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56. 천상인가 천생인가
"아무도 안 가니 천상 내가 가야겠어"
"배운 게 없으니 천상 막일이나 해야지"
"난폭한 성격이 천상 제 아비다"
위 예문처럼 `할 수 없이, 도리 없이" 또는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 타고난 바탕"을 뜻하는 부사로
사람들은 천상이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천상은 `천생(天生)"을 잘못 쓴 말이다.
현재 국어사전에는 `천상"에 대한 뜻풀이가 없다.
대부분의 국어사전에서 천상은 `천생의 잘못"(국어대사전, 민중서림),
`천생의 경상도 방언"(우리말큰사전, 한글학회) 등으로 풀이하고 있거나
아예 등재도 하지 않고 있다.
천상이라는 말은 문학 작품 속에서도 보인다.
`그는 천상 화내는 법이 없다.
장단에 맞추어 건들거리는 상체는 천상 주먹패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정래, 태백산맥),
`그럼 천상 내가 딴 곳으로 가야겠구먼"(이병주, 지리산) 등이 그 예다.
이 예문에서 천상은 `타고난 바탕, 타고난 것처럼 아주"
또는 `어쩔 수 없이"의 뜻으로 쓰인 것이다.
그러나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 등 현행 국어사전은
천상이 아닌 `천생(天生)"을 표제어로 올리고 있다.
천생은 천상과 발음이 비슷하고 의미도 비슷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천생은 우선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런 바탕"을 뜻하는 명사로 쓰인다.
`정순의 아버지 김 초시는 천생이 얌전하고…"(김말봉, 찔레꽃)가 그 예다.
또 천생은 부사로 쓰여 `타고난 것처럼 아주"를 뜻하거나
`정해진 것처럼 어쩔 수 없이"를 뜻한다.
`계집이라고 천생 말상을 해가지고 소박 안 맞으면 거짓말이지"(이무영, 농부),
`집은 천생 복덕방에 내맡기는 도리밖에…"(이무영, 3년) 등이 그 용례다.
우리 속담 속에도 `천생 버릇은 임을 봐도 못 고친다",
`천생 팔자가 눌은밥이라"처럼 천생이 널리 쓰이고 있다.
결국 천상과 천생은 서로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현행 국어사전이 천생만을 표제어로 올린 만큼 천생을 쓰는 것이 옳다.
다만 천상이 널리 퍼져가고 있다면 따로 표준어 심의를 할 필요는 있을 지 모른다.
조성철 chosc1@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