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식물 - 쥐엄 열매.hwp
저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누가복음15:16)
쥐엄열매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카롭(kardb)’이라고 불리워지고 있으며 나무에 열리는 꼬투리로 소나 양 같은 가축의 사료로 많이 쓰인다. 누가복음에서 아버지 집을 떠난 탕자가 세상즐거움에 빠져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쥐엄열매로 배를 채우면서 그제서야 아버지 집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듯이.
하나님이 이 세상 속에서 때로 쥐엄열매를 먹는 것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하심은 우리의 본향집인 하늘나라를 소망하게 하기 위함임을 말씀하고 있다. ㅡ성서식물그림전 설명에서
성경에 나오는 식물들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쉽게 기억하는 것이 바로 이 쥐엄나무(히브리어 ‘하롭’, 영어 ‘Carob tree’)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약에는 그 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신약에 단 한 번 나오는데(탕자의 비유, 눅 15:16), 우리는 누가복음의 ‘쥐엄나무의 열매는 돼지만 먹는 것인데 그것을 탕자가 먹었다’는 말씀 때문에 돼지의 음식을 사람이 먹은 것처럼 생각하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현재 시장에서 팔 정도로 그렇게 좋은 열매는 아니나(한두 군데 파는 곳도 있다), 큰 콩깍지 모양으로 생긴 그 열매가 검게 익으면 사람들은 재미로 그것을 먹기도 한다.
구약 시대에는 적의 포위로 성안의 사람들이 굶주릴 때 비상식량으로 많이 먹었다고 한다. 열왕기하 6장 25절의 ‘합분태(비둘기 똥)’가 바로 쥐엄나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바로 아람 왕 벤하닷이 사마리아를 포위했을 때 사마리아의 상황이 자식들을 잡아 먹는 지경까지 이르자 사람들이 쥐엄나무 열매를 먹었다는 것이다.
한편,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먹은 메뚜기가 실은 이 쥐엄나무 열매라는 견해도 있는데(왜냐하면 유대 광야에 사람이 식량으로 삼을 만큼 메뚜기가 많은 것이 아니었다), 그 두 단어의 히브리어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 히브리어로 메뚜기는 ‘하가빔’, 쥐엄나무는 ‘하로빔’이다. 쥐엄나무 열매가 ‘성 요한의 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겠다.
쥐엄나무는 이스라엘의 여기저기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숲을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예루살렘의 경우 거리의 가로수로도 많이 심겨져 있다. 쥐엄나무는 파종해서 결실하여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 20년 이상이 걸린다. 일단 다 자란 나무가 되면, 한 그루에서 200kg 이상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주염나무와는 콩꼬투리의 생김새가 비슷하여, 흔히 동일하게 생각하기 쉬우나 전혀 다른 식물이다.
쥐엄나무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탈무드에 있다.
한 젊은 랍비가 지나가다가, 어떤 늙은이가 쥐엄나무 씨를 뿌리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랍비는 노인에게 "30년이 걸려야 열매가 달리는데, 이제 씨를 뿌려서 무슨 소용이 되겠소? 열매가 열릴 때쯤에는 당신은 죽고 없을 텐데요." 하며 비웃었다. 그러자 노인은 "나는 내 자신을 위하여 씨를 뿌리는 것이 아니요. 나는 남이 심은 쥐엄 열매를 먹어 왔으니, 나도 남을 위해 심는 것이란 말이요. 훗날 나의 자식 또는 그 자식의 자식들이 이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겠소." 하고 대답했다.
그 젊은 랍비는 얼마 안 가서 지쳤다. 그는 숲 속에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잠에서 깨어보니, 어느새 70년이나 세월이 흘렀더라는 것이다. 그 때에는 그 노인이 씨를 뿌린 쥐엄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달았으며, 젊었던 랍비도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뿐인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은혜를 갚는 것이라는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ㅡ최영전, '성서의 식물'에서