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기 시작하는 아침, 정몽주 묘 근처를 지나다가 온갖 풀들에 새하얗게 서리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홍살문을 지나니 까치, 어치, 까마귀, 꿩 소리가 번갈아가며 들리고 하늘에서 비행쇼가 벌어집니다. ㅎㅎ
다른 친구들은 사진기를 들이대면 도망치는데 까치들만은 여유롭네요. ㅎㅎ
묘지 앞에 있는 석등 좌우로 보이는 것들은 한번 찍어봤습니다. 정면 아래로 보이는 곳이 제가 올라올 때 지나왔던 모현당, 영모재와 같은 건물이 동그란 구멍 사이로 한눈에 보이네요.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가운데서도 주변의 나무들은 하얗게 서리옷을 입고 있고 있고 이곳 연지(蓮池)의 물은 수련잎이 초록잎 그대로인 채 꽁꽁 얼려놓았네요.
정몽주 묘 주변은 온통 서리꽃으로 가득합니다. 풀잎, 낙엽, 나무 줄기, 돌멩이, 심지어는 민들레의 둥근 씨앗 위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려있습니다. 오전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신비한 볼거리겠지요. 제가 정몽주묘와 뒤편에 있는 문수산을 올라갔다오니 이 서리꽃들은 사라지고 없었으니까요.
우리 동네 이름이 용인시 <모현면>인 이유가 바로 두번째 사진 속의 '모현당'에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는데요. 모현(慕賢)은 현자(정몽주)를 사모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정몽주묘 바로 뒤편의 모습입니다. 어떤 나무든지 칡덩굴이 얽혀버리면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 칡덩굴만 쭉쭉 뻗어 올라가게 되지요! 아마도 이방원의 시조에서는 정몽주에게 함께 고려 왕조를 옭매는 칡덩굴이 되자고 했을겁니다. 하지만, 고려에 대한 변치 않는 충정을 '단심가'로 화답하며 기울어져가는 고려의 국운 속에서도 꼿꼿한 기상을 잃지 않았지요. 묘지 주변에 있는 저 푸른 소나무처럼 말입니다.
문수산이라 함은 정몽주 묘를 품고 있는 뒷동산인데 정몽주 묘에서 20분도 정도 오르다보면 나타나는 작은 봉우리랍니다. 그저 산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정도의 풀밭에 나무 쉼터가 있는 것이 고작이지만 햇볕이 유달리 따뜻하게 비쳐와 겨울에 문수산을 오르면 이 정상부근만 녹아있답니다. 이것 역시 정몽주 묘의 기운 덕이겠지요? ㅎㅎ
서리꽃이 피어있는 영산홍 이파리와는 대조적으로 사시사철 초록색으로 살아가는 두 식물이 보입니다. (이끼, 노루발) 세상은 늘 음(-)과 양(+)이 존재하며 그것이 조화를 이루며 돌아간다는 것을 새삼 느껴봅니다.
첫댓글 참으로 고맙게 보앗습니다. 선생님의 자세한 글과 사진의 편집에 대하여 경의을 드림니다.저는 김종권입니다.
배우고자 방문한 김종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