줄라고 하다가도 엄마 수술 받은 걸 생각만 하면, 성질 확, 올라와!
엄 마 : (손바닥 들어올리는)
미 옥 : 뭐야?
엄 마 : 너랑 나랑 애들처럼 손바닥 한번 탁 치고,
그간 니가 내 속 썩인 거 랑 이번에 엄마가 속썩인 거랑 비긴 걸로 하자.
미 옥 : 내가 밑지는 거 같은데.
엄 마 : 그러까?
미 옥 : 손 올려.
엄마, 손 올리면, 미옥 손바닥을 탁 치며,
미옥, 엄마 : 비겼다!
재 수 : 나두.
엄마, 재수 손바닥 탁 치며, ‘비겼다!’ 하고 소리 치고,
엄 마 : 인제 미수하자?
미 수 : 난 안할래.
미 옥 : 저 착한 척, 착한 척. 아우, 보기 싫어,
재 수 : 그러게 말이야.
미 수 : 좀 봐주라..
그때, 고모 문 열고,
고 모 : 야, 나와.
미 옥 : 지금?
고 모 : 빨리 나와. 간호사 둘은 어디 가고 하나밖에 없어.
엄 마 : (좋은) 야, 나가자, 나가자.
미 옥 : 야, 재수야, 니가 엄마 링걸병 들어.
재 수 : 그래, 나가보자. (하고, 링걸병 들고)
모두들 나가는.
씬 41 복도.
미옥, 미수 팔짱끼고 데스크 앞을 지나가는.
간호사 : (가는 두 사람 무심히 보고, 차트 보는)
데스크 아래쪽으로 카메라 가면,
엄마, 재수, 고모 앉은걸음으로 그 앞을 지나가는.
미옥, 미수 : (앞쪽에서 뒤돌아보며, 작게) 빨리 와.
간호사 : (미옥 쪽 보면)
미옥, 미수 : (어색하게 웃고)
씬 42 로비.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미옥, 미수, 고모, 짐짓 아무렇지 않게 나와 문 쪽으로 가는.
재수, 가슴에 엄마를 폭 싸안고, 나오는,
그때, 간호사 차트 보며 그 앞을 지나가는,
엄마일행 문 쪽으로 가는,
간호사, 가다가, 뒤돌아 엄마일행보고.
간호사 : 저기, 이영자씨 아니세요?
재수, 엄마 : (순간 돌아보고)
간호사 : 이영자씨, 어디 가세요?
미 옥 : 엄마, 뭐해? 튀어?!
재수, 엄마 : (놀라 뛰고)
간호사 : 그러심 안돼요!
씬 43 병원 앞 + 길가.
미옥, 미수, 고모, 엄마, 재수 뛰어나오며, 즐거운 비명 지르며,
미옥, 미수 : (앞서 뛰며, 재수 쪽 보고) 야, 재수야, 빨리 뛰어, 빨리!
고 모 : 야, 나 다리 짧어, 같이 가!
엄마, 재수 : (뛰어가며) 도망가자, 도망가자, 도망가!
그렇게 웃으며 뛰어가는 엄마일행 느린 그림위로.
미 옥 : (N) 훗날 미수가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입맞추고, 포옹하고, 데이트하는 즐거움도 컸지만,
엄마와 형제들과 신나게 장난치며 웃고 떠들던 그 즐거움도 참으로 큰 것이었다고.
재수도 나도 그렇다고 했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