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탈고를 수십번이나 했다고 하며, 본인 스스로도 매우 흡족했다고 한다.
이 책이 특히 훼밍웨이에게 뜻깊은 이유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를 출간한 뒤 10여년동안이나
침묵을 지킨 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비평가들사이에서 훼밍웨이가 이제는 창작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것은 아닌가하는 이야기들이 난무했을 때 이 책이 출간되었고
"노인과 바다"가 출간되자 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1954년 그가 미국의 다섯번째 노벨문학상 작가가 되는데
크게 기여한 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헤밍웨이는 1959년부터 건강이 악화되면서 우울증, 알콜중독증에 시달리다 1961년 엽총으로 삶을 마감
한다.
"노인과 바다"라는 제목보다는 전반부에서는 왠지 "노인과 소년"이라는 제목이 더욱 어울릴 듯 싶게 노쇠한 (하지만
두눈만큼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띤 채 기운차고 지칠줄 모르는) "산티아고"라는 어부와 "마놀린"이라는 소년과의
우정이 바다를 배경으로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84일간이나 물고기는 한마리도 잡지못한 산티아고는 마을사람들로부터 '살라오' 즉 스페인말로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마놀린은 그런 이유로 다른 어부의 어선을 타게 되지만 늘 산티아고에게 달려와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노인의 먹을 것을 구해오고 잠자리에 편안히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한다.
왠지 노인과 소년의 입장이 뒤바뀐 듯한 그들간의 우정을 보면서 한 소년에게 스승으로 존재하는 산티아고와
그 스승을 누구보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두 사람간의 우정이 매우 따스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마놀린이 다른 어부의 배를 타게되자 혼자남은 산티아고는 홀로 배를 바다로 띄운다. 그리고 여태껏 보지 못했던
커다란 청새치를 잡게 된 산티아고는 3일 밤낮을 청새치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결국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이긴 노인은 청새치를 배옆에 동여매고 뭍으로 돌아오지만 뭍에서 너무 멀리
나간 탓에 상어떼로 인해 청새치의 살점을 모두 도륙당하고 뼈다귀만 남긴 채 마을로 돌아온다.
산티아고는 힘들게 언덕길을 올라와 지친 몸을 자신의 침대에 던진다.
한편 마놀린은 며칠채 소식이 없는 산티아고가 혹시나 바다에서 돌아왔나 싶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노인의 집에
들렀다가 노인이 죽은 듯이 자는 모습과 상처가 나 있는 두손을 보고는 울음을 터트린다.
조용히 산티아고의 집을 나선 마놀린은 그 다음날 뜨거운 커피를 준비해서 노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노인이 커피를
마시고 나자 이제부터는 함께 배를 탈 것이라고 약속한다.
120여쪽에 지나지 않는 분량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는 노인과 소년의 우정, 그리고 청새치와의 3일간의 사투가
전부지만 군더더기 없는 짧고 간결한 문장속에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담아내는 재주가 있는
듯 했다. 우선 1950년 쿠바의 아바나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한폭의 수채화같은 마을, 아침이면 따뜻한 커피한잔
을 들고 스승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년, 망망대해에 홀로 앉아 달, 별, 물고기, 새와 대화를 나누며
고독을 삼키는 노인, 3일동안이나 계속된 청새치와 노인과의 사투를 보면서 어느듯 나 역시 그속에 함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청새치와의 싸움에서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그는 청새치와의 생존을 건 싸움에서 이긴다. 하지만 이 싸움은 니가 아니면 내가 죽는다라는 적대적인
싸움이 아니라 자연순환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의해서 싸워야하는 존재로 이야기 한다. "자존심때문에,
그리고 어부이기 때문에 그 녀석을 죽인 거야. 너는 녀석이 아직 살아 있을 때도 사랑했고, 또 녀석이 죽은 뒤에도
사랑했지, 만약 네가 그놈을 사랑하고 있다면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 거야, 아니 오히려 더 무거운 죄가 되는걸까?
"라고 반문한다.
결국에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노인이지만 노인은 청새치와의 싸움을 통해 다시 젊은시절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인간은 겉으로는(물질적, 육체적가치) 수많은 싸움에서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하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절대 패배할 수 없다는 산티아고의 외침은 망망대해의
거대한 자연과 홀로 맞대면한 노인속에서 오롯이 되살아난다. 그래서 산티아고는 패배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백절불굴의 정신의 상징으로 부각된다.
인간실존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자가 아닌 행동하는 자 , 시지푸스신화처럼 돌이 내려올줄 알면서도 끊임없이
돌을 올려야 하는 존재이자 그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자, 그가 바로 산티아고는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