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학자로 인정받는 마이클 센델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친구들이 읽기 쉽도록 편집해놓은 책이다.
우선 첫 도입부부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속100km로 달리는 기관차앞에 선로위에 다섯 명의 사람이 보인다. 하지만 기차는 멈출 수가 없다.
비상철로에는 한사람이 일하고 있다. 과연 기관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아마 이 문제에 대해 90프로 이상이 5명을 살린다는 것에 찬성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공리주의에 의해 가장 많은 사람이 행복한 것이 정의라고 인식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두번째로 들어가보자
1884년 미뉴네트호이야기...표류하는 배에는 4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 20일째 되는 날 그들은 더이상
먹을 것이 없자 병에 걸린 나약한 어린선원 파커를 희생양으로 삼아 살아남는다.
24일이 되는 날 그들은 구조되었고 재판에 회부되었다. 재판과정에서 파커를 죽여 먹었다는 사실을
자백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항변했고, 판사는 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의 근거역시 공리주의였을 것이다. 3명이 살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과연 그럴까?
위의 두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는 고개를 갸우둥하게 된다.
똑같이 많은 목숨을 살렸지만 첫번째 기관차의 경우와 미뉴네트호사건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양심의 경종이 울리기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꼭 꼬집어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생각하게 만든다..차이점이 무엇일까? 같다면 왜 그들의 선택이 옳은 것일까? 아니면
틀린 것일까?
책에는 약간의 힌트를 제공한다.
"사람의 고통과 행복을 숫자로 계산할 수 있을까?"
"더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해도, 죄없는 한사람을 내손으로 죽게하는게 옳은것일까?"
" 한 생명의 값은 얼마일까요?"
그리고 나는 보태고 싶다.
두번째의 경우 어린파커의 죽음은 강자의 이익을 대변했기때문에 더더욱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
사람이 동물과 다른 것은 약자를 보호하고 양심과 도덕적의무에 따라 행동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뉴네트호 선원들이 파커가 병자고 약하다는 이유를 들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우리는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 제일먼저 구명정에 실린 사람들이 어린이와 노약자, 그리고
여인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만약 그들이 살아남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두고 구조행위를 벌였다면 달라졌을 대목이다.
이처럼 도입부터 독자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옳음에 대한 인식에 물음표를 던지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평상시 도처에 깔려 있는 불평등을 인식하지 못한채 당연시해왔음을 깨닫게 된다.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의 비용대 편익의 보고서에 대한 경악,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공리주의)이
늘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는 사실, 행복에도 수준이 있다(질적공리주의)는 것,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보장되는 것(자유지상주의)이 정의로운 것인가에 대한 의문...
자 그럼 다음의 예는 어떻게 생각해야하는가?
남북전쟁당시의 군인모집광고의 정당성은? 기이한 거래 '베이비 M'의 거래는 유효한가?
본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자들과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어서 행복하다는 공리주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보자.
첫째, 모든 것은 돈으로 살 수 있을까?
둘째, 우리의 선택은 얼마나 자유로운 것일까?
흔히 우리가 시장에서 정의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 사이의 자유로운 선택과 합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사람들 사이의 선택과 합의가 정말 공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문제...즉 군인모집광고에 자원한 미국인은 자신이 처한 경제적궁핍으로 인한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는
점, 또 환경미화원아내의 대리모사건은 아이를 낳아서 다른 사람에게 준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몰랐다는 정보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다는 점, 그리고 생명을 사고 팔 수 있느냐는 도덕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할 때 자신이 어떠한 근거에 의해서 옮음을 주장
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공리주의자의 편을 들것인지, 아니면 자유지상주의자의 편을, 반대로 도덕주의자나 존롤스의
정의론에 입각하여 편을 들 것인지를
이밖에도 이책에는 미국에서 열린 전국 철자알아맞히기 대회의 우승자 앤드루의 이야기를 통해 칸트의
"도덕적행동"과 "정언명령"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고,
로즈부인의 화장실수리비 사건을 통해서는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과 "차등의 원칙"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외에도 소수집단 우대정책과 역차별의 문제, 응원단의 자격에서 보여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
선조들의 잘못에 대한 개인주의와 자유주의적 시선과 공동체주의의 대립, 자신의 형을 고발해야하는
동생의 가족의 의무와 공동체의무의 충돌,,,
한권의 책을 덮으면서 수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과연 우리사회는 얼마만큼 정의로운가? 나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얼만큼 기여했는가?
누군가의 능력을 말할 때 우리는 그사람이 타고난 우연적 재능과 환경적요인이 아무런 노력없이
결정되었고 이러한 바탕위에서 자신의 성공을 이루었다면 우리는 그의 성공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강변할지도 모른다. 타고난 조건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기때문이라고..
나는 이부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을 적고자 한다.
"노력해서 성공하려는 의지조차도 가정과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즉 노력도 노력할 수 있는
의지를 갖게 한 가정에서 우연히 태어났기 때문이라는 점을,,,존 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