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거리가 조금 더 길뿐. 이제까지 대회처럼 천천히 여유있게 즐기자.
시작이 반이니까 이미 90km는 탄 셈이고 남은 90km만 타면 된다. 그리고 그중에 반이 내리막이니까 45km만 타면된다. 일주일 전부터 최면을 걸었다.
대회전의 풍경은 언제나 즐겁다.
부표밑에 잠수부가 화이팅을 해주고 있다. 그 주위를 살랑살랑 헤엄치고 있는 자리돔 무리. 아.. 여기가 제주바다구나. 멋지다
가끔 얻어 맞지만 이번엔 제대로 맞았다. 눈이 팅팅. 수경을 벗으니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깐포도와 파워젤. 알약 2알을 먹고 출발. 생전 처음 먹어보는 깐포도가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출발선에 가니 갤러리들이 많고 좁은길에 물웅덩이와 사이클 출발하는 사람들, 사진찍는 사람까지 혼잡하다. 나에겐 조용하고 평평한 10m의 start 구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끌고 간다. 정화가 따라오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한다. "명진아..... 이제... 타라..." 정화 속이 얼마나 탈까 알지만 나는 아무도 없는 곳까지 가서 뒤에도 사이클이 안오는지 잘보고 살짝 탄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찬웅님의 말처럼 모든 오르막이 오를만하고 모든 내리막이 smooth하다. 이건 나를 위한 코스구나. 급커브도 없다. 그 오르막에서 앞 주자들이 댄싱을 한다. 런을 잘하려면 댄싱하지 말랬는데.... 쯧쯧. 초보같으니...비웃어준다. 사실 나는 댄싱을 못한다. ㅋㅋㅋ
비가 온다. 그러나 이미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바람은 부드럽고 몸을 때리는 빗방울은 따뜻하다.
어제 밤에 함성우이사님이 고글에 안티포그를 바르라고 하신 말씀이 참 감사하다. 함이사님의 급체로 어제 저녁 열손가락 따드린다고 땀을 한 댓박 흘린것을 용서해 드린다. ㅎㅎ
한참을 달리는데 목에서 뭔가 덜렁거린다. 아뿔사.... 수경이다.
그래. 요녀석. 너도 나랑 180km 여행하자.
서귀포시로 들어가는 짙푸른 숲길이 아름답다. 까만 개 두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서행~~
재걸님이 자전거에서 내린다. 뭔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잘 하세요!!
35km 지점에서 찬웅님이 지나간다. "어이. 아가씨. 어데서 왔는교~~" 아가씨라는 단어는 어떤 상황에서 들어도 기분이 좋다. ㅎㅎ
45km 급수대에서 내려 내가 조제한 울트라 대박 드링크를 한병 다 마시고 다시 출발.
이제 표선 해안도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바위. 날으는 새들. 이 풍경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
65km 지점에서 길봉님이 인사하고 지나간다. 길봉님의 수영은 정말 언빌리버블 대략난감이다. 아니면 내가 너무 빠른건가. 살짝 기분이 또 좋다.
경찰과 해병전우회분들. 자원봉사자분들이 너무 감사하다. 박수쳐 주시고 화이팅을 외쳐주신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수고하십니다." 인사를 하면서 지나간다.
이제 산간도로로 접어든다. 아기자기한 시골길과 비갠뒤의 청량한 숲길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숲길이다.
앞에도 뒤에도 나밖에 없는 이길에서는 내가 제일 빠르다. 전율이 느껴진다.
숲에서는 새들이 지저귄다. 오른쪽에서 왼쪽에서 지저귀고. 가까이서 멀리서 노래한다.
수많은 제비가 내 앞을 좌우로 낮게 가로지르며 환영의 춤을 춘다.
아.... 오늘 이 섬이 나를 위해 이시간 존재하는구나.
스폐셜 푸드에 도착하니 찬웅님과 길봉님이 죽을 가져다 주고 출발한다.
전복죽은 아침에 먹은것보다 3.5배 더 맛있고 깐포도,토마토쥬스, 웨하스, 알약 2개를 먹고 나니 배가 벌떡 일어선다. 다시 출발.
이제 돈내코다. 옛날부터 그저 그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던 돈내코는 요즘 철인들 때문에 귀가 간질간질 할것이다. 반드시 끌바하라는 그 돈내코를 어찌 하다보니 열심히 타고 올라가고 있다. 8-7-6 속도는 점점 떨어지지만 멈출 정도는 아니다.
지그재그로 비틀거리며 올라가고 있는데 왠 조끼를 입은 젊은이가 슬슬 걸어 내려오더니 아무 말없이 내등을 밀어준다. 이런 멋진 놈!!! 어찌나 고마운지. 좀 가니 동훈님이 내려와서 또 밀어준다. 내가 돈내코를 타고 올라가다니... 도움은 좀 받았지만.
그러나 진실은.......... 두둥...
내가 오르막에서 클릿을 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냥 쭉 갈수만 있을뿐.
이제 저만치 우리 자봉단이 보인다.무지 반갑지만 살짝 내리막이다. 갑자기 내릴수는 없다.
"통과합니다" 멋있게 외친다. 정화는 진실을 알겠지.... ㅋㅋ
이제 낙타등이 빨리 만나고 싶다.
기억할만한 낙타는 세마리 정도? 넘어가라 넘어가라 하면서 자꾸만 다가오는 봉우리들을 사뿐히 넘어준다. 마지막 골프장까지 긴 언덕이 제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130km 급수대. 안장통도 심하고 허리도 아프다. 비틀거리며 내려 자봉 언니들과 농담도 하고
믹스커피도 얻어 마시고 볼일도 보고 10분을 쉬었다. 이제 내리막만 있다 했으니 안심이 된다. 다시 출발.
갑자기 심해진 안개에 내리막에 속도를 완전히 늦추고 벌벌기어가고 있으니 내 뒤에 오던 일본 여자선수가 앞으로 쑥 나간다. 그 때부터 20km를 그분을 10m 앞에두고 따라갔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포토존에서 만나 감사인사를 했다.
고글때문에 앞이 더 안보이는데 핸들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으니 고글을 벗지를 못한다.
그렇다고 멈출수도 없다. 일본아줌마 놓치면 큰일이다.
안면근육을 모두 이용해서 고글을 코끝으로 내린다. 하하하
안개가 걷힌다음에는 다시 안면근육을 이용해 고글을 올렸다. ㅋㅋ
이제 꼬불꼬분 마을길과 언덕들과 노면이 고르지 못한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안개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컷오프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시간을 알수가 없다. 손목시계를 볼수도 없고 속도계를 눌러볼수도 없기때문에...ㅠㅠ
경찰과 자봉에게 "지금 몇시에요?" 를 묻기를 수차례.
21km 남은 지점에서 55분이 남았다고 한다.
그때부터 컷오프에 대한 압박감이 왔다. 이제까지 혼자 훈련했던 모든 과정들, 응원해준 친구들, 마라톤 클럽에서는 완주축하파티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래....그랬냐며 애 썼지만 이제 그만하라며 측은한 눈빛으로 말할지도 모를 남편, 같이 달리기 해주려고 애타게 기다릴 정화....
온갖 생각이 다 떠오르며 안장통도 잊고 미친듯이 달렸다.
드디어 런주자들이 보인다. 골인~~~
밀려오는 안도감과 해냈다는 감격에 뜨거운 것이 울컥한다. 엉엉~~~ 기쁘다.
이제 런. 편안하게 깐포도와 알약 2알을 먹고 출발. 곧 정화가 마중을 나온다. 무지 반갑다.
10시간만에 만나니 할말이 너무 많다.
그간 밀린 이야기는 조잘조잘 끝이 없다. 4Lap동안 아는 얼굴이 많아서 즐겁다.
밤은 깊어가고 주로에 몇명 없다. 고즈넉한 제주의 푸른 밤속을 정화와 둘이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하다.
경쾌한 정화의 스텝에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마지막에 20명 정도를 추월했다. 짜릿함.
이제 Finish
226 km 긴 여정이었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온 우주가 나를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42.195km 함께 뛰어준 정화야. 고맙고.... 사랑한다.
믿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그 응원의 힘이 나오드라구요^^
서부산철인클럽 회원님들. 특히 자봉님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장 험난하다는 제주 킹코스.
나에겐 속깊은 친구와의 신나는 여행길이었고
굴러가는 바퀴속에서 혼자만이 가지는 긴 여백의 시간이었다.
2014년 7월 13일 ......반짝반짝 빛나고 감사로 충만한 하루.
나는 이날을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첫댓글 ㅎㅎㅎ, 미소낭자시군요...
남에게 엔돌핀 주시는 여걸!!
서철 마스코트로 추천드립니다.
정대씨. 우린 같은날 철인이 된 동지. ㅎㅎ.
정대씨의 진면목을 그날 확인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기로 해요. 잘 따라갈게요.
에뿌다....
ㅎㅎㅎ
미소천사...
멋있습니다.
성실하고 변함없는 재걸씨. 항상 용기주시고 조언해 주신거 감사해요.
너무 감동이얌~^^
순간순간 네가 느꼈을 제주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대회의 긴장감이 후기로 마치 내가 참가한 선수마냥 숨가뿌게 피부에 닿네 ..
너의 미소는 ..백만불짜리 ~~
4랩 마지막 런반환점에서부터 피니쉬라인에 들어올때까지 고생하는 자원봉사들에게 일일이 수고많다고 인사할때 넌 철인이 될수 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
나까지 이 짜릿함을 맛보게 해주어 고마워 ..
또 하나의 행복상자가 쌓이네 ..ㅎㅎ
너로 인해서 내가 받은 선물이 너무 크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내 소중한 친구. 맘씨 이쁜 정화.
고맙다. 내 곁에 항상 있어줘서.
누나 수고하셨어요...
자 이제 2015 제주 준비하셔야죠?
15시간대 진입을 위하여~
넵^^
자신 있어요. ㅎㅎㅎ.
15시간 59분 ㅋㅋ
완주 축하드립니다
런하면서 기다리는데 시간은 다되가고...
앞에서 뛰어오는 명진씨보고 어찌나 반갑던지요^^ 같이 완주할수 있어서 즐거워습니다
훈장님. 걱정하셨지요. 학생이 좀 빨리 빨리 댕기면 걱정도 안시키고 좋을텐데.....^^
그간 수고 많이 하셨고 감사합니다. ^^
저도 걱정했던 싸이클을 그렇게 통과했군요
궁금했습니다
언제나 서두르지 않는 화폭의 여백같은 여유가
완주의영광을 가져온것 같네요
런 풀코스를 뛰어본적이 없어 도전을 못한 킹코스
내년에는 도전할까합니다
완주 축하드립니다
아. 그래서 올해 안가셨군요.
그럼 올 가을 경주 동마 콜?
구례 70.3 다녀온 뒤 10월 19일입니다~~~~
싸이클 통과는 어떻게 했냐면요.
동훈씨가 그랬거든요. "최~~~선을 다해서 쉬지말고 가라"고요.
돈내코에서 등밀어 주면서도 " 부지런~~히 가라" 고 했거든요.
그렇게 했어요. ㅎㅎ
명진씨 축카축카 드립니다 . 그리고 정화씨 자봉 한다고 수고 많이 했습니다. 내년에도 화이팅!!
길봉씨도 축하드립니다. ^^ 기록도 좋으시고....
저한테 수영 좀 배우세요.
제가 예수해님한테 개인강습받은 사람이거든요. ㅎㅎㅎ
참!!~~~~ 잘했어요 ! 명진씨 ~ 같이 못해 죄송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멋지게 해내셔서 정말 기쁩니다 ! ^^
감사합니다~~
부상 회복 잘하시길 기원합니다.
내년엔 주로에서 함께 뛰고 싶습니다.^^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바이크 걱정 많이 했었는데 이렇게 멋지게 해내셨네요. 내년에는 우리 선수로 함께해요.^^ 고생 많았습니다.
제일 고생하신 분들이 자봉이지요.
저는 수고한게 없어요. 받기만 하고..... 차량 선적부터 하선까지 4박 5일동안 정말 감사합니다. ^^
명진씨 진심으로 축하합니다...일반 철인보다 그 무거운 수경을 목에 걸고 완주하셨으니 그야말로 왕철인입니다...다시한번 서철의 여자철인 첫번째 등극을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서철인으로 쭉 열심히 운동하고 또 클럽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서철 유니폼이 윤명진씨를 위해 디자인된것처럼 딱 맞게 이쁩니다.^^
완주 완전 축하드립니다.
스스로에게도 그만한 상을 주셔도 될듯~
또 필력이 대단하시네요. 읽는 내내 내가 제주대회 같이 라이딩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신 들린 붓~!!!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유니폼이 좋아서 잘한것 같아요.^^ 태극마크 단 것 처럼요.
금강 백제대회에서 자신감 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니^^ 진심 멋있으세요
글솜씨도 일품입니당♥
조만간 뵈요 언니의 철인등극 라이브로 듣고파요♥
정희야. 내년엔 꼭 같이 가자.
올해는 하늘이 도와.... 운이 좋아서 했고
내년엔 실력으로 해야지. ㅎㅎ
수경과 고글이 딱 어울립니다!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서철의 천사 대단합니다 축하합니다 ㅎㅎ
네~~ 감사합니다.
이 미소는 아무래도 직업병인것 같아요. 서비스업에 20년 종사하다보니..... ㅋㅋㅋ
여주 그레이트맨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후기를 늦게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이건 틀림없이 아리따운 여성분께서 적은 글^^
어찌그리 아이언맨 후기를 이리도 부드럽게 적으셨는지.....
이건..뭐...경기하는 동안 힘들다는 느낌이...전혀 안 느껴 지는건 뭘까요^^
내년 2015년에는 제주도에서 어여쁜 누나와 함께 웃으며 대회를 참가 하겠습니다.
아이언맨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 드리며.....
그날의 영광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하늘이 도와서 날씨가 너무 좋았거든요. ㅎㅎ
내년에 주로에서 함께해요.
훈련 더 많이 해서 잘~~해봐야 겠어요. 이제 감잡았어요. ^^
시합전날밤... 밤새 내린 소나기와 천둥...번개는...
명진 철인의 탄생을 알리는 하늘의 신호였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감축드리며.. 오래오래 함께 하시죠...^^
철인의 첫째 덕목이 여유로움인것 같은데... 충분히 갖추신것 같사옵니다...^^
명진님^^ 화이팅!!^^
감사합니다. 한결같으시고 변함없으신 이무용님의 모습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이제 스피드도 약간은 갖추도록 하겠습니다 ^^.
오래오래 함께 하기로 .......^^
글 잘읽었어요. 긍정적 마인드가 고통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네요. 내년에는 제주 꼭 같이 갑시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내년엔 같이~~~~^^
사이클 컷 오프될까 불안해서 물어볼때 당연히 할수 있다고 말해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ㅎㅎ
큰 힘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